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험가들 모중석 스릴러 클럽 8
데이비드 모렐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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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폐쇄된 공간 속으로, 멈춘 시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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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뜸의 거리
코노 후미요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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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은 너무 얇고 책값은 너무 비쌌다. 그래도 들어가야 할 이야기는 다 들어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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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라 기담문학 고딕총서 8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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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은 어떤 걸까? 내 눈 앞에 남-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의 일기가 놓인다면 선뜻 손이 갈 것 같지 않다. 그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괜스레 부담스럽고 피곤할 거 같아서다. 알고 싶지 않다, 나 아닌 남의 내밀한 이야기따위는.

 

『오를라』의 책장을 덮자, 모파상의 아주 개인적인-이를 테면 일기 같은-이야기를 훔쳐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린 듯한 꺼림칙함이 남는다. 이런 생각은 43년을 살면서 편두통으로 시작하여 우울증, 정신착란 그리고 환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통에 시달렸고, 결국은 마흔 두 살에 자살을 기도하고, 그 다음 해에 정신병원에서 삶을 마감했다는 작가의 생애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 말미에 붙은 작가의 생애를 읽기 전에도 [오를라], [자살], [에라클리위스 글로스 박사] 등의 단편을 읽으며 조금씩 마음에 흘러들던 생각이었다. 그러니... '모파상'이라는 한 개인이 궁금하다거나, 남이 쉽게 꺼내보이지 못하는 이야기를 열어젖히고 싶은 기운 좋은 독자라면 일독하셔도 괜찮지 않을까.

 

『오를라』는 미치거나 미치기 직전인, 혹은 죽거나 죽기 직전인 주인공이 들려주는 8편-[오를라]는 같은 이야기의 1판과 2판이 실렸으니-의 이야기다. 살인자의 박제된 손을 갖게 된 남자가 알 수 없는 존재에게 목을 졸리는 폭행을 당하고, 결국 미쳐버리는 [박제된 손].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오를라'라는 존재를 너무도 분명하게 인식하는 남자가 역시나 그 존재로 인해 미쳐버리는 [오를라].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개 코코트를 돌에 묶어 강에 던질 수밖에 없었던 한 마부의 이야기인 [마드무아젤 코코트]. 아무도 오갈 수 없는 깊은 겨울 산에서 홀로 산장을 지키며 미쳐가는 남자가 나오는 [산장]. 타인이 보기에 죽음의 이유가 분명치 않았던 많은 자살의 비밀을 풀어줄 만한 [자살]. 한 여자에 대한 너무 '무서운 사랑'을 보여주는 [무덤]. 아무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윤회론 속에서 미쳐갈 수밖에 없었던, 그러나 정신병원에서 행복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너무 똑똑했던 남자의 이야기인 [에라클리위스 글로스 박사].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도덕이라는 사슬을 묶고 사는 인간에게 피묻은 칼을 들이대는 한 여인네의 슬픈 수술을 보여주는 [어린아이]가 그 8편이다.

 

대부분의 이야기에는 미치거나 머지않아 미치게 될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들이 미치고 우리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그들이 미쳤다면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일까? 작품에 등장하는 그들은 미쳤다기보다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문제라면 그들의 공포는, 두려움은, 누구에게도 이해받거나 도움을 구할 수 없는 너무 쓸쓸한 것이었다는 거다. 그러니 그들은 사람들에게 미치광이로 오인되거나 정말 미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몰리는 것이다.

 

『오를라』는 모파상이 품고 있던 공포와 고독을 너무 많이, 너무 잘 보여준다. 그래서 읽고 나면 편편찮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간은 '너무 이른 파괴'에 언제나 몸과 마음을 도사린다. 이것은 결국 두려움을 불러들인다.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스스로도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을 만나면 인간은 고립된다. 타인에게 이해받을 수 없고, 도움을 구할 수 없다는 고립이 역시 두려움을 불러들인다. 어쩌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고립과 공포는 그들 스스로가 불러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예민하고 너무 복잡한 그들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약해질 때가 있고 예민할 때가 있다. 누구든 자기 안에 고독이나, 고독이 불러들일 두려움의 자리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들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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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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黑笑, 검은 웃음, 블랙 유머…. 유머러스하나 그것이 검다면 결국 부조리한 현실과 그 안에서 피에로 혹은 코미디언이 되어 웃지 못할 웃음을 만들어내는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 이 작품은 철저하게 현실을 뒤틀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를 비웃고 있다. 그런데 이 뒤틀린 현실이 전혀 허황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한 걸음을 내딛으며 책을 펼치면 이건 우리 현실을 그대로 옮겨온 검은 사실주의가 된다.

 
모두 13편의 단편이 들어있는데 그 중에는 연작처럼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 출판사인 규에이사와 작가, 작가 지망생들의 모습을 그린 [최종심사], [불꽃놀이], [과거의 사람], [심사위원]이 그것이다. 이 작품은 문학상에 목을 매는 작가들과 작품 외적인 온갖 상황들이 고려되어 수상자가 정해지는 문학상의 모습, 작가 '선생님'이 되길 꿈꾸는 풋내기 작가, 작가와 작품을 그저 판매고를 올리는 히트 상품으로만 대하는 편집자들과 연구와 공부 없이 자기세계에서 기고만장한 작가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작품에는 이들의 생각이 가감 없이 표현되어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어리석고 추하다. 그러나 다시 살펴보면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 그들을 비난할 수가 없다. 그저 쓴 웃음을 짓게 될 뿐이다.

 
또한 발상을 전환하여 비도덕적이고 비논리적으로 흘러가는 사회 현실을 꼬집는 작품도 있다. 대표적으로 [임포그라]와 [사랑가득 스프레이]를 들 수 있다. 임포그라는 비아그라의 반대쯤되는 약이다. 이런 약을 도대체 누가 살까? 과연 판매가 가능할까? 사랑받지 못하는 아우라 풍기기 부문 세계 챔피언인 남자의 향기를 스프레이로 담았다. 사랑받지 못하는 스프레이를 원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걱정마시라! 이 제품들은 날개 돋힌 듯이 팔려나간다. 어째서? 글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 본다면 당신도 충분히 이 제품의 훌륭한 세일즈맨이 될 수 있다. 이걸 파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다.

 
개인적으로 [신데렐라 백야행]이나 [웃지 않는 남자]같은 몇 작품은 다른 작품에 비해 才氣가 부족하게 느껴졌고, [기적의 사진 한 장]은 다른 단편들과 이야기의 초점이 좀 안 맞는 것 같았지만, 전체적으로 작가의 발상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을 조금 뒤틀어 보여줄 뿐인데 독자는 현미경으로 확대된 일상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머리카락 한 올을 뽑아 현미경을 통해 바라본다면 그건 더 이상 머리카락이 아닌,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것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머리카락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흑소소설』은 우리 인생을 슬라이드글라스 위에 올려놓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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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경제, 공정 무역
마일즈 리트비노프.존 메딜레이 지음, 김병순 옮김 / 모티브북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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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은 양극단을 달리게 되었다. 자기 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시달리는데도 식량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어나는 일이다. 경제학자들이 내세운, 모든 나라가 자기 나라에 가장 적합한 상품과 용역을 생산하고 그것을 거래한다면 결국 모두가 이익을 볼 것이라던 비교 우위론은 갈수록 국가 간의 격차를 벌이고 있다. 책은 300년 전에는 나라들 사이에 소득 격차가 거의 없었지만 21세기가 시작되면서 그 격차는 100대 1로 늘어났다고 말한다. 국제 무역은 더욱 자유화를 향해 가고 있지만 그럴수록 제3세계의 가난은 심화된다.
 
공정 무역은 다국적기업이나 중간상인들에 의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이익을 강탈당하는 제3세계의 노동자와 농민을 지키기 위해 시장가격과는 상관없이 그들의 생산품에 대해 사회적 초과 이익을 붙여 일정 정도의 가격을 보장해준다. 책은 우리가 공정 무역 제품을 사야하는 50개의 이유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말한다. 여기 소개된 50개의 사례는 공정 무역이 그저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우며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다는 걸 알려준다.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정 무역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더 많은 문제, 정의로운 무역의 필요성과 인권 존중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로 확대된다. 더불어 공정무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구실에 대해서도 대립되는 양쪽의 주장을 모두 들려주어 공정 무역과 관련된 다양한 논점을 독자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농민들은 커피, 바나나, 코코아, 면화를 재배하지만 대기업의 플랜테이션 안에서는 최소한의 생계조차 보장되지 않았다. 더러운 환경과 농약 때문에 건강도 지킬 수 없었다. 자신의 농장이나 농토를 갖고 있는 농민들도 다르진 않다. 변화무쌍한 세계 시세에 앞날을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중간상인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공정 무역 단체들과 연결되어 사회적 초과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이들에게 집을 주었고, 음식을 주었다. 마을에 도로를 닦고, 우물을 만들고,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열 수 있도록 도왔다. 이들은 품질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농약을 치지 않는 양질의 농산물을 수확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한다. 결국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좋다. 

동남아시아의 노동자들은 다국적 기업을 통해 판매되는 공을 만들고, 카펫을 만든다.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공장으로 끌려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종일 바느질을 한다. 공정 무역은 아이들을 고용할 수 없게 제한하고 노동자들이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공정 무역은 관광 산업까지 연결되어 있다. 자기네 땅을 관광객들에게 내어준 마사이족에게 돌아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은 서양의 거대 기업에게로 돌아갔다.

공정 무역과 연계된 노동자와 농민은 공정 무역을 만났기에 삶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들은 그것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좋은 품질로 승부하려 한다. 소비자는 이제 자신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일부러 손해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 공정 무역 제품은 그만한 가치를 품질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네슬레나 크레프트같은 다국적 기업이 공정 무역이나 유사 공정 무역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 다국적 기업의 공정 무역 진출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많고, 이들의 유사 공정 무역은 공정 무역에 타격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공정 무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것이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지속가능한 무역의 방법이며 소비자도 그것을 잘 알고 있음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드물게도 북미나 서유럽의 개발 논리 속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나라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고 그 안에 노동자와 농민이 있었다. 농민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다국적 기업이 스스로의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도록 공정 무역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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