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경제, 공정 무역
마일즈 리트비노프.존 메딜레이 지음, 김병순 옮김 / 모티브북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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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은 양극단을 달리게 되었다. 자기 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시달리는데도 식량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어나는 일이다. 경제학자들이 내세운, 모든 나라가 자기 나라에 가장 적합한 상품과 용역을 생산하고 그것을 거래한다면 결국 모두가 이익을 볼 것이라던 비교 우위론은 갈수록 국가 간의 격차를 벌이고 있다. 책은 300년 전에는 나라들 사이에 소득 격차가 거의 없었지만 21세기가 시작되면서 그 격차는 100대 1로 늘어났다고 말한다. 국제 무역은 더욱 자유화를 향해 가고 있지만 그럴수록 제3세계의 가난은 심화된다.
 
공정 무역은 다국적기업이나 중간상인들에 의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이익을 강탈당하는 제3세계의 노동자와 농민을 지키기 위해 시장가격과는 상관없이 그들의 생산품에 대해 사회적 초과 이익을 붙여 일정 정도의 가격을 보장해준다. 책은 우리가 공정 무역 제품을 사야하는 50개의 이유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말한다. 여기 소개된 50개의 사례는 공정 무역이 그저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우며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다는 걸 알려준다.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정 무역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더 많은 문제, 정의로운 무역의 필요성과 인권 존중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로 확대된다. 더불어 공정무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구실에 대해서도 대립되는 양쪽의 주장을 모두 들려주어 공정 무역과 관련된 다양한 논점을 독자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농민들은 커피, 바나나, 코코아, 면화를 재배하지만 대기업의 플랜테이션 안에서는 최소한의 생계조차 보장되지 않았다. 더러운 환경과 농약 때문에 건강도 지킬 수 없었다. 자신의 농장이나 농토를 갖고 있는 농민들도 다르진 않다. 변화무쌍한 세계 시세에 앞날을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중간상인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공정 무역 단체들과 연결되어 사회적 초과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이들에게 집을 주었고, 음식을 주었다. 마을에 도로를 닦고, 우물을 만들고,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열 수 있도록 도왔다. 이들은 품질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농약을 치지 않는 양질의 농산물을 수확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한다. 결국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좋다. 

동남아시아의 노동자들은 다국적 기업을 통해 판매되는 공을 만들고, 카펫을 만든다.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공장으로 끌려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종일 바느질을 한다. 공정 무역은 아이들을 고용할 수 없게 제한하고 노동자들이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공정 무역은 관광 산업까지 연결되어 있다. 자기네 땅을 관광객들에게 내어준 마사이족에게 돌아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은 서양의 거대 기업에게로 돌아갔다.

공정 무역과 연계된 노동자와 농민은 공정 무역을 만났기에 삶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들은 그것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좋은 품질로 승부하려 한다. 소비자는 이제 자신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일부러 손해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 공정 무역 제품은 그만한 가치를 품질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네슬레나 크레프트같은 다국적 기업이 공정 무역이나 유사 공정 무역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 다국적 기업의 공정 무역 진출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많고, 이들의 유사 공정 무역은 공정 무역에 타격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공정 무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것이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지속가능한 무역의 방법이며 소비자도 그것을 잘 알고 있음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드물게도 북미나 서유럽의 개발 논리 속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나라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고 그 안에 노동자와 농민이 있었다. 농민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다국적 기업이 스스로의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도록 공정 무역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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