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가까운 이들이 주는 상처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사건들이 있었다. 이슬아의 이 한 마디를 뇌이면서 돌파하려한다. 내 안에 있는 회복의 힘을 믿는다.

언젠가 제자들에게 ‘너를 진짜로 상처 낼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최종적으로 네가 너를 상처 내지 않으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그 말을 한 건데 저 역시 저에 대해서 그렇게 믿고 싶거든요.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을 상처로 만들지 않을 힘이 나에게 있다고 말이에요. 회복의 힘이 내게 있으니까.
일단 잘 살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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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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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2016년 해운대 모 고등학교로 옮겨와 때아닌 질풍노도를 겪었던 기억이 있다
고만고만한 살림에 평범하기 이를데 없던 아이들과 선생이라는 이름로으로 함께했던 30여년의 시간들이 여기와서 완전히 리셋된듯한 느낌이었고
매일 오늘의 운세를 보며 출퇴근 할 정도로 과거와 현재의 극명한 갭을 감당해가며 이 해운대라는 땅에 침을 뱉고 있었다.
90년생인 내 아이를 키우면서 사실 자만한 부분이 있었다. 역시 다년간 선생질의 노하우로 아이를 잘 이해하며 긍정적으로 키우고 있구나...
하지만 이 즈믄둥이들은 다른 존재들이었다.
386이었던 나에게 70-80도 벅찬 판에 그들의 지녀들인 즈믄둥이라니!
결국 해운대가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아니, 시대가 달라졌어요! 라고 깨달은 것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가 원하는 질서, 내가 원하던 고분고분함을 확인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부터였다.
내가 맹신하는 30수년전의 교육철학이 즈믄둥이들에게 맞을리 없다는 것, 그리고...아이들에겐 잘못이 없다는 것
오히려 잘못은 내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인정하고 바꾸는 데에는 또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좌충우돌을 겪고난 지금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조금은 익숙해졌고... 꼰대 타임을 한번씩 외칠 정도로 고까운 부분을 참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 문제가 내게 있음을 알기에 쉽게 위기를 넘어가고 있다.
다만 이제는 영향력이 터무니없이 추락해버린 인문계고 3학년 국어과 교사로서의 나의 자기효능감을 어떻게 추스리고 이 즈믄둥이들과 공존해 나갈것인지가 과제인데..
역시 이것 또한 내가 풀어야할 과제!

**내가 3년동안 매일 부딪치면서 깨닫고 알게되고 판단한 것들을 타인의 글속에서 발견한다는 것을 그닥 가분 좋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이번엔 다르네요. 동지를 만났달까. 여튼 기분 좋게 읽었습니다. 남편과 더불어 여전히 꼰대성을 부여잡고 자존심으로 여기는 주변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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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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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라는 이름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메리 웨스트매콧의 소설을 조앤 스쿠다무어만큼이나 녹초가 된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다초점렌즈 탓에 눈을 내리 깔고, 피곤에 절은 눈꺼풀이 내리누르는 악조건은

역설적이게도 나 자신에 조앤 스쿠다무어를 이입시킬 가장 적절한 환경이었던 것 같다.

50대의 줄을 잡은지 꽤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 50대라는 말이 나를 이르는 말이라는 것을 쉽사리 인정하고 있는 즈음에

나는 다시 나를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막에서 길을 잃은 조앤이 환상처럼 만난 자신의 모습....

그렇게 자신을 만나고, 지난 시간들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조앤 스쿠다무어의 여정을 우리들은 한 번 쯤 다른 방법으로 경험하고 있지 않나 싶다.

나의 경우 그것이 바로 독서다.

자기연민에 빠진 조앤, 질투와 자존심에서 망각을 선택하는 조앤,

나는 할 만큼 했노라는 근자감에 빠진 조앤,

 

전반부를 읽어나가는 동안 나는 조앤이라는 인물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오히려 그 안에서 숨쉴 틈 없이 조임을 당하는 남편, 아이들...에 대해 측은함을 느꼈다.

그 사막의 경험 이후로 나는 어느새 조앤이 되어 있었다.

조앤의 자기 연민, 근자감.....그건 나 자신의 모습이었다.

새로운 시작....

다소 신파적인 반전이라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에필로그는...머리를 치는 현실이었다.

그래 그렇게 삶은 어긋나고, 흘러가는 것이다.

그렇게 짠하게......

 

봄에 나는 없었다.... 그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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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주인 1
시노하라 우미하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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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마구 따뜻해지는 느낌..70년대, 나의 중학시절..고등학생 때까지..만화에 푹 빠져 살았다. 그 느낌이 살아났다고 할까..새소년 클로버문고, 해적판 일본 만화..해적판이란 것을 알면서도..계몽사 소년소녀문학전집의 국민학교시절, 레먼문고의 고등학생시절..이 책을 보는 내내 그 안에서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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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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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리코의 식탁을 두 번 보면서 나의 십대를 이입했던 적이 있다.

5등급 인생이 모든 관계들에게 날리는 펀치라는 이름으로 

'모래의 여자' 방인영이 보여주는 모래의 삶들...

지금 내가 '매일 아침 8시까지 조그만 교실로 몰아놓고..모두 똑같은 것만' 가르치는

5등급의 방인영과 1등급의 유진, 7등급의 현정...들의 삶...

답이 있냐고?

답....

 

안경을 바꿨다. 다초점렌즈

노안이 이미 제법 진행되었다고 해서...

렌즈의 위쪽은 원거리용, 아래쪽은 근거리용이란다

초점 맞추는 일이 눈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좀 어지러울거랬다.

내가 워낙 근시가 심했던 탓에 크게 불편함은 못느낄 것이라면서...

안경을 바꾼 첫날...안경점을 나오다 발을 헛디딘 줄 알았고

다음 날 모니터의 글씨가 겹쳐보여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다.

그 안경을 쓰고 책보고 모니터보고 계단을 오르고 운전을 하고

그렇게 사흘째, 조금 익숙해진다

모니터 보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모든 틀 안에서 두 개의 기준이 같이 존재할 때는 어지러울 수 밖에 없다.

방법은 두 가지

내 기준이 아닌 것을 삭제하거나

두 기준으로 새로운 초점을 만드는 것

삭제는 불편하다. 리셋이 필요한 작업이다.

리셋한다고 해서 모든 시스템들이 깨끗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남은 찌꺼기들이 언제나 시스템을 방해한다...

 

그래서 생명체는 삭제와 리셋을 선택하지 않고 진화와 적응이라는 것을 선택한다.

그것이 최선이 아닌줄 알면서도, 그렇게 진화하고 적응하면 아주 우스운 꼴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우리 사회는 이루어졌고, 그것을 역사라 부른다.

그리고 그것을 인간이라고 한다.

 

방인영의 방법은 삭제...선택과 판단과 적응의 상황에서 그녀의 선택은 삭제였다.

나, 지금 그 방인영의 딱 2.5배의 나이를 먹은 나 또한

삭제를 꿈꾸었고 지금도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꿈만...

 

지금 나에게 모래의 삶은,

잡다한 관계의 압박을 벗어나

의미있는 관계들로 엮은 뼈대만으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사암(沙巖)'이 되었음을

그간의 삶의 경험이 탄탄하게 지탱하는 안에서 굳건해진 '나'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지나가는 것이다...지나가면 되는 것이다...다른 방법은....지금도 잘 모르겠다.

 

** 아베코보의 모래의 여자를 십수년 전에 읽은 뒤,

    누렇게 바랜 책을 다시 끌리듯 읽고 한참 침잠했던 것이 작년 가을이었다....

    십수년 전에는 그 남자의 실종에 맞춰지던 나의 관심이

    이번에는 그 여자의 삶에 꽂힌 것이다. 그래서 '모래의 여자'였다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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