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일상 토크쇼 <책 10문 10답>
1) 당신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을 알려 주세요.
한번도 책을 보면서 뭔가 먹고 싶었던 적은 없었지만 함순의 <굶주림>만은 다르다. <굶주림>을 보면서 얼마나 풍성한 음식이 먹고 싶었는지... 쫄쫄 굶어대는 주인공의 행적을 쫒을 때마다 배가 고파 피로해지기 까지 했다. 제발 좀 먹어라! 고 소리치고 싶을 만큼. 정말 책 소개에 나오는 말대로 <불가사의한 굶주림>의 행렬이다. 읽는 내내 종이라도 씹어먹고 싶을 지경이었다. 뭐라도 먹으면 안되겠니? 그렇게 굶으면서 글을 써야 불후의 명작이 나온다니? 응?
<아무런 맛도 없었다. 뼈다귀에서는 썩은 피의 숨이 막힐 듯한 냄새가 나서 곧 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또 뜯어 먹어 보았다.>
2) 책 속에서 만난, 최고의 술친구가 되어줄 것 같은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늘 그렇듯이 조르바! 그리고 윤대녕의 모든 여인들! 조르바야 여자인 나를 술친구로 상대도 해주지 않겠지만,, 난 그에게 좋은 술친구가 되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윤대녕의 모든 소설에 등장하는 여인네들! 좋은 술친구라기 보다.... 술마시며 혼내주고 싶은 맘이 더 강한... 느희들은 좀 맞아야돼~ 꼭 그렇게 분위기를 잡고, 알듯 모를 듯 한 말로 홀리고, 불현듯 사라지고.. 그러지마라~ 그래야 폼나 보이니? 응?
3) 읽는 동안 당신을 가장 울화통 터지게 했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정말 울화통이 터지다 못해 왕짜증이 밀려오는 주인공들이시다! 게다가 난 왜 한 여름에 이런 소설을 읽었던 걸까? 세상에나 제목 그대로 <모래의 여자>다! 모래구덩이에 사는 여인에게 붙들려 빠져 나오지도 못하고 흘러내리는 모래를 퍼내며 갇혀 살고 있는 남자라니!! 아 왜~ 도망도 못가냐고요~~ 도망을 가긴간다. 별 웃기지도 않는 꼬락서니로 잡혀오니 문제.. 아, 잠깐 소개만 했는데도 또 극심한 울화통이...
4) 표지를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표지는 책의 얼굴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표지/최악의 표지는 어떤 책이었는지 알려 주세요.
최고의 표지!!
부흐홀츠의 그림들!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 그리고 존 버거! 말이 필요없지 않은가...
반면.....
두둥~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워터멜론 슈가에서>!! 예전 민출판사에서 나온 멋지디멋진 표지를 어떻게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수가 있는지... 정말 너무 싫다! 수많은 일본 소설들의 토나오는 과장된 일러스트들도 너무 싫지만 그 모두를 불러 모아도 재 출간된 이녀석을 이길 수 없다... 욕이 안나오면 다행.. 정말 땅을 치고 울일이다. 왜! 제목도 걍 <수박당>이라고 하지! 그게 표지랑 더 어울린다!!
5) 책에 등장하는 것들 중 가장 가지고 싶었던 물건은? (제 친구는 도라에몽이라더군요.)
뭐니뭐니해도 순간이동이 아닐까? 특히 나같은 길치에게는 더욱 필요한 것이 순간이동 능력이다. 게다가 애까지 하나 딸리니 이건 뭐 길치에다 더 느려지고 둔해 진듯하여 순간이동의 능력이 절실하다! 근데 이런 이벤트 하면 누가 순간이동능력을 나에게 주려나?
6) 헌책방이나 도서관의 책에서 발견한, 전에 읽은 사람이 남긴 메모나 흔적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역시나 이미지가 없군...
<예술과 영혼>이라는 르네위그의 책이 있었다. 오래전 중고서점에서 구한것인데 잊고 있다가 읽으려고 표지를 펴니 <마지막인 너를 위해...>라고 써있더라. 그게 만남의 끝을 의미하는 건지, 생의 끝을 의미하는 건지 한참동안 궁금해서 잠못 이뤘었는데... 전화번호라도 써있었으면 아마 전화해서 물어봤을 거다 분명... 아직도 미스테리...
7) 좋아하는 책이 영화화되는 것은 기쁘면서도 섭섭할 때가 있습니다. 영화화하지 않고 나만의 세계로 남겨둘 수 있었으면 하는 책이 있나요?
제임스 미치너의 모든 소설들. 우리에게 소개된 책은 몇권 없지만 그의 모든 글과 소설들은 나만 보고 싶을 만큼 훌륭하다. 이런 좋은 작가는 영원히 숨겨두고 싶은 욕심이 든다. 음.. 이런 비밀을 말해도 되는 건가?
8) 10년이 지난 뒤 다시 보아도 반가운, 당신의 친구같은 책을 가르쳐 주세요.
등등... 헤르만헤세의 소설들, 읽어도 읽어도 오래전 친구를 다시 만난듯 기분 좋고 행복해진다. 오랜 시간 읽고 있으면 오랜시간 좋은 이야기를 나눈 듯 따뜻해지고, 몇 페이지만 조금 읽어도 잠깐 즐거운 대화를 나눈듯 편안해진다. 날이 가고 해가 갈 수록 그들이 하는 말은 조금씩 달라진다. 다음 10년 후엔 그들이 나에게 어떤 말을 들려줄까?
9) 나는 이 캐릭터에게 인생을 배웠다! 인생의 스승으로 여기고 싶은 인물이 등장하는 책이 있었나요?
호어스트의 글을 읽으면 세상이 즐거워 진다. 헤세의 책이나 카잔차키스의 책에도 물론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 분들이 넘쳐나지만 진지함은 유쾌함을 이기지 못한다. 어차피 삶의 마지막은 농담으로 끝나는 것 아니던가! 그러므로 나는 호어스트의 유머를 스승으로 모실란다.
10) 여러 모로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 가서 살고픈, 혹은 별장을 짓고픈 당신의 낙원을 발견하신 적이 있나요?
루트리프의 <수요일의 여자 사우나>! 나도 홀딱 벗고 수요일마다 그녀들이 있는 곳에 가고싶다. 그녀들의 입김이라면 고단한 삶은 물론 지루한 삶마져 싹~ 사라지고 말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크리스토프 바타이유의 안남! 아름답고 아름다운 소설 <다다를 수 없는 나라>! 마지막에 백인 선교사들이 사랑을 나누고 잠들어 있는 모습의 감동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