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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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목적은 권력, 언어의 규제, 이중사고, 텔레스크린...


읽어보지도 않고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책들이 있다.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의 모습을 그린 [1984]가 내겐 그랬다. 다른 많은 책에서 다루고 있기도 하고 이미지들이 많이 인용되어 쓰이기도 하고. '판옵티콘'의 예로 '텔레스크린'을 들어가며 진행했던 수업도 들었다. 스토리는 다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훨씬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해주고 있어서 한 방 먹은 기분이 들었다.


권력, 계급, 전쟁, 역사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을 거듭하며 읽었는데 더 놀라운 건 이 소설이 1949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1949년에 한국에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떠올라서다. 실제로 읽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과두정치적 집단주의의 이론과 실제>라는 가상의 책의 내용은 내가 지금껏 읽어본 어떤 정치 사상 이론서보다도 적나라하게 인간 사회의 권력 구조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게 또 놀라웠다. 인간의 내면과 기억, 역사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사유의 측면이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높은 성취를 보여주는데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읽는 내가 '윈스턴'의 입장이 되어 몰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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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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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트를 켜고 야간 운전을 하는 사람처럼, 불빛이 닿지 않는 시야 밖 상황이나 관계를 종종 까맣게 읽어버리기도 하는. 그리고 그게 주위 사람들을 얼마나 서운하게 만드는지 모르는 녀석이었다.' - 253p. <호텔 니약 따> 중에서


이제는 훨씬 더 잘, 김애란을 읽을 수 있게 됐다. 누군가 한국 문단에서의 모범생으로 김애란을 들며 이야기했던 생각이 나는데-아니, 그건 김연수였나? 하지만 초창기 김연수 소설과는 별개로 김애란의 소설이 범생이 같은 구석이 있어서 그렇게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김연수 소설에 대해서는 몇번이고 이야기했던 것 같지만 다음에 내키면 다시-문창과에서 소설을 전공한 내가 보기에도 딱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안정적이고 재미있지만 설정 그 뿐인. 매주 읽어야 하는 서너 편의 습작들과 비교했을 때 뚜렸하게 큰 감동을 주진 못했다. <성탄전야>같은 작품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박민규의 <갑을고시원 체류기>만큼은 아니잖아. 김애란의 참신함을 세대 감각으로 이미 가지고 있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익숙하고 반갑지만 조금은 만만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의 경우에도 설정이 앞선 듯해 마뜩치 않았다.


간만에 읽은  김애란의 소설집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훨씬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단순히 소재나 설정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편편마다의 서술 방법. 다양한 캐릭터를 구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피상적인 사건이나 행동을 드러내는 대신 내면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느새 귀 기울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과연 내가 아는 이야기, 내가 지나쳤던 이야기,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겠지. 마냥 스무살인 것처럼 굴다가 솔직하게 스스로의 나이를, 시간을, 경험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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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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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작가의 말 중에서

 

카밀라 포트만의 이야기 속에는 지은과 희재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쓰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말하고 있는 이야기. 그런데 너무 길지 않아? 아무래도 산만한 것 같아(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숨겨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동원된 장치들이 너무 거추장스럽다. 줄곧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숨겨진 이야기가 가슴 깊이 와 닿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쓰지 않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면 2010년 문학동네 계간지 봄호에 실려있는 이기호의 단편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이 있다. 차와 사랑에 빠진 삼촌의 이야기, 하지만 삼촌도 삼촌의 사랑도 이야기되지 않는다. 화자에게는 삼촌이 사랑했던 후진이 안 되는 고물단지 차와 차계부가 있을 뿐이지만 나중에 씌여지지 않은 그 이야기를 내가 떠올릴 때의 남다른 감동이 각별했던 소설.

 

김연수의 전작 [내가 누구든 얼마든 외롭든]에도 있었지 그런 거. 진술이 아니라 묘사라면, 그 묘사가 만들어내는 것이 대상이 아니라 공간이라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비워야하는 부분이 있을테고, 비워진 공간을 매력적인 곳,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들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기능하는지.

 

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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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 김유진 소설집
김유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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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가 희미한 형태들이 주는 모호한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나는 감정을 가진 형태를 풍경이라 부릅니다." 77p

한없이 조용하고 느리고 투명한 채로 어쩐지 슬프다. 그녀는 단호한 미문으로 모호한 정서를 실어나른다 -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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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아크로폴리스
세계사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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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 소설을 모으고 있는데 초창기 작품 중에서는 [베티를 만나러 가다]가 가장 좋은 듯. 나머지 책들은 워낙 귀해서 도서관에서도 좀체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사만 원이라니. 한 십 년 뒤에는 얼마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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