-
-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 지음, 신창용 옮김 / 삼우반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조지오웰의 글이라면 동물농장이같은 우화적 소설, 1984같은 공상적 소설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에세이들(<코끼리를 쏘다>) 그리고 자전적 소설(<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카탈로니아 찬가>)이다. 거기에는 그가 온몸으로 부딪힌 현실이 고스라니 담겨있다. 그는 자기가 마주보고 있는 현실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다만 많은 것이 교차하는 순간을 그려낸다. 그의 묘사, 아니 그가 묘사하는 순간은 탁월하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인간성이란 것이 바람에 날리는 먼지와 같이 사라진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써내려간 글- 그 속에는 부랑하는 사람들, 부정당하는 사람들, 따분하게 가난하기만 사람들, 피가 미지근한 물로 채워져 버린 듯한 배고품 안고 사는 사람들, 갖히지 않으려면 20km를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의 묘사는 힘이 있고 인물들은 움직인다.
그리고 그 글의 결말은 다시 오웰식이다. 마지막에 시작을 말한다-
인용- "그렇지만 내가 돈에 쪼들리면서 확실히 배워둔 한두가지는 짚어낼 수 있다. 나는 두 번 다시 모든 부랑인들이 불량배 주정꾼이라고 생각하지 않겠고, 내가 1페니를 주면 걸인이 고마워하리라 기대하지 않겠으며, 실직한 사람들이 기력이 없다고 해도 놀라지 않겠고, 구세군에는 기부하지 않을 것이며, 옷가지를 전당잡히지도 않겠으며, 광고 전단지를 거절하지도 않겠고, 고급 음식점의 식사를 즐기지도 않으련다. 이것이 시작이다."
이 시작은 우리가 흔히 만나는 가슴 벅차는 것들은 아니지만 진실되어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