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하여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3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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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는 절대적인 진리와 그 진리에 의존하는 권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마음속에 거부감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주장이 옳다며 옥신각신 싸우고 싶지도 않고 어느 한 여론단의 일원이 되고 싶지도 않다. 보통 그녀가 갖는 거부감은 자기방어는 아니다. 그건 사람들 눈엔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간다. 거부감은 일종의 반항심, 즉 관계에 대항하는 내적 투쟁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어느 날 그녀는 로베르트에게 언제부터 깊은 우려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기 위해 통계자료를 언급하느냐며 주의하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에 그는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며 도널드 트럼프의 대안적 사실‘을 선호하느나고 되물었다. - P27

모두가 명령을 따르고 모든 의심은 폭동이 돼버리는 상황에서 마침내 모는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뿐인가. 마침내 통제 불능에 빠진 세계에 구속력 있는 규칙도 생기고 망할 놈의 세계화는 무릎을 끓고 항복하고 사람, 물건, 정보가 국경을 초월하여 돌아다니는 것도 끝난다. - P29

누가 착한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일까? 도라는 잘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녀는 그런 질문은 아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대개 다른 지역이라 하더라도, 휠씬 더 심각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그녀는 ‘역대급‘ 이니 ‘전환기‘니 하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런 사태에 대해 간단한 해결방안이 없다면, 굳이 명확한 견해를 갖지 않아도 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은 해결 방안이 휠씬 더 부족하다. - P35

이러한 딜레마에 대한 정답은 무위도식도 행동주의도 될수 없다. 도라는 거래 땐 안목이 소통 땐 최대한의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함의 전제 조건은 정확히 모르는 것에 대해 모른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규정 자체가 아닌 오로지 ‘생각의 강제 ‘에만 저항심이 든다. 도라는 규정을 따를 수 있다. 다만, 그 규정이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나 중요한 존재라는 절 증명하기 위해 심야 시간 가게 앞에서 열 명의 사람들과 맥주를 마실 필요는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 사회가 결정한 전략이라면, 그녀는 거기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 물론 이성적인 방법으로, 맨 앞에 앞장서지 않고. 어쩌면 스웨덴식 접근법이 그녀에게 더 적합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스웨덴이 아닌 여기 이곳에 있다. 그녀는 규정을 지키나 생각은 자유롭다. 아무도 그녀에게 심야 가게 앞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을 공공질서를 해치는 매국노라고 생각하게 강요할 순 없다. - P36

베를린에서 온 도라 K.와 로베르트D.도 요나스 F.와 카렌 M.이 될 수있다. 지방 도시를 산책하는 좌파 자유주의 놈들이 나치의 야유를 받고 칼에 찔려 죽을 수 있다. 그것도 정치적 입장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 때문에. 이게 21세기 독일의 현주소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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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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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불행이 너무 생생해."
엄마의 말에 나는 흠칫 놀랐지만 사뭇 즐겁기도 했다. 엄마가 진실을 말하거나 영리한 통찰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즉시 엄마를 사랑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일단 그렇게 시작을 하는 거야, 엄마" 나는 부드럽게 말한다. "먼저 불행을 솔직히 드러내고 나면 뭐든 해볼 수 있는 거잖아."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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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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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야 백화점이 왜 무너졌는지 아나?"
만수 아저씨가 갑자기 물었다.
"부실 공사 때문에요?"
"아니야 무너진 쇼핑몰을 쓰레기장에 버리는 놈들이 있는 나라니까, 그러니까 백화점이 무너지는 거야."
인과가 뒤바뀌어 있었지만 어쩐지 납득할 수 있었다.
"그라문 뽀사진 건물은 어데 버립니까? 쓰레기장에 버려야지"
"쓰레기장에 버리면, 흙으로 덮어버릴 거 아니야. 그러면 잊어버린다.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 잊어버린다고. 봐라, 또 무너진다. 분명히 또 무너진다고."
......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 P38

데미안 허스트 이후 비슷한 시도는 예술적으로 동어반복일 뿐이었고, <인체의 신비전>은 과학의 이름을 가장했지만 본질적으로 대중의 가학성과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는 일종의 고어 쇼였다. - P70

공권력은 마치 성벽 같았습니다. 당장의 생존을 위해 누구도 감히 시스템을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기적이거나 혼란을 부추기는 이들은 과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기 일쑤였죠. 어찌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습니다. 미증유의 재난 한복판에서 믿고 의지할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겠죠. 종교 같은 애국심? 맹목적 집단주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무엇도 똘똘 뭉친 사람들의 결속을 깰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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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하긴‘과 ‘그 친구‘를 읽으면서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정곡이 찔린 통쾌함 때문이다. 통쾌하다. 진보에 대한 씁쓸한 허무가 밀려왔달까.
2.‘이중작가초롱‘에서는 최근 내가 읽은 어떤 서평을 다시 떠올렸다.
3.‘여자가 지하철 할 때‘는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sf적 차용으로 코로나 시대의 삶을 복기할수 있었다.
4.죄의식과 속죄양 컴플렉스가 일관되게 보이고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5.페미니즘과 관련한 레퍼런스로 감히 추천 할 만하다는 결론이다.













아빠 친구한테 인사해야지, 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방문을 쾅 닫으며 인사도 없이 들어가는 애들 아비와 아비의 친구와 아비의 세대를 쌩까며 쾅 하고 후두부를 가격하는 문소리를 내곤 ‘쿨‘하게사라지는 애들 쾅쾅 뺨을 갈기듯 문은 내 앞에서 쾅쾅 닫히고 나는 가만히 부러워진다. 멋지지 않은가? 우리가 우리 부모에게 가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에게 가하는 새끼를 길러낸다는 것이
-하긴 - P21

수진은 노인 남자1-칠십대 이상은 따로 채점한다의 점수를 매기기 위해 체크 리스트를 작성해야 했다.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는가? yes.
옆에 지팡이가 있는가? no.
걷기가 가능한가? yes.
뛰기가 가능한가? maybe.
염산 소지시 귀하의 도망 속도와 노인의 돌진 속도의 차이 값을 구하시오. 양陽? 음陰?
-여자가 지하철을 탈 때 - P119

홀로 농장을 운영하는 루시는 흑인 세 명에게 강간을 당하고 루리 교수는 화장실에 갇혀 모든 소리를 듣는다. 루리 교수는 딸에게 경찰에 신고하고 안전을 위해 떠나야 한다고 말하지만 루시는 거부한다. 심지어 강간으로 임신한 아이를 낳고 강간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웃 페트루스의 셋째 부인이 되어 그에게 땅을 넘기고 그의 보호 아래서 살아가겠다고 한다.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떠나야 한다고 호소하는 아버지에게 루시는 위험이 자신이 치러야 할 값이라고 말한다. 루시는 말한다. "만약 그것이 제가 여기에 머무는 것에 대한 값으로 지불해야 하는 거라면 어떻게 될까요? (..) 왜
지는 아무런 값도 지불하지 않고 여기에 살아야 하나요?
-이중작가초롱

교수는 칼럼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그 공포의 순간을 아랍계 이민자들의 일반적인 삶과 비교해 그러곤 이렇게 결론을 내리지. 만일 그날 자신의 모가지가 날아갔어도 자신은 항의할 수 없었을 거라고 왜냐하면 날아간 머리통은. 백인 중산층 고학력자로서 그동안 자신이 누린 삶과 지은 죄의 대가니까. 참수로 그간의 죄를 갈음한단 거지. 나아가 참수가 개인에게는 비극일망정 그로써 집단적 셈은 맞아떨어진단 거고
-여자가 지하철 할 때

부침개가 먹고 싶다면 부침개가 다 부쳐질 때까지 전도사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와인이라고 다를까.
-살인자들의 무덤

내가 지은 죄가 다른 누군가의 죄 갚음으로 사라진다. 저기 누군가가 지은 죄가 여기 오늘 내가 치른 죗값으로 사라진다. 인류는 죄를 통해 묶여 있다. 그 무한한 죄의 교환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 죄를 짓고 갚으며 살아간다. 그러다 죽는 날, 죄의 지수를 제로로 돌리며 깨끗한 상태로 잠든다.
-무릎을 붙이고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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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을 다시 읽기로 한다.
아니 듣기로 한다.
한 가지 감각을 더한 사고확장실험..
이미 긍정적인 성과를 확인한 만큼
이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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