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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이름과 얼굴이 둘입니다. 사토 에리, 그리고 가와사키 사키코. 물론,
새 인생을 살기 위해서 성형을 하고, 이름도 개명할 순 있지만 자신의 삶 자체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지는 않습니다.보통은 새 인생을 살기 위해서인 경우도 있으나 다들 더 나은 삶을 위해서지 "복수", 그것도 증오할만큼 미워하는 사람의 아내가 되면서까지 말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절망의 끝에서 사키코는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 같이 서 있던 사람으로 변합니다. 그 절망이란 벼랑에서 왜 죄없는 남편이 죽고, 내가 죽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 살인범은 뻔뻔하게 웃으면서 아무런 죄도 받지 않고 잘 사는데 말입니다.
* 약스포 있습니다..

지금의 삶이 지옥이라면,또다른 삶인 불지옥을 선택했습니다. 남편의 복수인지 혹은 내 복수이고, 세상을 향한 복수인지 모를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삶이 그렇게 순순히 내 편이 아닌 것도 그리고 가끔은, 그 남편 혹은 복수의 대상인 히데오의 말처럼인 것이 또 인생일지도 모릅니다.
"파편은 생각지도 모산 곳까지 날아간단 말이야.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라게 할 때가 있어. 위험천만하지. " 11p. 히데오.
증오란 파편이 가져다 주는 건, 의외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런 감정 없이가 아닌 그 뼈가 시리도록인 감정은 그래서 위험한 것이기도 합니다. 증오의 파편은 아슬아슬하게도 그 마음을 베이게도 합니다. 그 지탱해 왔던 마음이 무너져내려가는 순간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면서도 또 가장 무뎌지는 것은 잘 모를 때도 많습니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증오해야 하는 상대를 곁에 두고 충동을 억느르며 사랑하는 척해야 하는 건 지옥이나 다름없다.
결코 저물 리 없는 증오라는 태양에 온몸이 타들어 갔고 절망의 사막에 맨발이 달구어졌으며 분노의 화염이 몸속에서 이글이글 타올랐다.
하지만 나는 이 작열하는 지옥 속에서 악착같이 나아갔다. 본문 149, 사키코.
복수의 순간, 가장 기다려온 순간이 점점 다가옵니다.
이제 지옥불 속에서 더 떨어질리 없는 나락에서 그냥 불타 죽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하는 사키코.입니다.


이야기는, 상당히 가독성을 띱니다. 정말, 2시간짜리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뭔가가 아쉬웠습니다. 제 경우는, - 사키코의 감정의 섬세함에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녀가 그 남편이 다다토키를 그렇게까지 사랑했던가? 그녀가 성형을 하면서까지, 이름과 삶을 바꾸면서까지일까? 싶으니 갸우뚱해지는 구석인 것입니다. 다다토키와 사키코는 어려울 때 만났고, 서로 사랑했고 그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았지만 말이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키코는 그래서 살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무언가 아무 것도 남겨진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다만, 전남편과 살아갔던 그 시기가 행복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었던 그녀였기에 말입니다. 그러니 그 사랑이 그렇게 불나방처럼 불속으로 뛰어들어가야만 했냐면 아마도 그녀는 삶의 이유를 찾고 싶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하필이면 그 방법이 복수였을 뿐, 인 것이었죠.

작가, 아키요시 리카코는 <성모>로 이름을 알렸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절대정의>를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정말 맛있는 고구마가 계속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에리가 사키코임을 밝히면서 변해가는 그 심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랬듯 그 하나 허전한 그 무엇, 이라고 생각할 쯤의 그것은, 저는 조금은 반칙성이지 않나, 싶었습니다만 통쾌함보다, 기묘한 쓸쓸함이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굳이 작가는 제가 느낀 그 아쉬움에 대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 이런 여자의 삶, 이해가 안 가더라도 또 그렇게 살아가는 여자도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굳이 독자들의 이해보단 그녀의 삶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어쩌면 그리도 가독성이 좋게 읽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갑니다. 작열하는 태양은 옷을 벗깁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 그 따뜻한 태양이 어찌 변할 지 혹은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그녀가 다 가렸다고 생각하지만, 차마 가리지 못한 입에서 나오는 그 입김은 어떨지 말입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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