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기억의 세계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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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어쩌면 아주 짧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10여 분 사이, 기억을 잊고, 잃어버리는 "대망각"의 세계가 도래했습니다.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찰나, 인간의 생존력은 대단함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그래서 "지성"이라 불린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새, 스스로는 오래 기억하지 못하기에 "메모리 칩"이란 것에 의존하는 세상을 또 맞이합니다. 대망각은 그렇게 인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기억이란 것이 그렇게 또 인위적일까 싶으면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잊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또 묻습니다.


기록은 마음 자체가 아니야. 기억과 뇌가 만나면서 거기에 비로소 마음이 생기고 영혼이 깃들지."본문 226p

저 말이, 정답일까요? 누군가의 말처럼, 추억은 힘이 없다지만 아니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그걸로 버텨내고 살아갈 힘을 얻으니까요.







이야기는, 1부 바로 대망각의 즉, 10분마다 사라지는 기억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부, 드디어 장기기억을 상실한 이들이 풀어놓는 이야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시작됩니다. 하나의 에피가 전혀 연결고리가 없듯 보였는데 어느새, 깨어진 것들을 맞추다 보면 아주 희미한 그 뭔가의 밑그림이 보일 듯 말 듯 한 그 묘한 느낌을 선사했습니다. 가끔씩, 생각합니다. 만약.. 이 세계 말고 다른 세계가 또 있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곳은 또 어떤 곳이고, 나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합니다. 왜냐하면,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_라는 아주 간단한 말이 답일 수도 있지만, 또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그가 선사한 세계, 어떨까요?


문명이 저지른 잘못을 또 다른 문명의 힘으로 억지로 수정하지. 그 결과 또 다른 잘못이 일어나고. 이런 일을 되풀이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야. 본문 233p, 모리나가, 니나에게.



그 말을 한 사람, 은 필사적으로 기억을 남기려고 했던 사람, 대망각의 시대 속, 모리나가였습니다. 그런 그가 바뀌었습니다. 무엇이 그를 바뀌게 만들었는가는 나오지 않았고. 다만, 바꾸려고 하면 할수록 결과는 하나를 얻고 하나를 버려야 하고, 그리고 또 나아가는 듯하다가 더 큰 잘못이 뒤따라 오고, 그런 것이란 걸 알아버렸는지 지쳤는지는 모르겠지만습니다만 그가 메모리칩을 하지 않은 이유, 그 시간 속에서 어쩌면 스스로가 계속 묻고 있었을 겁니다. 기록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요. 하지만, 그럼에도 또 누군가는 기억이 꼭 필요하니까요.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도, 그리고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세상도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1부인 대망각 시대에서는 조금 도돌이되는 느낌이 있어 과연 2부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싶었는데 여러 에피소드이면서 하나인 그런 것들,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월드" 란 것은 지구는 둥글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뫼비우스의 띠면서 또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소설만이 들려줄 수 있고 풀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메모리칩으로 벌어지는 그 이야기들은 여러 색이면서 또 아닌, 무지개이면서도 7가지가 아니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조금은 뻔하지 않을까 싶은 이야기들이기도 합니다. 고작 10분의 기억,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명제 앞에서 빠르게 만들어낸 칩, 그리고 그 후 적응해 버린 인간들의 이야기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라고 하는 순간 또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시계 토끼에게 홀려 그 이상한 나라로 가서 만난 사자와 허수아비, 그리고 깡통로봇의 이야기처럼 그렇게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말합니다. 모리나가가 왜 저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답을 가장 마지막에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_ 당신은 당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면 됩니다. _라고 무책임한 듯하지만, 결국은 최선의 답 혹은 더 어지러운 답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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