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렘 입숨의 책 - 구병모 미니픽션
구병모 지음 / 안온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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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충동은 다변화하고 자의식은 제 온몸을 숙주로 삼아 증식하는 데다, 사회학적으로도 공격성이라는 말이 일상성과 동일한 범주에서 다루어지는한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무지막지해졌는데, 사법기관이라는 것은-조금 전 신성한 법정 운운했지만 그것은 레토릭에 불과함을, 너는 살아가는 동안 알게 되겠지-제 기능을 수행하다가도 법리와 판례라는 명분 아래 이루 말할 수 없이 불공정한 세계를 유지하는 데 복무하는가 하면, 억울함을 호소하는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비명 지르는 입을 틀어막을 때마저 있으니, 힘이 없거나 가진 것 없는 사람들끼리 그 과정에서 화학적으로 발생한 무형의 괴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뜨거운 쇠공이나 되듯 서로에게 토스하기 바빠 그런 게 아닐까 한다. 그 공은 보통 없는 자에게서 마찬가지로 비슷하게 없는 자에게로 넘어가고, 그들 가운데 조금이라도 모질지 못한 이들은 공을 끌어안은 채 망설임과 회한으로 다 타서 잿더미가 되어버리지.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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