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기린의 말 - 「문학의문학」 대표 작가 작품집
김연수.박완서 외 지음 / 문학의문학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어느날, 언제 잠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깨어났을 때, 그 시간 잠시 밖을 보면 찰흙같습니다.

그때, 여러분은 깨어난 그 시각이 새벽인지 혹은 깊은밤인지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왜냐면,

엄밀히 또 새벽이 가져다 주는 느낌과는 다른 깊은 밤의 고즈넉함이 주는 그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답니다.

 

시계를 안 봐도 알 수 있는, 그 시간, 깊은 밤. 그리고, 다시 잠들고 싶지 않은 그 시간, 깊은밤.

- 그런 시간이 있습니다. 왜일까요?

아마도, 그 깊은 밤만이 말해주는, 그 언어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목이 길어서 슬프다는 사슴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긴 목을 가진 동물을 우리는 압니다.

네, 바로 기린이랍니다. 그럼, 얼만큼이나 더 슬픈걸까요?

그 깊은 밤, 뜬금없이 그런 생각을 해본답니다. 아마도,

그 깊은 밤,이 가져도 주는 그 무엇인가 때문이겠지요.
 

 


 어느날, 문득 찰흙같은 어둠 속에서 깨어났을 때, 무섭고 두렵던가요?

왜일까요.. 혹시, 그때 그 어둠 속에서 나만 혼자 남겨지게 됐다고 생각되신건지요.

그럴땐, 아주 잠시만 심호흡을 하면, 내 안의 기린인 내 안의 그 슬픔이 잠잠해진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찰흙같은 어둠 속에서 찾아낼 수 있을실 겁니다. 바로, 기린이 해주는 말을요..

 

 

 

 

 

 

 

 

 

 

 

 

 

 

 

 

 

 

 

 

<깊은 밤, 기린의 말> 은 10명의 기린아였고, 기린아이며, 또 지금은 거대한 기린이신 분들(이 말장난-_-;) 10명의

단편소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다. 단편선이란 아주 짧은 호흡의 소설들이다. 단편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특히나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10편의 단편선 중 선호하는 작가부터 혹은 끌리는 제목부터 집어 들어도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첫 단편이자 이 소설의 타이틀인 김연수의 <깊은 밤, 기린의 말> 은 "아픔" 에 대해서 묘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끔은 생각해본다. 우리가 그들을 볼 때 아픈것이지 정작 그들이 아픈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두번째 단편인 故박완서 선생님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는 여성에 대한 문제이다. 어딘가 불편해, 했던 것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고 곧 우리들도 어쩌면 그리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그래, 세월이 나를 벌써 이렇게

만들어놨듯.- 그리고 이 구절에서 살짝 실소겸, 어딘가 씁쓸함도 나왔다. 그러나 말하고 있다 변하고 있다, 라고.

- 돈 문제가 얽히지 않은 결혼은 장난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이청준님의 <이상한 선물> 은 조금 호흡이 길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이나미의 <마디> 의 경우는, 시점이 과거와

현재로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퍼즐> 은 담담히 읽히다가, 마지막에 살짝의 어느순간에 헛, 하는 느낌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처럼 우린 어쩌면 퍼즐 게임은 하는 것일지도. 단 한조각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양.

그래도, 생의 에너지는, 여전히 불완전한 욕구일 뿐이지도.

 

 

 

이승우의 <한 구레네의 사람의 수기>는 언젠가 읽었던 기억이 났다. 비슷한 글이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때의 느낌

그대로였다. <소금창고>는, 나에게는 추억이지만 누군가에게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그 무엇가일 뿐에 쌉쌀한 맛이 났다.

 

조경란의 파종은.. 아주 여성적인 문체로 시작한다. 그리고, 시금치에 대해서 그리고 또 우리의 파종의 시기에 대히서.

- 참으로 묘하게 다가온 소설이였다.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한번 더 읽어지고 싶어지기도 한다.

 

제삿날과 국화밑에서는 어쩌면 아주 비슷한 소재일지도 모르지만 또 각각의 내용에 있어서는 많이도 달랐다.

- 제삿날의 마지막은 쿵, 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 둘의 관계는 한편으로는 애증은 아니였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의 특이하고도 묘한 인연에 대해서 보다는 처음 각자의 마음속을 그려내고 있음을 시작으로 한다.

 

국화밑에서는 말 그대로이다. 국화, 장례식에 들고 가는 국화를 비유해서 인간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 공감가는 건 김유정, 이상, 김소월이 만약 평범한 죽음이였다면? 이라는 질문에 그냥 구렁이 담넘듯 넘어갔지만 가끔은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그들이 평범하게 죽었더라도.. ? 라는 개구진 생각을..^^;





 

 



 

 

그렇게 하나하나의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색깔을 읽어내려 갔다. 내 경우는, 여성작가들의 이야기에 훨씬 수긍도 공감도

그리고 재미도 있었던 느낌이다. 남성작가들이, 여성의 내면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땐, 글쎄, 라는 것도 있었으며 솔직히

하나하나의 단편은 괜찮지만, 꽤 오랜 기간 읽어나간 느낌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표현은 뭐하지만^^; 백화점에서 필요한 무언가를 사고 난 후 보니, 생각지도 않게, 사은행사품이

따라올 때가 있다. 나는 필요한 것을 사서 좋고, 의외의 선물도 받으니 기분이 참 좋다 의외성이란 것도 있고.

- 나는 실제 몇몇 작가들은 잘 알지 못한다. 워낙에 유명하신 분들이야 다 알지만. 그런데 그 알지 못했던 작가들의 작품들이

의외로, 참 마음에 들 때가 있다. 아, 이런 색을 지닌 작가였구나, 라는 느낌을 느끼고. 그리고 몇몇 분들은, 조금은 시간을

끌면서 읽어내려가기도 했다.

 



 

 

순식간에 읽혀지는 단편이 있는가하면, 조금은 텀을 길게 잡아야하는 단편들도 있었다. 아마 내가 길게 잡았던 단편선을,

또 누군가는 빨리, 또 누군가에겐 빨리 읽혔던 단편선들이 내게는 길게 잡혔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열명의 작가가

선사하는 선물, 한번쯤은 읽어봐도 괜찮을 것이다. 다만, 그 이름에 너무나 큰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꽤나 괜찮은 소설

10편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깊은 밤, 사락 사락거리면서 책장을 넘기면 숲속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 슬픈 소리든 혹은 평안을 주는 소리든, 그 어떤

자그마한 소리라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책, "깊은 밤, 기린의 말" 이었다. 간혹, 책장이 멈출 때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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