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은 책보다 冊으로 쓰고 싶다
이태준 지음, 박진숙 엮음 / 예옥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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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쓰기로 인쇄된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헌책방에서 사들고
이전 주인의 '00년00월 2회 완독...'이라는 갈겨쓴 세련된 필체에
괜히 그 이전 주인을 막연히 동경했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이태준은 그런 의미이다. 다소 야들한 사춘기적 감상같은....
그래서 항상 이태준의 글들은 반갑다.
거기다 제목 또한 딱 그런 세밀한 감성 그대로 이지 않은가 .
물을 것도 따질 것도 없이 바로 구입한 것이 지난 해 말...
기억 속의 이태준, 내 마음 속의 이태준을 대하는 자세로
책을 펼치고 50쪽 이상을 읽어나가자
마음이 피로해졌다..... 

과욕이다.....
서로 섞여서 조화를 이루는 꼭지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문장강화처럼 무엇을 배울 것이라고, 의무라는 마음으로
숙제하듯이 읽을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영희 교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낀 당혹감을 다시 느낀 것이다.
사실...수필집을 잘 안 읽는 편이고, 거기다 수필이란 장르 자체에 대한
말도 안 되는 거부감이 있어
이렇게 가끔씩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면, 팬들이 아이돌에 빠지는 것처럼 홀려서 책을 사들곤
늘 중간쯤에서 당혹해한다.

잠언집처럼 읽어야겠다. 하루하루 해야할 묵상의 내용을 기록해 놓은 묵상집처럼
매일 지키고 행해야할 법문들을 나누어 적어놓은 책들처럼
그렇게 읽어나가기로 다시 마음을 먹었다. 

책을 한 번 다 읽었으나 이렇게 읽어서는 안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문장강화를 읽은 것이 벌써 25년을 훌쩍 넘긴 시간이니
이태준의 언어에 다시 익숙해지는 것도 한 꼭지씩 읽어나가며 해결해야할 숙제다.

**답답한 것은 내 능력이지 이태준과 이 책의 문제가 아니므로 별점은 후하게 드리기로 한다
**고등학교 국어선생의 눈으로 보면 시험문제를 한 번 내볼까 싶은 글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문장강화는 나에게 대출카드에 적힌 아마사와 세에지를 동경하는 시즈크의 추억이므로^^
   (왠 생뚱맞은 일본만화 이야긴가 싶겠지만 '귀를기울이면'을 보는 내내 문장강화의 이전 주인을 떠올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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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책
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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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빈트 부크홀츠의 그림들을 좋아한다. 밀란 쿤데라도 좋아하고...  
그의 그림 하나하나에 그려진 책들은 부크홀츠 자신의 숙제가 되고 
부크홀츠의 숙제들은 글쓰기의 대가들에게 또다른 숙제가 된다.  

프로젝트런웨이란 TV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빠지지 않는 미션이
도시의 건물에서 받은 인상으로 의상을 디자인하라....인데
이 책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달까?
생각이 고여 흐른 흔적보다는 취향과는 거리가 먼... 
혹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그림 하나에 매달려 생각을 짜내야 한다는
고통 같은 것이 느껴졌다. 
물론 그런 고통은 읽는 사람에게까지 전달될 수 밖에 없었고
뭐 프로 작가가 그 정도를 어려워해서 되겠느냐고 한다면
말을 바꾸어도 상관없을 듯하다.
글을 읽고 그렇게 느낀 내가 아마추어였을 뿐이다.
이 아마추어의 책그림책 읽기는 그렇게 다소의 고통을 동반한 것이었다.

부크홀츠라는 가방 속에 
밀란쿤데라, 미셀 투르니에, 요슈타인 가아더, 헤르타뮐러, 마르틴발저, 수전손탁...
들이 작은 포장으로 들어앉은 종합 선물세트를 받은 기쁨과 함께 한 고통이어서
그 느낌이 크게 나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초콜릿, 쿠키, 사탕 들을 섞어 먹어 그저 단 맛 밖에는 느낄 수 없었던
종합선물의 뒤끝이 안타까울 뿐인 것이고,
종합선물을 위해 소포장으로 감질나게 구성된 원래 맛나는 과자들이 아까웠을 따름인 것이다.

다행히  
생각과 그림이 콜라쥬처럼 조화를 이뤄서 새로운 경지를 느끼게 해 준 '아모스 오즈' 
립반윙클의 책 이야기를 만들어버린 '파울뷔어' 
카프카에 대한 오마쥬 '리하르트 바이에' 
책 없이 책 이야기를 하고, 구두로 책 이야기를 하고 있는'알도 부치' 
이 책에서 내가 새롭게 찾은 대가들이다... 

안토니오 타부키-나는 이 작가의 이름을 안토니오 스몰러라 쓸 뻔 했다.-의 풍자는
내 체질에 딱 맞았다고나 할까?
그 외에도 낱낱의 느낌들이 남아있는 꼭지들이 제법 있었지만
역시...밀란 쿤데라....그의 통렬함이 가장 개운했다.
책을 읽는 내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이랄까?
상황에 대한 가장 솔직한 일갈이랄까?
역시 쿤데라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그 페이지를 들추게 했다. 

하지만...숙제를 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가들의 진땀, 아니 짜증이
마음으로 느껴지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대부분이었다. 

다들 글쓰기라면 내로라하는 이들이어선지...글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이건 싫어하는 스타일이건 그들은 대가들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좀 길게 잡고
내가 이 숙제를 한 번 해 볼까하는 생각을
글을 읽는 내내 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책'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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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리뷰하다가 문득 든 생각...
삽화가로서의 부크홀츠,  
그는 분명 이 그림들을 그리며 이 그림이 삽화로 들어가게 될 글들을 상상했을 것이다.
갑자기 그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편집이란 것이 의도 없이 이루어질리는 만무하지만)
마지막 꼭지가 '페터회'의 크빈트 부크홀츠의 책이야기로부터
'프리트마르 아펠'의 남은 자의 노래로 이어진다....그리고 끝이다....
부크홀츠는 이 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그를 찾게하고, 그의 생각을 알리려 하기보다는 
사람들 안에서 자신을 그림으로 남기고 사라지려는 화가로서의 이상을 추구하려 했던 것일까?
아펠의 남은자와 사공의 대화에 그 답은 있는 듯하다 
책, 그림을 간직하라는 남은자와
사물의 가치에 대한 회의, 없이 지낸다는 것의 의미를 역설하는 사공 

결국 이 책은 자신을 없애려하면서
대가들이 부여한 의미들로 묘비명을 새겨
독자에게 그림으로 남으려는 부크홀츠의 역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그림을 그리면서 미리 상상해 두었던 이야기들은 영원히 저편으로 사라져야 맞는 것인데
나는 또 그 이야기가 듣고 싶은 것이다.
아직은 없이 지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의 심장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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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 - Song Book : Play With Him (2CD) - 초도 2만장 한정 종이박스 케이스
윤상 노래 / 예당엔터테인먼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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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항상 마음으로 느꼈던 것들 중 하나가 
이것이 내가 하는 일과 진정 의미 있는 연관이 있단 말인가... 
하는 것이었고
결국은 공부는 공부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부담스럽기 그지 없는 학위만 덜렁 하나 갖게 되었다 

발전을 위한 혹은 도약을 위한 공부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닐 테지만... 
그동안의 윤상이 보여준 노력들과 이 앨범의 성과들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뜸했던 윤상을 기다려온 그의 팬들에게는 사실 다소 잔혹한 실험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의 팬들에게는 그의 미래도 소중하지만 그와 함께 해온 그의 과거가 무엇보다 더 소중하고 그립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적 발전-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내가 전문적으론 문외한에 속하는 지라 평가할 수 없는 것이고- 여부는 뒤로 두고 
음악적 동료로서 후배들과의 소통...그 측면에서는 당당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은 하지만 
그와의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했던 그의 팬들에게는 다소 모진 짓이었다는 말 밖엔 할 수 없다는 것이
'음악'에 대한 문외한 이며 '윤상'의 팬인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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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2disc) - 디지팩
신카이 마코토 감독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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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신카이 마코토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길을 지향하는 고독한 천재일 수밖에 없음을
외치고 외치고 또 외치고 있었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의 담백함에 빠져 시작된 신카이 마코토 켈렉션을
계속 떠돌다보면 결국
이 우주 안에서 언제 시작되었는지 모를 다른 이들의 삶과 잠시 교차되었다가 
이내 계속 내길로만 떠돌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언제나 기다리는 사람들...
기다리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
만남이란 잠시 교차되는 우연이며 그것은 영원히 이어지는 혼자의 길에서 추억으로 남고
그리하여 또 다른 기다림의 시작이 되는 것   

목적이 되어버린 기다림의 그 간절함에 가슴이 저린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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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3disc) - 3디스크디지팩, 스틸북, 필름컷, PVC케이스
호소다 마모루 감독, 이시다 타쿠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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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돌리고 싶어...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보는 꿈들
그것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이와이 슈운지의 4월 이야기에서
내 여고~대학신입생 시절을 재현드라마처럼 보고 한참 그 여운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4월이야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리고 혼자 스산해지는 무렵에 몇 번이고 돌려보는 타이틀이다.

그 4월이야기가 여고졸업반의 재현이라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그 여고시절 꿈의 실현이다.
그래서였을까?
난데없이 가슴이 울렁거리는 멍함을 던져준 치아키가 남같지 않았던 것은
결국 그도 내 꿈 중에 하나였던...

놀랍게도 사실적인 교실..과학실...가사실...

그런 디테일 하나하나에서 까지도 감동이 밀려와
결국 앉은 자리에서 세 번을 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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