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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클래스메이트 1학기 + 2학기 - 전2권
모리 에토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20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란 세계의 발을 디딘 아이들의 이야깁니다. 그 세계의 두려움과 동시에 실상,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 중 하나는 바로 "친구"이기도 하고, 그들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왜냐면, 지나쳤고, 또 지금 지나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이 기타미 제2중학교 1학년 B반, 고작 24명은 이제 1년을 함께 합니다. 그들에게 불행은 아니지만, 그들의 고민은 제각각의 색채가 다릅니다. 친구 문제, 가정문제 그리고 이성문제 _ 그런 통과의례 같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엄밀히 아주, 다르면서 비슷하답니다. 세상에 같은 색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물론, 그 "계열"일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1학기의 시작, 이제 같이 탄 열차입니다.
완행열차라도 상관없어.
난 내 속도로 달릴 거야.
내 앞에는 틀림없이 새로운, 낯선 풍경이 펼쳐질 거야. 26P, 치즈루.
틀림없이 앞으로 셋이 어울리다 보면 가끔 이런 일이 있을 것이다. 견딜 수 없이 불안해지기도 하고, 질투 때문에 고민도 하고, 나 자신이 싫어지기도 할 것이다. (중략) 그래도 친구를 믿고 싶다. 43P, 시호린
그래서, 24명의 이야기를 모두 담았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주인공은 분명 "나"이지만 또 아주 커다란 이야기에선 조연일지도 혹은 보이지 않는 그 "무리" 중 누구인가 일 수밖에 없을 수 있지만 적어도 이 학급의 스물네 명, 그들이 주인공으로 에피소드는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드라마에서조차 나오지 않는 대사가 있습니다. 가장 드라마 답지만 그렇기 때문인지 잊혀진 말, _ "진짜 나다운 게 뭔데?"
하지만, 이제 십대를 조금 벗어난 아이들에게, 그리고 중학교란 새로운 곳의 아이들에겐, 저보다 더 맞는 말이 없죠. 진짜의 나. 제2의 성장이니 어쩌니 해도, 저 때쯤, 저런 고민 한번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 답은 스스로 찾아나가야 하지만, 아주 쉽게 또 보이는 것으로만 찾으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노력으로 얻어지지 않는 것은 없다. 이게 류야의 신념이고 살아가는 희망이기도 했다. 138P 류야
우리들이 쉽게 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_ 노력으로만 세상은 되지 않는단 것을요. 하지만 류야는 그랬습니다. 왜냐면, 그게 그의 말처럼 희망이니까요. 그리고, 2학기의 종반쯤, 이 말은 다른 말로 바뀌어 있었죠. 모든 것이 태어나면서부터 실상은 유전자로 시작한다는 것을요. 하지만,
도전하고 싶다. 싸우고 싶다. 리오처럼. 레아 언니처럼. 나도 무엇엔가 부딪히고 싶다.
비록 패배가 빤히 보이는 승부일지라도.
그야 난 아직 중학교 1학년이고 앞날은 창창하니까. 클래스 메이트 2학기 223P, 마코토.
사실, 그렇게 빤한 세상과 승부 속 치열하게 아이들은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봅니다. 비록, 출발 선상부터 다른 것.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 혹은 뛰어넘지 못할 것 그럼에도, 왜 무모하게 그러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이니까요,라고 웃을 수 있는 그 답에, 묘하게 덜컥거렸습니다. 저 때의 나는 어땠던가,라면서 말입니다.
2학기에 들어서선 아이들이 조금씩 성숙해지고, 사건도 조금은 깊어집니다. 1학기가 탐색전이었다면 2학기는 이미 친해진 친구들 무리들이 같이 다니기도 하고, 여전히 그 무리에서 또 동떨어진 기분을 느끼면서 겉도는 아이가 있기도 합니다. 그중, 학교를 나오지 않는 가호가 있었는데 신경을 그렇게 쓰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그때는 그럴 때니까요(그렇습니다. 그냥, 이유 없이, 날 좀 내버려 둬!의 때 혹은?) 그런데, 그녀가 필요하게 된 겁니다.

2학기는 이제 제법 친해진 아이들, 웬만큼 캐릭터가 확실해진 것이죠. 그리고, 그들이 한목소리로 모일 때가 있죠. 바로 합창대회.지휘봉을 든 신페이는 그저 "돋보이기 위해"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꼭 필요한 연주자였는데 그는 스마트한 연주자보다 그의 말처럼 하트가 있는 연주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다만, 다들 잊고 있었던 것은, 이 반은 분명 스물네 명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가호는 거의 학교에 나오질 않습니다. 나름대로의 사정,이라기엔 아이들은 관심이 없던 것이었죠. 하지만, 2학기, 합창대회는 그녀의 존재를 부각 시킵니다. 바로, 하트의 연주자_신페이의 표현을 빌자면)인 것이죠.
학교에 나오지 않던 다마치 가호가 피아노를 치고 스물네 명 클래스 메이트가 다 함께 합창 경연 대회에 나간다. 리쿠가 낸 그 아이디어는 후가가 스마트폰에 녹음한 반주로 연습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만 돋보이려고 지휘봉을 잡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만 돋보이려고 지휘봉을 잡는 것과도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내가 돋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것. 클래스 메이트 2학기 47P, 신페이.
"필요해" 그 한마디에, 가호가 끄덕였습니다.
누구나 남에게 격려 받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싶어 한다. 2학기 134P
아뇨, 누군가는 격려 받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아니, 내가 꼭 있어야 할 자리, 그게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가호는 내 자리가 없어서 그렇게 겉돌고 학교를 빠졌던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리가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스물네 개의 의자도 존재했던 것이고요. 그렇게, 2학기는 조금 더 깊어집니다. 아주 많이는 아니라도, 여학생들은 또 그들끼리, 남학생들은 그들끼리 또, 서로의 호감으로 말입니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은 조금씩 알아갑니다. 이제야 익숙해진 후는 반은 또다시 헤어지고 반은 같은 반이 되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지금 제각각의 자리가 아닌 스물네 자리를 둘러보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반장 히로가, 그래서 왜 모든 것이 스스로 알아갈 때쯤 풀렸는지도 이젠 어렴풋이 알 것만 같습니다.
1학년 A반은 스물세 명이 달려 스물세 명이 골인할 것이다. 스물세 명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스물세 명이서 서로를 칭찬할 것이다. 오래전부터 내내 스물세 명이었다는 듯이.
나는 거기 없는데.
나는 여기 있는데. 이곳에.
-나는 여기 남겨져 있는데. 2학기 본문 236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상태에서 클래스 메이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타루는 한 걸음, 또 한걸음 그 밝음 빛들을 향해 다가갔다. 247-248
그렇게, 스물네 명의 꽉 착 1학년 A반의 2학기가 끝나 갑니다. 그들에겐 2학년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아니, 그들은 이미 "클래스 메이트"에서 "친구"로 다른 반이 됐다 해도 그들만의 3학기를,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모리 에토는결코 조연은 없다,라는 느낌으로 스물네 명의 이야기를 연작 형식으로 써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장점도 있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해, 기존의 방식의 소설에 익숙하다면 이 성장소설의 너무 짧은 에피소드에 조금은 놀랄 수 있습니다. 제 경우가 그랬으니까요. 다음 회차에 분명 그 인물이 나오고, 나는 전지적 시점으로 알고 있고. 그런 것들은 좋았습니다만 되려 "깊이"는 조금 아쉽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미나는 어찌 됐을까?라는 궁금증은 독자들에게 맡긴, 재치도 보였지만요. 성숙하지 않은 미성숙, 거기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은 크게는 아니라도 잔잔하게 웃을 수는 있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우리나라도 그럴까요? 처녀성 운운.. 은 살짝 놀라웠습니다^^;;(고1도 아닌데..) 하지만, 그만큼 그 아이들을 조연으로 내세우고 싶지 않음, 누구나 주인공임을 보여주긴 했습니다. 그들은, 조금 느린 자전거부터 시작을 하겠죠 이제. 그 자전거는 말이죠, 의외로 한번 배우면 잘 잊어버리지 않는답니다. 지금, 그 자전거를 배우는 청소년기의 문턱에서 잠시 제 기억도 더듬어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