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 세계각국사 1, 완전개정판
이주영 지음 / 대한교과서(단행)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미국사 개설서로서, 이 책이 미국 역사의 중요한 사항을 빠짐없이 꼼꼼하게 그리고 말마따나 '개설적으로' 다루고 있는지는, 미국사에 대해 '개설적인' 지식밖에 지니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런 개설서를 한국인이 썼으며, 참고문헌도 한국의 미국학 전공학자들이 쓴 논문을 중심으로 해서 쓰여졌다는 것은 다소 놀랍다. 이 놀라운 사실과 필연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나, 이 책의 장점이라 할 것이 있다면 얼핏 보면 딱딱한 구성을 하고 있으면서도 글이 상당히 쉽게 읽히고 내용도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는 것이다. 미국사 개설서를 표방하고 나온 책에 내용의 충실성을 차치한다면 어찌 이 이상의 것을 바라겠는가.

그런데 이 책의 완전개정판이 나오면서 몇가지 서운한 점이 있다. 원래 1987년에 11개의 장으로 된 이 책의 초판이 나왔고, 10년이 지난 후에 25개 장으로 세분화된 완전개정판이 나왔다. 완전개정판에는 장도 세분하고 여러 부분에서 문장도 바꾸고 한문도 없앴다. 그리고 초판에서 다루지 못한 부시행정부 말기와 클린턴행정부 시기를 포함시켰다. 그런데 완전개정판에서는 초판에 첨부되어 있었던 미국 헌법과 역대 대통령 명부, 그리고 미국 주요사건 연표를 제외해버린 게 아쉽다.

책을 읽으면서 헌법의 조항을 확인할 수도 있고, 대통령직의 계승을 보며 책을 읽는 도중 잠시 잃어버린 미국사의 흐름을 다시 짚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완전개정판 서문에 나오는 저자의 견해는 자본주의적 자유방임사상과 노동윤리를 찬미하는 다소 보수주의적인 경향이 역력하다. 몇몇 도서관에 가서야 구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을 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이래저래 훨씬 나은 초판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 - 우리시대의 지성 5-011 (구) 문지 스펙트럼 11
주경철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앞서의 책 소개에서나 다른 독자들의 서평에서 충분히 언급했듯이, 이 책은 서양 역사학계에서 최근에 주목받는 연구서적에 대한 소개글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 스스로 그러한 두툼하고 무거운 책들의 내용을 알기 쉽고 간단하게 요약하고 있지만, 책 서두에 인용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말처럼 '지식과 사랑을 다 망쳐놓는'다기보다는 오히려 역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한아름 더한, 요약 이상의 요약을 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경철 선생의 책이 읽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에게 언어를 조탁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는 것이다. 그의 문장은 화려한 수식어나 아슬아슬한 기교로써 독자에 호소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한 어조 속에서도 자연스런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고 논리 전개의 거침없는 물결침이 느껴져서,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이따금 하나의 문학 작품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평자들이 말하듯이 서양 역사학의 고전적 저작에 대한 기초적인 소양과 서양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도 있겠지만, 역사책(혹은 역사책 소개서)이 이렇게 부담없고도 재미있게 쓰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경이로움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이 책이 말하는 원저들에 대해 무엇인가 알았다고 자만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이 책 속에 있는 글들은 저자가 굵직굵직한 책들을 직접 읽고 스스로 소화해낸 바를 쉽게 설명한 것이다. 독자들은 주경철 선생이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와 '죽음의 역사'를 소화해 낸 바를 읽었을 뿐, 그 책들에 대해서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저자의 바람처럼 그러한 책들을 직접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도 여행의 역사 - 철도는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볼프강 쉬벨부쉬 지음, 박진희 옮김 / 궁리 / 1999년 12월
평점 :
품절


볼프강 쉬벨부쉬의 『철도여행의 역사』는 단순히 철도 기술의 발달 과정을 써 내려간 것이 아닌, 산업혁명의 '상징'으로서 산업혁명의 '체험'으로서의 철도를 이야기한다. 산업혁명기에 일어난 기술의 발달, 새로운 기계의 발명은 ― 지금 산업혁명의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 서로 다른 시기의 방적기 하나하나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처럼 ― 실제로 당대의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19세기 중반에 보편화된 철도 ― 정확히 말해 '철도 여행'은, 역사의 변화를 추상적 경험에서 구체적 실제로 바꾸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이 책은 철도를 사람들이 경험하는 방식, 철도로 인해 야기된 지각(知覺)의 변화를 다룬다.

철도 이전의 여행자들은 지면과 일직선을 이루는 수평이동뿐만 아니라, 불규칙한 지면과 가축의 관절 운동에 따라 아래위로도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했다. 그리고 마차를 끄는 말은 어느 정도 달리면 어느새 기진맥진해 달리지 못하게 된다. 반면 기차는 거의 완벽하게 지면과 수평으로 운동하고, 가축처럼 지치는 법이 없었으며, 자기 자신을 위한 '완벽한 길'을 만들기 위해 땅을 사고 커다란 산을 뚫었고 움푹 패인 땅을 돋우었으며 교량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그 이전의 온갖 자연스러움에 대해 혹은 자연의 제약과 폭력에 맞서 대항하며 자신의 논리를 관철시키는 힘으로 비춰진다. 기차가 곧 산업혁명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차는 유럽의 경관을 바꾸어 놓았다. ㄴ자로 깎인 산허리, 구름다리, 이런 정적인 풍경뿐만 아니라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가공할 스피드로 벌판을 달리는 기차의 이미지는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깊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흥미진진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볼프강 쉬벨부쉬의 문장이 결코 그렇게 쉽게만 읽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것도 '서구 교양층'의 독자들에게는 상식(?) 수준일지 모르지만, 기술에서 문학으로, 의학으로, 군사학으로, 미학으로, 건축학으로 종횡무진하며 그것들을 철도 여행과 연관시키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힘이 부치기도 한다. 특히 시·공간의 인식론적 문제나 철도 사고와 충격을 말할 때는 논의가 꽤 추상적이 되거나 생소한 용어가 많이 등장해서 애를 먹인다. 그리고 새로운 '문화사' 서적들이 최근에 많이 번역되어 나오는 탓인지, 기술의 발달을 다양한 사회·문화적인 맥락에 놓고 해석하는 방식도 그 참신한 맛으로만 따진다면 예전보다 그 새로움이 조금 덜한 듯 하다. 그래도 산업혁명기의 기술상의 진보를 다루면서 그것을 자기충족적인 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사회문화적인 맥락을 고려하는 것은 참으로 계발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민속학개설 - 신고판
이두현 외 / 일조각 / 199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이두현(李杜鉉), 장주근(張籌根), 이광규(李光奎) 세 사람이 쓴 민속학 개설서이다. 이두현과 장주근은 국어국문학 출신이고 이광규는 오스트리아 유학파의 인류학자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민속'이라는 말은 친숙하지만 '민속학'은 상당히 애매한 학문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것은 '민속학'을 하는 학자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학문이 대학의 학과와 같은 제도로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데서 기인한 것 같다. 실제 국내 학부에 민속학과가 설치된 학교는 안동대 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상당히 오래 전에 나온 이 민속학 개설 책은, 물론 독자가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쉽게도 '민속학'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민속'에 대해 말하고 있다. 즉 민속학 개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서도 민속학의 관점, 연구 대상, 방법론이나 민속학의 역사에 대해서는 지면을 아끼는 반면, 한국민속이라 부를 수 있는 잡다한 것들을 서술하며 책의 대부분을 채운 것이다. 우리 민족 안의 여러 집단의 민속을 서술하려면 부득히 특정한 시점에 시선을 고정시켜야 하는데, 이 책은 조선시대 중-후반의 우리 민속을 다루고 있다. 그 시대의 민중들의 생활을 알고 싶거나, 우리의 '옛 풍습'으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러가지 모습들(관혼상제와 세시풍속 등등)을 대강이나마 일반적으로 훑어보려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기 쉬운 정치경제학 - 제1개정판
김수행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은 서울대학교에서의 마르크스경제학 관련 강의를 위해서 집필된 것이다. 김수행 선생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서 '정치경제학 입문', '마르크스 경제학', '현대 마르크스 경제학' 등을 강의하고 있는데 이 책은 '정치경제학 입문'의 텍스트에 해당한다. 전체적으로 마르크스의 경제사상에 대해서, 또 정치경제학의 일반적 원리에 대해서 항목을 나누어 평이하게 서술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정치경제학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이 경제학의 기초가 없어도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금상첨화인 것은 이것을 교과서로 저자가 강의한 것을 녹화한 동영상이 웹에 올려져 있어서, 이 책의 독자는 직접 저자의 강의를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강의는 노동자들의 정치경제학 학습을 위해 저자가 총장으로 있는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홈페이지에 가면 있다.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 이론보다는 20세기의 세계자본주의 역사와 8,90년대 한국자본주의에 대한 구체적 사실에 대해 저자의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사회구성체논쟁의 회고라든가 김영삼,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가 제시되어 있어 읽을만 하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책이 그다지 꽉 짜인 구성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다소 군말이 많이 섞여있다. 그리고 김수행 선생의 문장은 분명하고 단순하긴 하나 마르크스의 그것처럼 아름답고 날카롭지는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