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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철학 ㅣ 포즈 필로 시리즈 1
크리스토프 라무르 지음, 고아침 옮김 / 개마고원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철학'과 '걷기'에는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나의 얄팍한 철학적 지식으로는 이 책의 제목부터 이해가 가지 않았다. 140장 정도의 얇은 책이라 쉽게 읽고 쉽게 리뷰를 쓸 수 있을 것 이라는 내 생각을 뒤엎고 나는 무려 일주일 동안 이 책을 세 번이나 보았다. 철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절대 어려운 단어로 표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빡빡하고 작은 글씨로 적혀있지도 않았다. 적당히 보기 좋은 글씨 크기와 평소에 자주 접할 수 있는 단어들로 만들어 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3번이나 이 책을 보았는가.
평소에 작은 문구, 사건에도 우리는 철학적으로 다가갈 수가 있다라고 생각한다. 몇 일전 회사 사람들과 산행을 했는데 입구에 커다란 표지판이 있었다. '바르게 살자' 그 표지판을 보고 쉽게 지나칠 수 도 있었지만 순간 나는 '과연 바르게 사는 것은 무엇이며, 바르게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일까?' 바로 철학은 우리 생활 속에 녹아있는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우리는 걷기를 통해 철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다고 한다. 평소 걷기를 좋아해서 틈만 나면 걷는다. 모든 여자들이 원하는 S라인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습관이지만, 걷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지하까지 뚫린 긴 지하철 계단도 씩씩하게 오르고 내릴 수 있게 되었으며, 몸도 건강해졌다. 비록 먹는 양이 더 많기 때문에 원래 목표인 S라인에는 범접하지 못하고 있지만. 가끔 너무 나도 짜증이 날 때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무작정 걷기도 했다. 걸으면서 잡생각을 날리거나, 아니면 깊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히 나만의 시간을 갖으며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걷기이다.
철학자들 중에는 걷기를 통해 많은 생각을 했었나보다. 서로 다른 이론을 펼치던 극적인 관계의 철학자들도 공통적으로는 걷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사상이 다르기 때문에 그 둘의 공통점이 없을 거란 생각은 약간 예상에서 어긋난 것이다. 어떤 철학자는 정확한 시간에 걷기를 통해 사유 했으며, 어떤 철학자는 걸으면서 완전히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했다. 모든 것이 쉽고 빨라진 지금 우리들은 많은 것을 놓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자동차를 집에 두고 나와서 걷는다면, 빠르게 지나쳐 보지 못했을 무한한 자연 풍경과,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은 자연과 생각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누리며 사유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는 바로 '걷기'이다. 복잡해지고 쉽게 변하는 이 시대에 사는 우리로써는 꼭 필요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걷기에 얽힌 철학적인 요소요소를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얇은 책이라고 해서 절대로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각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이라는 쉽지 않은 분야를 다룬 책이니 만큼 천천히 생각하며 읽어야 할 책이다. 나는 이제 걷기를 통해 사유하며 나와 소통하기로 했다. 신나는 이어폰을 꽂고 걸을 때 주는 즐거움은 잠시 미루고 네 번째 이 책을 읽을 예정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슴에 아로새기고 싶은 문구가 있을 때마다 줄을 그었는데 점점 줄 치는 횟수가 늘어남을 깨달았다. 철학이 주는 매력은 비록 짧은 한 줄이지만, 하루 종일 그 문구를 떠올리며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걷기를 통해 지나칠 수도 있었을 자연을 보고, 좀 더 나를 둘러싼 것에 대해 생각을 하는 시간을 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