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가사 크리스티라는 이름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메리 웨스트매콧의 소설을 조앤 스쿠다무어만큼이나 녹초가 된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다초점렌즈 탓에 눈을 내리 깔고, 피곤에 절은 눈꺼풀이 내리누르는 악조건은

역설적이게도 나 자신에 조앤 스쿠다무어를 이입시킬 가장 적절한 환경이었던 것 같다.

50대의 줄을 잡은지 꽤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 50대라는 말이 나를 이르는 말이라는 것을 쉽사리 인정하고 있는 즈음에

나는 다시 나를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막에서 길을 잃은 조앤이 환상처럼 만난 자신의 모습....

그렇게 자신을 만나고, 지난 시간들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조앤 스쿠다무어의 여정을 우리들은 한 번 쯤 다른 방법으로 경험하고 있지 않나 싶다.

나의 경우 그것이 바로 독서다.

자기연민에 빠진 조앤, 질투와 자존심에서 망각을 선택하는 조앤,

나는 할 만큼 했노라는 근자감에 빠진 조앤,

 

전반부를 읽어나가는 동안 나는 조앤이라는 인물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오히려 그 안에서 숨쉴 틈 없이 조임을 당하는 남편, 아이들...에 대해 측은함을 느꼈다.

그 사막의 경험 이후로 나는 어느새 조앤이 되어 있었다.

조앤의 자기 연민, 근자감.....그건 나 자신의 모습이었다.

새로운 시작....

다소 신파적인 반전이라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에필로그는...머리를 치는 현실이었다.

그래 그렇게 삶은 어긋나고, 흘러가는 것이다.

그렇게 짠하게......

 

봄에 나는 없었다.... 그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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