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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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야 백화점이 왜 무너졌는지 아나?"
만수 아저씨가 갑자기 물었다.
"부실 공사 때문에요?"
"아니야 무너진 쇼핑몰을 쓰레기장에 버리는 놈들이 있는 나라니까, 그러니까 백화점이 무너지는 거야."
인과가 뒤바뀌어 있었지만 어쩐지 납득할 수 있었다.
"그라문 뽀사진 건물은 어데 버립니까? 쓰레기장에 버려야지"
"쓰레기장에 버리면, 흙으로 덮어버릴 거 아니야. 그러면 잊어버린다.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 잊어버린다고. 봐라, 또 무너진다. 분명히 또 무너진다고."
......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 P38

데미안 허스트 이후 비슷한 시도는 예술적으로 동어반복일 뿐이었고, <인체의 신비전>은 과학의 이름을 가장했지만 본질적으로 대중의 가학성과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는 일종의 고어 쇼였다. - P70

공권력은 마치 성벽 같았습니다. 당장의 생존을 위해 누구도 감히 시스템을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기적이거나 혼란을 부추기는 이들은 과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기 일쑤였죠. 어찌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습니다. 미증유의 재난 한복판에서 믿고 의지할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겠죠. 종교 같은 애국심? 맹목적 집단주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무엇도 똘똘 뭉친 사람들의 결속을 깰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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