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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1 ㅣ 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부턴가 절대善 그리고 절대惡의 경계가 아니, 세상에는 절대惡도 그리고 절대善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 모호해진 선과 악의 경계선상에 놓여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모호함의 경계는 선과 악뿐만이 아닌, 바로
어른과 어린아이의 경계선상에도 있습니다. 어른들의 세상과 아직은 20살, 어른의 세계로 넘어오기전의 그들만의 세상,학교가요.
- 20살이 되기 전의 아이들은, 아직은 "어른들"의 세계에는 편입되지 않은 채, 그 자리의 선에서 넘어오고 싶어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모른 채 그냥 그 세계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선생님이 필요한 것이지요.
아직, 날개를 펴지 않은 채 움추리고 있는 아이들은, 가만히 선생님들을 통해서 또 어른들의 세상을 보고 있기도 하답니다.

- 20살이 되기전의 아이들은, 그래서 어른들의 세계가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자리에서 머물고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기도 하게 만들어 놓은 곳이 바로 그 곳, 交典이면서, 또한 敎典인 바로 그 곳, 학교입니다-
어른들에게는 모호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20살이 되기전인 그들에겐 분명한 선과 악에 대해서 배우고 나서 어른들의 세상으로의
관문인 곳,학교. 그리하여 그들은 "모호함"으로 위장한 채, 서있는 어른들의 세상보다 훨씬, 순수함으로 가득차있지만,
아니러니하게도, 그 순수함 때문에 더욱 잔인해지기도 하는 곳 어쩌면 그들만의 닫혀진 세상인 곳, 학교이기도 하답니다

오늘, 그들의 순수함에 한 어른이 끼어듭니다. 그들만의 닫힌 공간으로, 선과 악의 경계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겠다면서,
그만의 敎典을 들고와서 20살이 되기전의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惡이란 카드를 들고와서, 세상엔 아직 절대惡이란
것이 존재한다면서, 말하는 혹은 말하고 싶어하는 하스미 세이지가 그 곳에서 또 오늘도 어쩌면 순수한 아이들을 향해서,
다시 모리타트의 음에 맞추서 천천히 그리고,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는 그가 어딘가에 숨어있을 지도요..

기시 유스케는 우리나라에는 이미 "검은집" 등으로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중 한명이다. 한번쯤, 그 으스스하다는
"검은집" 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놓쳐버리고, 이 "악의 교전" 으로 그를 처음으로 만났다-
악의 교전은, 상당히 줄거리는 단순하다. - 여기서부터는 스포일 수 있습니다.
신코 마치다 고등학교의 영어교사인 하스미 세이지. 학벌로부터 시작하여 외모까지 그는 고교교사로서 아깝기도 하다. 또한,
유능하고 열정적이기까지 하여, 마치다 고교에서 없어서는 안될, 어느새 학교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하스미의
저 안 쪽에서는 무서운 것들이 자라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아니, 잠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트리게 되는 것은 뭘까?
그 안의, 그 무언가가 깨어나고 그 괴물이 잠잠하다가 눈을 뜨자, 그는 "나무" 하나를 숨기기 위해서 "숲"을 만들기로 한다.
이제껏도 실은 그래왔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더 큰, 숲이다. 나무가 실은 하나에서 둘로, 늘어나고 둘이 셋으로 늘어났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모리타트의 음을 불면서, 그는 나무를 하나씩 하나씩 베어버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숲은 완성 됐을까..?
가끔, 숲을 완성했다고 생각하지만 살아남아 있는 아니, 분명 베었다고 생각한 나무가 - 그것도 작고 작은 나무가 - 살아있다.
그럼에도, 숲은. 그나름대로 완성된 것이다.- 세상은 그를 향해서 무어라 하든, 그는 다시 날개를 숨기면 그만이고, 또다시
날개를 숨기고 나와서, 다시 날개를 펼쳐서 또다른 숲을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괴물" 이란 놈은, 그렇게 숨어있게 된다.

2011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를 비롯, 일본 서점대상까지 수상하였으며 이미 전 해인 2010년도엔 주간문추 걸작 미스터리
에서 1위까지 차지했다는 기시 유스케의 "악의 교전" 은 아주, 짧게 말하자면 사이코패스 선생 하나가, 한 반- 그것도 스스로
담임으로 있는 반- 의 아이들을 몰살 시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는 왠지 실망이 됐다. 1권에서 하스미, 아이들, 그리고 왠지
섬뜩했던 스리이 선생까지 심리묘사가 참 괜찮았다. 그리고 드문드문 보이는 하스미의 광기 또한 섬찟하게 다가오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2권에 들어서면서, 그 긴잠의 조임이 더 조여올 것이라는 예상은 깨졌다. 물론 1권을 읽으면서 느낀건, 바로 그것이다.
- 한반의 몰살,은 1권부터 예견돼 있었던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기시 유스케답게" 풀어나갈까가 궁금했다 그런데, 의외로
공포와 스릴은 초반엔 잘 타다가 언제부턴가 롤코가 정상이 아니라 이제 올라가면서 끙끙거리기 시작한다. 읽는 독자인 내가,
힘들고 지치고 왜 이렇게 여기서 미적거리나(-.-;;) 싶고, 아니 심리묘사들은 왜 이래? 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1권은 참 좋았다. 까마귀가 그를 아침마다 깨운다는 설정 자체가. 까마귀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흉조, 는 아니다.
그러나 까마귀가 길조라면 누구에게? 그리고 까마귀에게 숨겨진 다른 뜻 - 바로, "프로 사기꾼" 이란 것이다. 그점에서
기시 유스케는 상당히 잘 표현해냈다. 하스미에게 잠들어있는 그 괴물을 깨우기 위함, 의 매개체로 "까마귀"란 좋았다.
게다가, 2권의 표지를 벗기면, 불타는 학교대신 까마귀의 날개가 나온다. 활개치고 있는 까마귀의 날개, 바로 하스미의 세상,
그 자체를 나타낸다. 학교란 곳은, 하스미에게 그런 곳이였다. 날기위한(-.-;;) 곳, 그 자신의 뭔가를 펼치기에 알맞는 곳.
- 그래서 1권을 덮고 2권에서의 하스미를 기대했지만, 기대는 날개짓만 할 뿐, 점점 날개가 접혀지는 느낌이였다. 너무, 힘을
준 건지 아니면, 이웃님인 훙치님의 말대로 "작가가 씐나서" 마구마구 이런 것인지도 어느샌가 모를정도였다.

그 와중에서 공포와 스릴은 초고속 롤러코스터를 탈 뻔하다, 그냥 이게 롤러코스터일까? 아, 좀 빨리 움직여 꿈뜨다! 하면서
짜릿한 긴장감도 사라지고, 그저 "악의 심연" 만 남았을 뿐이다. 속으로 느낀 건 일본이나 우리나라 싸이코패스들은 이렇게나
강철체력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야기는 그렇게 진행이 돼 갔고 대체 앞에 깔아놨던 스리이 선생부터 시작하여,
다시 학교로 돌아온 다테누마, 스스로 좋은 머리를 자랑하는 와타라이등은 왜 그리 맥없던가..?
솔직히 말하자면 와타라이의 잔혹성이 서서히 들어나면서 나는 이 애가 하스미를 누르고 제2의 하스미가 되어줄 히든 카드로
살짝 기대도 했었다. 그러나 그런 긴장감을 풀어내지 못했다. 대체 스리이선생은 뭐지? 다테누마는? 와타라이는..? 등등의
물음표만 찍혀가고 있었다. 게다가 이 건장한 사내 아이들- 여학생들은 그를 너무 믿고 따른다 하더라도- 과의 싸움에서 지치지
않는 강철체력에 그저 박수만을 쳐줘야하는 건지.
허술한 점 참 의외로 많았다. 아이들의 티없는 그 믿음이라니!였다. 대체 그 상황에서 뭘 믿어? 그것도 일본애들인데~!
물론, 특이한 케이스기도 하다. 지금 선생님을 믿지 않으면 학교에 침입한 이 살인귀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가 될텐지만.
그리하여 성선설을 기반으로 한 이 특유의 집단, 학교에서 벌어진 일들- 특이한 폐쇄집단, 사실 그들만의 공간, 그래서
더더욱 위험한 공간인 곳에 또 위험한 인물을 보내서 새드엔딩을 맺고 싶었다, 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 초반 1권의 긴장과 재미가 2권까지 고스란히 가져가지 못한점이 못내 아쉽기도 하고 2권에서 좀 더 그답게 내내 긴장감있고
스릴 넘쳐서 나를 최대한의 롤러코스터를 타게끔 해주길 기대했지만, 역시나 아쉬웠다. 무엇보다 심리묘사에 있어선 더 그랬다
더 차치하고서라도 심리적으로 조임이 1권보다 2권에서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40여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두권짜리의 책을 단숨에 읽게 하는 그 가독성은 높이 살 만하다
- 읽는 내내 불편했다. 물론, 긴장감이 넘치지 않아서도 있었으며, 또한 2권에서 1권보다 못한 그 느낌과 너무나
무자비한 느낌도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럼에도 왜 그렇게 전개가 느리다고 생각이 됐는지 모르겠다) 사실 어쩌면,
우리 안의 심연을 보게 한 것은 아닐까?

우리가 가만히 날개를 접고 있는 이유, 그건 우리의 이성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타고난 괴물"을 누르는 아이들,
바로 그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지만, 반면 하스미의 모습은 저 안, 깊숙한 어딘가의 나만의 심연으로, 굳이 이런 방법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의 나를, 나의 학교를, 그리고 나의 세계에 뙤리를 틀고 앉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 너무 오랫동안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 보지 말라. 그러는 동안 괴물도 너의 심연을 들여다 볼테니 - 니체
그렇게, 우리 각자 안의 괴물에게 잡아먹히지 말라고, 그렇게 경고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서푼짜리 오페라" 의 막은 이제 올려졌을 뿐이고, 모리타트의 음은 계속해서 들릴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