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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다 죽으리
이수광 지음 / 창해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그림이 무엇이냐?
- 그림은, 그림은 그리움이 아닐까요..?. 그리워하다보니 그리고, 그리다보니 그리워지고..
드라마 <바람의 화원>中 김홍도에 대한 신윤복의 답.
그리움의 정의는, 참으로 많습니다. 어쩌면 윤복의 말대로, "기다림, 그리다.." 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합니다
사랑의 종류는 참으로 많기도 하지요. 서로가 같은 곳을 보는 그야말로 바람직한 "사랑" 이 있는가하면,또 혼자 삭여야하는
외사랑이나 짝사랑도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같이 있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또,평생을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 그리움만으로
지탱해나가는 사랑,도 있습니다.

네,평생을 그리움으로 지탱해나가는 그것의 힘은 가끔은 어떤 한마디이기도 합니다.그에겐 그녀의 이 한마디,가 그랬습니다
이규보의 시에서 따온 이 말을 연화가 하는 순간, 이였을지도요. 그리고 그 말이 내내 그의 귓가에서 끊임없이 맴돌았을겁니다
- 앵두가 붉어요? 내 입술이 더 붉어요..?
이 말은, 그에게로의 사랑고백이기도 하지요. 앵두보다 더 붉은 사랑을 할 수 있게노라는, 그녀의 말 한마디기도 하고요.
책을 펼치면, 시를 봅니다. 시를 보면, 그 구절이 생각나고, 다시 그리움이 밀려옴이 느껴지기에 어쩌면 그들의 그리움은
그렇게 먼거리에서도 300일동안을 기다리면서도 또 그들은 늘 사랑을 하고, 다시 연서를 쓰면서도 다시 그리움이 됐겠지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들의 사랑은 내내, 그리움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눈물이 아닌, 바로 그리움으로 말입니다.

그림의 정의를 신윤복은 어쩌면 정확하게 내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움,은 기다림이고, 기다림은 또한 그리움이고 바로 그려지는 그리움이라는 것을요.-
그려지는 기다림과 그리움 속에서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조선시대의 사랑이야기가
눈으로 그려지고 있는 책, 그리워하다 죽으리, 입니다.

이수광의 팩션소설, "그리워하다 죽으리". 내가 이 작가의 책은 한권밖에 읽지는 못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독살사건"
그러나, 그때 나는 의외로 재미가 없네, 하고 덮었다. 그리고 다시 만나 이 소설, 그리워하다 죽으리..는 팩션소설이다.
김려와 연화의 사랑이야기이고, 실존했던 인물들을 김려의 「사유악부」를 바탕으로 팩션소설로 써봤다고 서두에 나온다.
첫시작부터 의례히 그렇듯 우연한 만남, 그리고 한눈에 반해버린 그들, 이다. 그러나 초반 도입부는 꽤나 괜찮았다.
「운영전」이라는 꿈과같은 사랑이야기를 김 려가 몰래 듣는 것으로 시작을 함으로, 그들의 사랑도 그러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의외의 전개가 펼쳐진다. 물론, 그때 연화가 이규보의 절화행을 적절히 씀으로 그녀의 학식과 미모에 대해서
이야길 하나보다 하면서 흐믓하게 읽는데 좀 낯간지럽긴 했지만, 어떤 사랑이야기가 펼쳐질까도 궁금했다. 그런데,
어느순간 이건 "사랑"이 실종되고 없었다. 성균관 유생인 김려와 혼인하지 않은 채 사랑했다 하여 연화가 부령으로 가게 됐다
- 아, 이제부터 그리움인가보다, 하는 순간이였는데, 이 순간부터 김려에겐 "연화"는 없어졌다 무려 16간이나.
아, 그녀가 갔구나! 그냥 이게 다였다. 좀 황당하기도 했다. 아니 1,2년도 아니고 16년간 연화는 수절에 들어갔는데,그동안
김려는 자식도 낳고 잘살고 있었다. 그러다 서학 때문에, 유배지를 부령으로 받으면서 그녀를 무려 16년만에 생각해낸다

유배지가 부령이 아니였다면 그는 연화를 생각이나 했을까? 근데 16년만에 생각하면서 그동안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라는
식으로 나와서 뜬금없었다. 게다가 시점은 연화와 김려로 나뉘고 있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대체 과거와 현재를 너무나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어선, 가끔 응? 할때도 있었다. 암튼, 그들은 무려 16년간만의 해후를 한다.
뭐 그럴수도 있다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 그곳을 가겠는가만은, 16년동안 누군 수절하고 누군 유배지가
부령이 되니 그제서야 생각나는 것 같은 느낌은 뭔지. 게다가 김려는 왜 이렇게 탓탓을 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의 잘못은 없고,
단지 친구의 배신 때문에, 또 누구 때문에, 누구 때문에, 유배를 가게 됐다, 라는 표현들이 많이 나온다. 왜 그런지 싫었다
- 시대가 그렇더라도, 그걸 너무 탓하는 걸로만 들렸던 것이다. 나약한 지식인의 모습을 보이는 것인지도.

의외로 그렇게까지는 슬프지가- 마지막 부분의 연화가 불쌍하기만 했다. 어쩌다가 사람 잘못 만나서.,싶은.- 여기서 악연이면서 악역인 조상길 때문인데, 그를 그렇게 몰아부친는 이유도 사실 모르겠다. 조상길이 성균관 유생들의 사음회에 왔다가, 같이 어울리자는 제안에 "선비들의 모임이니 서반(무반)은 관여치 마시오" 라면서 불쾌하게 쏘임을 당했는데 퍽도 기분이 좋았으랴
- 그냥 잠시 그들끼리의 모임이니 다른 때에 어울리자고 하던가
참으로 성균관 유생다우신 행동들이다. 그들과 가장 가까이 있다는 반촌이 왜 반촌인가는 생각지 않은 머리가 텅텅 빈 유생들.
- 그래놓고 참으로 그들을 탓하는 적반하장이라니..싶었다. 그것도 기생들 데려와서 놀면서..
대체 왜인지는 생각지 않고 그저 탓탓, 그리고 못됐단다. 그 악연의 시작은 생각도 안하고 메멘토인 선비들이니 나라가..참..
- 사실 이부분 작가의 풍자라면 상당히 잘한 것 같다!

또한, 연화의 소개에 있어서 허난설헌이며 위강을 능가하는 절색과 학식이라고 하면서 이런구절은 뭐지? 싶었던 것이다.
목민관의 의리, 그것은 어쩌면 백성들이 겪고 있어서 더 잘 알지 않을까? 허난설헌과 위강이 고작 사대부들따위와 어깨를
나란히 했을까? 능가했으니 당연한 일을 뭘 저리 써놓는지. 일개 미천한 백성들도 다 아는 사실을 혼자만 모르고 있었던 김려.
결국 연화를 천기,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은 것 처럼 써져 있어선 놀랄 따름이었다. 연화는 정인이 아니었나..?

김려는 말한다. 그가 유배지가 부령이 된 것이 운명이라고. 그런데, 그런 생각도 안 들었고, 둘의 애끊는 뭔가도 없었다.
다만, 정말 감사한 것은 이 책이 빨리 읽힐 수 있도록 시를 많이 넣어준 시화소설이라서 그게 감사할 따름이였다.
- 다른 분들은 다 좋고, 이들의 사랑이 안타깝고, 안됐고 그 연화의 사랑 때문에 눈물이 나고...
그러나, 감수성이 너무나 부족한 나라서인지 2%의 부족함이 아니라 98%의 부족함이 느껴질 수 밖엔 없었다.
게다가 이 소설의 반전은~!!
"그리워하다 죽으리"의 주인공은 김려가 아니였다! 바로 이광표였다. 이광표야 말로 정말 연화를 아끼고 그를 율곡 이이가
아꼈던 유지처럼, 그렇게 대해줬고 그녀의 의견 그 자체를 존중해줬으며 그쪽으로 와서도 그저 멀리서 연화를 그리워하다가
간, 그런 사람,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광표였다. "벚꽃지는 계절에..."를 능가할 수도 있는 이 기막힌 반전이라니!

누구는 사랑이다, 라고 하면서 16년간 방치했지만 누군가는 와서 그저 멀리서 보고만 가고, 은밀히 도와만 주고 가고..
사실 이 소설의 연화와 김려의 사랑이야긴 재미가 없었다. 아니, 사랑이야기가 없었다. 그냥, 연화만 김려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에서 그리워하면서, 죽어가는 그 연화뿐인 것이다. 정령, 묻노니, 김려는 정녕 무엇을 그리워했단 말인가..?
만약 한시쪽에 관심이 있다면 나는 무지하여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면서 읽으실 수 있지 않을까는 싶다.
- 그나저나 허나설헌을 능가한다는 연화의 시선집이나 "연희언행록"의 소실은 참으로 안타깝긴 하다. 책에서 연화의 시를 보고 감탄하지 못하는 나의 감수성과 무지에 한스러워 할 수 밖엔.
- 그나저나 나는, 왜 이렇게 감수성이 없을까..? 나는, 참 이 이야기가 사랑이야기 같지가 않았다.. 팩션소설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목처럼 그렇게 애절함이 없었는데,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