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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주, 참 이상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말입니다. 오늘 제가 읽은 이야기도 그런 이야깁니다. 조금, 개방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란 사라사에게 어쩌면 또 조금 힘든 일이 다가왔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사라사는 조금은 특이한 색을 지녔다할 지라도 묻혀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이 몰고온 파장은 아주 컷습니다. 그 행복이란 것이, 마치직물조각으로 짜여져 있던 실 한 올이 풀리면서 다 풀어져버린 것만 같았으니까요. 그리고, 사라사의 뜻과는 상관없이 이모의 집에서 지내게 됐습니다. 아직, 그녀는 보호자가 필요할 나이였으니까요
네, 그 또래의 여자 아이가 아주 싫은 경험이 다가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고 그래서 어느 날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로리콘"이라 불리는 후미의 단 한 마디에 따라갔을 뿐입니다. 그리고 사라사는 다시 행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관계가 오래갈 리는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행복이란 것이 마치 사라사를 방해하듯, 그렇게 후미와 헤어지게 만들었습니다. 후미는, 자신에게 행복을 준 사람이지만 "로리콘, 유괴범"이 돼 있었고 사라사는 "유괴당한 여자 아이"가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은 많이도 달라졌습니다. 더이상 사라사는, 행복하게 부모님과 함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후미와 함께 그의 깨끗한 아파트에서 응석이나 부리며 꼼지락거리던 시절과 이별해야만 했습니다. 이별만 했더라면, 다행일 겁니다. 그녀를 보는 눈이 달라진 세상, 사라사는 자신의 색을 저 깊숙히 숨겨버렸습니다. 동정이 아니라 그 이상한 눈들.자신은 행복했는데 바라보는 눈들은 그 "불쌍하고, 몹쓸 짓을 어려서부터 당한 아이" 로 낙인을 찍는 것 같았으니, 색따위는 숨기고 싶었고 다만 미안한 마음을 저 깊숙히 숨기고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또 우연인지 혹은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는 것인지 자신의 유괴범으로 낙인 찍힌 후미를 만났습니다.
씨실이 날실을 만났을 때, 날실이 씨실을 만났을 때, 촘촘해지면서 화려해지기도 합니다. 설령 그게 나중에는 평범하게 될 지라도 말입니다. 사라사가 후미를 만났을 때,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관계기도 했고, 그녀에게 스톡홀롬 증후군이라 하기도 했지만 그런 것 따위 상관없었습니다. 평범하게 살 수 없지만, 또 그렇게 살아가려던 사라사가 빛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시 반짝거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_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는, 당신들에게서 자유로워지고 싶어. 어설픈 이해와 상냥함으로 나를 칭칭 옭아매는 당신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 내 방 창 너머로 크게 성장한 물푸레나무가 보인다. 성장이라고는 하지 않는 이상한 물푸레나무 대신, 우리 집에 뿌리를 내리고, 창문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 귀마개를 사서 밤에 꽂고 잤다.
그리고, 그들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까요..?
이 소설, <유랑하는 별>은 재미있다면 믿을만 하다는 서점대상을 받은 책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도 그들을 보는 "배려만 가득한 눈"이 돼, 실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우리는 각기 누구를 다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라, 되려 끄덕인다면 아마 사라사의 말처럼 그저 어설픈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압도적 필력이라곤 했지만, "가독성"은 좋았으나 필력이 좋았다, 라고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만, 마지막 의외의 후미의 이야기는 어설픈 배려따위는 걷더라도 많이 아파왔고 그제서야 사라사도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나중에 풀어질 수 있을 지 몰라도 지금은 정말 잘 어울리는 날씨과 씨실, 씨실과 날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전혀 다른 듯 하지만 다르지 않은 건 아마도 그들의 상처가 조금 다르게 "부모의 외면"에서 혹은 "어머니의 외면"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 포근하던 품은 얼음처럼 변하기도 하니까요. 사라사가 즐겨먹던 그 아이스크림처럼 말입니다. 그렇게까지 서점대상이라서 아주 기대를 안고 먹었던 아이스크림이 조금은 덜 맛났다고. 말입니다. 조금 단조로운 구성, 그 안에 많은 빛깔을 담아내려고 해 많은 이들은 맛났는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좀 덜 맛있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