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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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불행이 너무 생생해."
엄마의 말에 나는 흠칫 놀랐지만 사뭇 즐겁기도 했다. 엄마가 진실을 말하거나 영리한 통찰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즉시 엄마를 사랑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일단 그렇게 시작을 하는 거야, 엄마" 나는 부드럽게 말한다. "먼저 불행을 솔직히 드러내고 나면 뭐든 해볼 수 있는 거잖아."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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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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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야 백화점이 왜 무너졌는지 아나?"
만수 아저씨가 갑자기 물었다.
"부실 공사 때문에요?"
"아니야 무너진 쇼핑몰을 쓰레기장에 버리는 놈들이 있는 나라니까, 그러니까 백화점이 무너지는 거야."
인과가 뒤바뀌어 있었지만 어쩐지 납득할 수 있었다.
"그라문 뽀사진 건물은 어데 버립니까? 쓰레기장에 버려야지"
"쓰레기장에 버리면, 흙으로 덮어버릴 거 아니야. 그러면 잊어버린다.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 잊어버린다고. 봐라, 또 무너진다. 분명히 또 무너진다고."
......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 P38

데미안 허스트 이후 비슷한 시도는 예술적으로 동어반복일 뿐이었고, <인체의 신비전>은 과학의 이름을 가장했지만 본질적으로 대중의 가학성과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는 일종의 고어 쇼였다. - P70

공권력은 마치 성벽 같았습니다. 당장의 생존을 위해 누구도 감히 시스템을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기적이거나 혼란을 부추기는 이들은 과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기 일쑤였죠. 어찌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습니다. 미증유의 재난 한복판에서 믿고 의지할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겠죠. 종교 같은 애국심? 맹목적 집단주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무엇도 똘똘 뭉친 사람들의 결속을 깰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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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하긴‘과 ‘그 친구‘를 읽으면서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정곡이 찔린 통쾌함 때문이다. 통쾌하다. 진보에 대한 씁쓸한 허무가 밀려왔달까.
2.‘이중작가초롱‘에서는 최근 내가 읽은 어떤 서평을 다시 떠올렸다.
3.‘여자가 지하철 할 때‘는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sf적 차용으로 코로나 시대의 삶을 복기할수 있었다.
4.죄의식과 속죄양 컴플렉스가 일관되게 보이고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5.페미니즘과 관련한 레퍼런스로 감히 추천 할 만하다는 결론이다.













아빠 친구한테 인사해야지, 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방문을 쾅 닫으며 인사도 없이 들어가는 애들 아비와 아비의 친구와 아비의 세대를 쌩까며 쾅 하고 후두부를 가격하는 문소리를 내곤 ‘쿨‘하게사라지는 애들 쾅쾅 뺨을 갈기듯 문은 내 앞에서 쾅쾅 닫히고 나는 가만히 부러워진다. 멋지지 않은가? 우리가 우리 부모에게 가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에게 가하는 새끼를 길러낸다는 것이
-하긴 - P21

수진은 노인 남자1-칠십대 이상은 따로 채점한다의 점수를 매기기 위해 체크 리스트를 작성해야 했다.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는가? yes.
옆에 지팡이가 있는가? no.
걷기가 가능한가? yes.
뛰기가 가능한가? maybe.
염산 소지시 귀하의 도망 속도와 노인의 돌진 속도의 차이 값을 구하시오. 양陽? 음陰?
-여자가 지하철을 탈 때 - P119

홀로 농장을 운영하는 루시는 흑인 세 명에게 강간을 당하고 루리 교수는 화장실에 갇혀 모든 소리를 듣는다. 루리 교수는 딸에게 경찰에 신고하고 안전을 위해 떠나야 한다고 말하지만 루시는 거부한다. 심지어 강간으로 임신한 아이를 낳고 강간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웃 페트루스의 셋째 부인이 되어 그에게 땅을 넘기고 그의 보호 아래서 살아가겠다고 한다.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떠나야 한다고 호소하는 아버지에게 루시는 위험이 자신이 치러야 할 값이라고 말한다. 루시는 말한다. "만약 그것이 제가 여기에 머무는 것에 대한 값으로 지불해야 하는 거라면 어떻게 될까요? (..) 왜
지는 아무런 값도 지불하지 않고 여기에 살아야 하나요?
-이중작가초롱

교수는 칼럼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그 공포의 순간을 아랍계 이민자들의 일반적인 삶과 비교해 그러곤 이렇게 결론을 내리지. 만일 그날 자신의 모가지가 날아갔어도 자신은 항의할 수 없었을 거라고 왜냐하면 날아간 머리통은. 백인 중산층 고학력자로서 그동안 자신이 누린 삶과 지은 죄의 대가니까. 참수로 그간의 죄를 갈음한단 거지. 나아가 참수가 개인에게는 비극일망정 그로써 집단적 셈은 맞아떨어진단 거고
-여자가 지하철 할 때

부침개가 먹고 싶다면 부침개가 다 부쳐질 때까지 전도사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와인이라고 다를까.
-살인자들의 무덤

내가 지은 죄가 다른 누군가의 죄 갚음으로 사라진다. 저기 누군가가 지은 죄가 여기 오늘 내가 치른 죗값으로 사라진다. 인류는 죄를 통해 묶여 있다. 그 무한한 죄의 교환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 죄를 짓고 갚으며 살아간다. 그러다 죽는 날, 죄의 지수를 제로로 돌리며 깨끗한 상태로 잠든다.
-무릎을 붙이고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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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을 다시 읽기로 한다.
아니 듣기로 한다.
한 가지 감각을 더한 사고확장실험..
이미 긍정적인 성과를 확인한 만큼
이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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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스와프 렘의 경우,˝생명의 진화를 보라고요. 수억 년 전에 원시 아메바가 생겨났잖아요, 그렇지? 그 아메바가 뭘 할 줄 알았지? 재생산이죠. 어떤 방법으로? 유전적 특성의 지속성 덕분이야.
만약에 유전형질에 정말로 오류가 없었다면 오늘날까지도 이 지구상에 아메바 말고는 아무도 없었을 거예요. 그럼 대체 무슨 일이 생겼느냐? 그렇죠, 오류에 도달했어요. 생물학자들은 그 오류를 돌연변이라고 하지. 하지만 돌연변이야말로 앞뒤 없는 실수지 대체 뭐겠어? 유전형질을 물려주는 부모와 물려받는 자손 사이의 오해라고. 자기 형상대로 유사하게, 그렇지. .
하지만 불규칙하게! 그리고 유사성이 계속 망가졌기 때문에 삼엽충과 기간토사우르스와 미국삼나무와 염소와 원숭이와 우리가 생겨난 거야. 부주의가 모이고 모여서, 어쩌다 발에 걸려서˝라고 서술한다.
리처드파워스어 ‘불가사의‘는 스타니스와프 렘의 ‘오류와 부주의‘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여기 지구의 생명은 고세균과 박테리아였고, 20억 년 동안은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가 생명 자체의 기원만큼이나 불가사의한 무언가가 나타났죠. 20억 년 전의 어느 날, 미생물 하나가 다른미생물을 잡아먹지 않고 대신 세포막 안에 받아들여서 같이 장사를 하게 된 겁니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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