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과 그 적들
조영일 지음 / 비(도서출판b)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나의 비평은 그들에게 있어서 소리에 불과하다. 그 소리란 오직 하나, "기존의 시스템에 자신을 적응시킬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 걸맞은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이다. 문창과에 진학하여 문학청년 흉내나 내면서 해마다 신춘문예병을 잃을 것이 아니라, 기존의 문단에 편입되기 위해 어른이나 선배를 공경하는 예절을 배우며 '세상사는 이치'를 깨달아 갈 것이 아니라, 메이저 문예지에 글을 쓰고 메이저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기며 나랏돈을 용돈 삼아 살아갈 것이 아니라, 문창과 교수가 되어 소설을 쓰지 않고도 문학인으로 행세할 행운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구태의연한 이 모두를 단호히 거부하고 당신들의 문학 공간(동인지든 잡지든 웹진이든)에서 당신들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문학정신에 입각하여 한국 문학공간의 틀을 완전히 뒤집으라는 것이다. 이런 각오 없이 그저 열심히(그리고 노련하게) 기존 시스템으로의 편입만 노리는 문학 지망생들에게 한국문학은 합정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들은 시스템으로의 흡수를 자신의 능력으로 착가하면서 자신을 판 대가로 획득한 '아름다운 영토'에 만족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 오고 있으며, 또 앞으로 올 그대들이여, 한국문학은 당신들의 손에 있으니, 한국의 문학청년들이여 단결하라!  

2009. 2. 11 조영일  

조영일, [한국문학과 그 적들], 도서출판 b 2009 서문에서  

한국문학에서 시스템으로서의 비평의 역할에 대한 저자의 도발적인 이야기들이 자못 흥미로움. 문단 비평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이유를 문예지 중심의 문단문학 시스템에서 찾고 있고 동시대의 문학 담론, 작가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은 폐기되어 마땅한 시스템인가? 그의 선동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에 대한 고민에 우선해야하는 것은 창작자 '자신'이 가진 이야기라는 생각. 좋은 이야기, 매력적인 이야기는 시스템 안과 밖, 어디에서나 유효한 법이니까. 제도와 권력이 특정 집단의 이해를 위해 시장을 컨트롤할수도 있다고? 하지만 필자가 지적하듯이 그러한 비평권력도 독자들의 신뢰를 저버린다면 유효할 수가 없다. 스스로를 옥죄는 꼴. 책 후반에서 문학과 민주주의를 말하는 부분은 더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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