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휴양지
로베르토 이노센티 그림, 존 패트릭 루이스 글,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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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찾아 떠난 작가는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탁월한 상상들을 여행한다.
그 여행에서 작가는 철저하게 수동적 관찰자일 뿐이다. 

결국 이야기는....
옛날에 어느 산골에 나무꾼이 살았습니다.
날개옷을 훔친 나무꾼과 함께 살면서 두 딸을 낳은 선녀는 대감댁 잔치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나무꾼의 허락은 받았으나, 입고 갈 옷이 없었던 선녀는 나무꾼에게 사정사정하여
밤열두시에는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날개옷을 입고 대감댁 잔치에 가게 됩니다
허겁지겁 쫓아나오느라 선녀는 벗어걸어두었던 날개옷을 잃고 맙니다.
선녀아내는 날개옷을 마련하기 위해 떡장사를 했습니다.
어느 날 장에 갔다오던 선녀아내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는다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습니다.
아내를 잃은 나무꾼은 아이들을 위해 계모를 맞아들입니다.
계모는 자기보다 예쁘다는 이유로 큰 딸을 내쫓을 계략을 꾸밉니다.
나무꾼 가족은 숲에 나무를 하러 갑니다. 한참 놀이에 정신이 팔린 아이들을 숲에 내버려두고 돌아옵니다.
겁에질린 아이들은 아침에 숲으로 들어갈 때 잃어버렸던 예쁜 공깃돌들을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결국 계모는 자기보다 예쁜 첫째 딸을 내쫓아버립니다. 
딸을 잃고 상심하던 나무꾼은 열병에 걸려 장님이 되어버렸습니다.
장님이 된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둘째 딸은 뱃사람들에게 제물로 팔려갑니다.
물에 빠진 둘째 딸은 용왕의 약을 찾으러 육지로 나가는 거북이를 만나 겨우 육지로 돌아왔으나
낯선 곳이라 허둥대다가 함정에 빠집니다. 마침 일을 마치고 지나가던 난장이들에게 구출되어
그들의 오두막으로 함께 오게 되고 그곳에서 언니와 상봉합니다.
아버지를 위해 숲속 맹인 잔치를 열고, 전국의 맹인들을 초대했고, 결국 아버지는 감격에 겨워 눈을 뜨게 되었으나
계모는 잔치판을 뒤엎고 호랑이로 변신합니다.  
알고보니 계모는 이미 죽었고, 계모의 손톱발톱을 먹은 호랑이가 계모의 모습으로 변신을 했던 것입니다.
끝까지 두 딸의 뒤를 쫓아온 호랑이를 피하다, 두 딸은 하늘에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왔고, 두 딸은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햇님 달님이 되었습니다.... 

이런 거다...아니면 영화 젠틀맨리그였던가...(내부의 이야기들이 그렇단 말이다)
상상력이 고갈된 작가가 상상력의 사막속에서 만나는 신기루들을 거치면서
이전의 자리가 아닌 '어딘지 아무도 모르는' 곳을 향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지붕뚫고 하이킥-마지막회를 보지는 못하였지만, 그림 이야기, 그 뒤의 다양한 상상들
그리고 드라마에 삽입되었던 그림의 강한 인상 때문에 구입한 그림책이다.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이거나, 당신들 마음대로 이루어졌습니다...라는 결말을
보여주고 싶었던 작가의 재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 도구적 기능 이상으로 이책은 나를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상상의 신기루들 하나하나를 내 기억과 맞추어 가는 재미,
거기다, 책그림책이라는 책 속에서 미셀 투르니에의 꼭지에 등장하는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
(재미있지 않은가? 메구레는 명탐정 코난에서 다시 차용된다^^) 
언제나 내 사춘기 기억 한쪽에 남아 있던 에밀리 디킨슨....
추억이라는 낡은 모자가 아니라 상상이라는 새 신발을 찾으러 떠난 여행이라 했다.
그러나 상상의 사막 속에서 낡은 모자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는 신기루를 보게 된다. 
그 낡은 모자 또한 과거에는 새 신발이었던 것들이고
낡은 모자를 부정하면 새 신발 또한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클래식이 존재하는 이유...그것이 새로운 상상의 바탕이 된다는 것(에 대한  나 나름의 해석)에 대한 깨달음
'마지막 휴양지'는 클래식에 기댄 상상력의 마지막 단계-상상력의 휴식 혹은 준비 단계,
즉, 자 이제 준비는 끝났어 이들처럼 이제부터는 쉴 사이없이 너만의 상상을 펼쳐보라...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르는 너만의 세계로 떠나 보라...라고 등을 떠밀리게 되는
어찌보면 충전의 공간이면서,
어떻게 보면 창작의 고통, 그 바다로 출항하는 배의 다소 무거운 설렘을 그림으로 풀어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사로잡는 재기 넘치는 선과 색들의 그림.... 

책들이 도착했을 때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자 했던 책,
씻으러 들어가다가 잠시 가벼운 마음으로 서서 '보'다가
씻는 것을 잊은 채 식탁에 올려놓고 꿇어 앉아 '읽'기 시작했다.
몰입.... 

한 번, 두 번...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어서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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