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부르크의 대가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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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선과 악, 진실과 허위, 정상과 비정상, 쾌락과 고통을 가르는 선을 넘나든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라면 그가 이 세상에서 하지 못할 짓이란 없다. 그는 파우스트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영혼을 팔았듯, 글을 쓰기 위해서라면 죽은 아들 파벨도 팔 것이며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도 팔 것이고, 자신의 영혼도 팔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배반하는 것이고, 변절하는 것이다. 그는 펜이 춤추는 대로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고. 아이들을 어두운 곳으로 데리고 갈 수도 있고 악마와 거래를 할 수도 있다. 그의 영혼에 균열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의 결말에 이르면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이 창조한 이반이나 스타브로긴의 경우처럼 헛것을 보게 된다. 아니, 그것은 더이상 헛것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것은 파벨도 아니고 네차예프도 아니며, 그리스도도 아니고 진실도 아니다. 그것은 악마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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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의 대가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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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정부주의자도 아니고 허무주의자도 아니란 말이오."
그가 고집스럽게 물고 늘어진다. "그런 딱지를 불이면 그만의 특이한 점을 빠뜨리게 된단 말이오. 그는 과렴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오. 몸속에서 뭔가가 요동을 치는 게 느적지면 행동하는 사람이지. 그는 감각주의자 중에서도 극단적인 감각주의자요. 감각과 육체적인 지식의 한계 끝에서 살고 싶어하는 것이오. 그게 바로 그가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자 자기 입장을 설명하는 데 무관심한 척하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이유요."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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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퀘이크
커트 보니것 지음, 유정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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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야 할 일이라곤 사하로프가 보낸 메시지를 전달하는게 전부었다. 그 메시지는 이했다. "원자에너지를 포기하진 마세요. " 나는 로봇처럼 그렇게 말했다.
나는 너무도 점잖게 말했다! 그때는 이 미친 행성에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핵 재앙이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지 일 년이 지난 때였다. 방사능 누출로 북유럽 전역의 어린이들이 그후 여러 해 동안 병에 걸리거나 더 큰 해를 입게 될 상황이었다. 소아과의사들에게 많은 일거리가 생기게 된 거다!
사하로프의 터무니없는 권고보다 내게 더 고무적이었던 것은 체르노빌 사건 후 뉴욕주 스케넥터디의 소방관들이 보여준 행동이었다. 나는 그때 스케넥터디에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소방관들은 체르노빌의 동료 소방관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인명과 재산을 구하느라 애쓴 그들의 용기와 헌신에 경의를 표했다.
소방관 만세!
그들 중 일부는 일상에서 지구의 인간쓰레기처럼 굴 수도 있지만, 비상시에는 모두 성자가 될 수 있다.
소방관 만세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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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렘 입숨의 책 - 구병모 미니픽션
구병모 지음 / 안온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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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충동은 다변화하고 자의식은 제 온몸을 숙주로 삼아 증식하는 데다, 사회학적으로도 공격성이라는 말이 일상성과 동일한 범주에서 다루어지는한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무지막지해졌는데, 사법기관이라는 것은-조금 전 신성한 법정 운운했지만 그것은 레토릭에 불과함을, 너는 살아가는 동안 알게 되겠지-제 기능을 수행하다가도 법리와 판례라는 명분 아래 이루 말할 수 없이 불공정한 세계를 유지하는 데 복무하는가 하면, 억울함을 호소하는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비명 지르는 입을 틀어막을 때마저 있으니, 힘이 없거나 가진 것 없는 사람들끼리 그 과정에서 화학적으로 발생한 무형의 괴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뜨거운 쇠공이나 되듯 서로에게 토스하기 바빠 그런 게 아닐까 한다. 그 공은 보통 없는 자에게서 마찬가지로 비슷하게 없는 자에게로 넘어가고, 그들 가운데 조금이라도 모질지 못한 이들은 공을 끌어안은 채 망설임과 회한으로 다 타서 잿더미가 되어버리지.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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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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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과 걱정으로 마음과 생각이 자꾸 졸아들 무렵, 황정아 선생이 쓴 [팬데믹 시대의 민주주의와 ‘한국모델‘](‘장작과비평.2020년 가을호)을 읽고 도움을 받았다. 황정아 선생은 한국의 방역 사례를 분석하면서 "고양되고 응축된 민주주의의 경험이 방역에 필요한 유대와 책임을 낳았"다고 말한다. 그는 촛불시위로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경험한 "고강도"고양감을 "우애"로 해석하고, 이 우애가 2020년 상반기 전염병 상황에서 "서로를 향한 배려와 책임, 그리고 돌봄이라는 더 부드러운 형식으로 실현"되었다고 말한다. 그 글을 읽으면서, 단념하지 않고 생각을 계속하는 일과 사랑을 계속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생각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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