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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늙은 농부에 미치지 못하네 - 귀농 전도사 이병철의 녹색 에세이
이병철 지음 / 이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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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늙은 농부에 미치지 못한다.’겸손한 제목에 마음이 끌려 이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 제목은 원래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이라고 합니다. 평생 도(道)를 구하며 예(禮)를 지켜 살아가려 노력한 성인은 제자의 물음에 자신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때에 따라 사는 사람, 늙은 농부에 미치지 못한다며 겸손한 마음을 표했다고 합니다. 공자의 눈에도, 저자의 눈에도 늙은 농부는 마음대로 하여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동양의 지혜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귀농학교를 다니면서 고쳐 생각하게 된 것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농사에 대한 생각입니다. 농사하면 정말 어렵고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나 관행 농을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진정한 농사꾼은 그것보다 깊은 삶을 삽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농사는 내 손으로 내가 먹을 것을 돌보고 주변과 나누는 소농이 아닌가 합니다. 농사마저 자본의 논리에 잠식당하고 있지만 돈을 버는 직업으로서의 농사, 산업으로서의 농업은 대안이 아닙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세상은 더 나빠질 겁니다. 

글에서 몇 번 인용된 소로우의 말 “새가 둥지를 틀면서 노래하듯이 자신의 생계를 꾸려가면서 노래할 수 있기를”- 자신이 하는 노동이 그저 지겨운 밥벌이나 자신을 소외시키는 노동이 아니라 돌보고 살리고 나누는 길이 되기를, 그렇게 농사는 삶의 방식이 되어야하고 세상은 소농들의 지혜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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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 지음, 신창용 옮김 / 삼우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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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오웰의 글이라면 동물농장이같은 우화적 소설, 1984같은 공상적 소설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에세이들(<코끼리를 쏘다>) 그리고 자전적 소설(<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카탈로니아 찬가>)이다. 거기에는 그가 온몸으로 부딪힌 현실이 고스라니 담겨있다. 그는 자기가 마주보고 있는 현실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다만 많은 것이 교차하는 순간을 그려낸다. 그의 묘사, 아니 그가 묘사하는 순간은 탁월하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인간성이란 것이 바람에 날리는 먼지와 같이 사라진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써내려간 글- 그 속에는 부랑하는 사람들, 부정당하는 사람들, 따분하게 가난하기만 사람들, 피가 미지근한 물로 채워져 버린 듯한 배고품 안고 사는 사람들, 갖히지 않으려면 20km를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의 묘사는 힘이 있고 인물들은 움직인다.
 

  그리고 그 글의 결말은 다시 오웰식이다. 마지막에 시작을 말한다-
인용-  "그렇지만 내가 돈에 쪼들리면서 확실히 배워둔 한두가지는 짚어낼 수 있다. 나는 두 번 다시 모든 부랑인들이 불량배 주정꾼이라고 생각하지 않겠고, 내가 1페니를 주면 걸인이 고마워하리라 기대하지 않겠으며, 실직한 사람들이 기력이 없다고 해도 놀라지 않겠고, 구세군에는 기부하지 않을 것이며, 옷가지를 전당잡히지도 않겠으며, 광고 전단지를 거절하지도 않겠고, 고급 음식점의 식사를 즐기지도 않으련다. 이것이 시작이다."


  이 시작은 우리가 흔히 만나는 가슴 벅차는 것들은 아니지만 진실되어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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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 찬가 - 정글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조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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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법의 제정, 해석, 집행의 문제, 그리고 인권의 보장과 신장의 문제가 애초부터 세상 일과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없으므로 전공인 법학연구(형법)를 삶의 중심에 놓으면서도 여력이 되는 대로 전공 밖의 세상일에 관여하고 있다는(저자 소개에서 인용) 조국교수의 에세이집이다. 저자의 전공이 형법이기 때문에 2장(형벌권의 과잉과 남용은 안 된다)의 내용이 가장 좋았다. 



  근대 이후 시민들은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처벌할 권리를 국가에 위임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자유로운 합의, 위임이 아니라 헌법과 국가형태의 틀이 먼저 생겼기에 위임 과정은 다르 지만 위임된 상태임은 동일하다.) 시민들은 대체로 그들이 공정하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사법권은 초기에 부여된 범주를 넘어 큰 권력이 되었다. 애초의 위임이 -합리적인(!) 사회계약론자들이 이야기하듯이- 계약에 의해서라고 한다면 계약서의 내용이 바뀐 셈이다. 그것은 움켜진 것이 많아 느리고 묵직하게 움직이며, 이제 시민들의 삶 전반을 지배하려 한다. 시민들의 사랑과 관계, 사상과 표현- 그 은밀한 곳에까지 촉수를 뻗힌 그들은 -법은 절대적이라는- 시민들의 환상으로 그들을 통제한다. 

  한국사회에 그러한 통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이 책의 논리를 따라가보면 다음과 같은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범죄예방과 억지효과가 있다는 사형제도는 사형제 찬성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범죄율 감소에 도움이 없다. 교도가 아닌 격리와 억압이 우선인 행형은 되려 반사회적 문화를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국가의 처벌행위는 다만 인간의 존엄과 가치만 앗아갈 뿐이다. 오직 사법만이 합법적으로 살인을 할 수 있고 사람을 감금할 수 있다. 또한 촛불집회 이후 여러가지 형태로 이루어진 처벌과 집회와 시위에 대한 제한은 시민의 직접 행동에 대한 마취제다. 간통죄는 '도덕'이라는 이름하에 시민의 애정과 성생활에도 개입하여 형벌로 규율하려는 시도이다. 



  이렇게 확대되는 권력과 통제되는 시민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인가? 아니다. 그것은 기획이다. 누군가에 의해 치밀하게 기획된 게임의 지도이다. 우리의 선택을 제한하고 무기력하게 함으로서 점점 더 험난한 정글로 우리를 내 모려는 기획이다. 말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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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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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근대적 경제정책을 도입한 이후 우리는 경제성장을 절대적으로 추구해야할 가치라 여겼습니다. 5년간 경제성장률이 몇 퍼센트 였느냐에 따라서 그 정부에 대한 점수가 내려지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제시하는 사람은 비전있는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절대적으로 추종해온 경제성장에 대해 딴지를 겁니다.

 

  뒤 돌아서 생각해보니 지난 반세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거침없이 올랐다는 것에는 우리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우리가 풍요로워지거나 행복해졌냐라고 물으면 그저 쓴 미소만 띄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우리가 신봉해온 경제성장이라는 것을 한 번 의심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책은 경제 성장이라는 것은 우리가 계속 추종해야하는 절대선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경제의 방향은 정치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경제 정책에 관한 결정권이 그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손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미래는 미리 방향이 정해진 레일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책이 말하는 경제적 민주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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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의 말과 삶
허영철 지음 / 보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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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주인공은 사연이 많습니다. 1920년 조선의 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조선, 일본을 전전하며 자신의 노동을 팔아 살아갑니다. 조국이 해방을 맞자 새 나라에 도움이 되고자 고향으로 돌아와 건국활동을 합니다. 그러던 중 공산주의와 만납니다. 전쟁이 나고 자신이 믿는 해방을 쫓아 부단히 싸우다 북으로 갑니다. 그리고 1954년 다시 남으로 내려왔습니다. 마음이 급했습니다. 해방은 눈 앞에 있는 듯 했지요. 하지만 1년 후 그는 차가운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리곤 36년을 꼬박 그 회색 방 안에서 지냈습니다.

 

  그의 소망은 소박합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꿈꿨습니다. 전쟁에 ,분단에 몸도 힘들었지만 언젠가는 올 것이라 믿는 그 사회가 그를 쉬게합니다. 이 책을 쓴 이유도 공화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가늠합니다.

 

  이제 70이 훌쩍넘은 나이로 자신을 한 번도 비껴가지 않은 역사를 돌아보는 노인은 오히려 역사 앞에 한번도 비껴서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나의 눈 앞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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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from 세 개의 이야기 2008-03-16 10:32 
    혁명이란 과거의 제도를 개조하는 거예요. 예전에 왕이나 천자가 하는 일을 한자로 '천명'이라고 했어요. 천명은 사람이 고칠 수가 없어요. 하늘이 내린 명이니까. 그런데 그런 것을 사람이 고칠 수 있다, 그렇게 보는 게 바로 '혁명'이에요. 여기서 혁은 사람의 손길이 가해진 가죽을 뜻해요. 자연 그대로의 가죽인 피와 다르지요. 곧 천명을 손질할 수 있다, 천명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혁명인겁니다. 허영철,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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