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는 오래전 아마도 그 누군가와 해돋이를 본 적은 있을테지만 

내 기억은 어느 시점에서 멈춰버린듯,  2012년의 시작은 모든게 새로웠다.


구름과 안개로 뒤덮인 새해 아침, 산책 삼아 남산에 오른 일은 머리를 쓸어주고 싶을 만큼 잘한 일.

해뜰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포기하지 않고 잠시만 더 기다려 보자고 그 자리를 지켰던 일은 엉덩이를 두드려 주고 싶을 만큼 또 잘한일.

바로 그때 거짓말 처럼 저 산너머 붉디 붉은 해가 떠올랐다. 서서히.




어머, 세상에.. 

이래서 사람들이 해돋이를 가는구나. 그래서 밀리는 도로를 뚤고 추운 밤을 지새워 동해안으로 산꼭대기로 올라가는구나..

내가 따뜻한 이불속에서 겨우 일어나 텔레비젼으로 보았던 해를 어쩌면 그래서 아무 감정이 없었던 해돋이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한 십분이 지났을까, 거짓말처럼 떠오른 해는 또 거짓말처럼 구름속으로 사라졌다. 

그때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을 위한 선물같이 해는 잠깐 동안만 얼굴을 내밀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무엇때문에 울컥했는지 잠깐 눈물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이상하고 벅찬 기분이였다.


(엄청) 추운날 해돋이를 위해 시간을 내고 어디로 가서 무작정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해는 오늘도 뜨고 내일도 뜨고 모레도 뜨니깐. 똑같은 '해'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젠 그 차이를 알겠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는 분명 다르다. 그래서 내년에도 새해 첫날은 해돋이를 위해 그곳으로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저녁 무렵엔 올 겨울 첫눈이 내렸다. 함박눈. 

새해 첫 출근길의 도로 사정은 모르겠고, 그저 새해 첫날에 내려진 첫눈이 반갑고 고마웠다. 

나중에 보니 첫눈도 아주 잠시 잠깐 내렸던 터라, 몰랐던 사람들도 많았다. 



모든게 새롭고 신기한 새해 첫날이였다.

시작이 나쁘지 않았다. 좋았다.




2012년 올해의 첫 책은 버네사 디펜보의 '꽃으로 말해줘'. 

'엉겅퀴'를 읽었고 다음 이야기 '흰장미'가 너무 궁금해 환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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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1-0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장하지 말아요! ㅎㅎ

레와 2012-01-02 13:12   좋아요 0 | URL
^^

참, 내 책엔 그 예쁜 책갈피가 없었어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