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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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리코의 식탁을 두 번 보면서 나의 십대를 이입했던 적이 있다.

5등급 인생이 모든 관계들에게 날리는 펀치라는 이름으로 

'모래의 여자' 방인영이 보여주는 모래의 삶들...

지금 내가 '매일 아침 8시까지 조그만 교실로 몰아놓고..모두 똑같은 것만' 가르치는

5등급의 방인영과 1등급의 유진, 7등급의 현정...들의 삶...

답이 있냐고?

답....

 

안경을 바꿨다. 다초점렌즈

노안이 이미 제법 진행되었다고 해서...

렌즈의 위쪽은 원거리용, 아래쪽은 근거리용이란다

초점 맞추는 일이 눈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좀 어지러울거랬다.

내가 워낙 근시가 심했던 탓에 크게 불편함은 못느낄 것이라면서...

안경을 바꾼 첫날...안경점을 나오다 발을 헛디딘 줄 알았고

다음 날 모니터의 글씨가 겹쳐보여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다.

그 안경을 쓰고 책보고 모니터보고 계단을 오르고 운전을 하고

그렇게 사흘째, 조금 익숙해진다

모니터 보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모든 틀 안에서 두 개의 기준이 같이 존재할 때는 어지러울 수 밖에 없다.

방법은 두 가지

내 기준이 아닌 것을 삭제하거나

두 기준으로 새로운 초점을 만드는 것

삭제는 불편하다. 리셋이 필요한 작업이다.

리셋한다고 해서 모든 시스템들이 깨끗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남은 찌꺼기들이 언제나 시스템을 방해한다...

 

그래서 생명체는 삭제와 리셋을 선택하지 않고 진화와 적응이라는 것을 선택한다.

그것이 최선이 아닌줄 알면서도, 그렇게 진화하고 적응하면 아주 우스운 꼴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우리 사회는 이루어졌고, 그것을 역사라 부른다.

그리고 그것을 인간이라고 한다.

 

방인영의 방법은 삭제...선택과 판단과 적응의 상황에서 그녀의 선택은 삭제였다.

나, 지금 그 방인영의 딱 2.5배의 나이를 먹은 나 또한

삭제를 꿈꾸었고 지금도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꿈만...

 

지금 나에게 모래의 삶은,

잡다한 관계의 압박을 벗어나

의미있는 관계들로 엮은 뼈대만으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사암(沙巖)'이 되었음을

그간의 삶의 경험이 탄탄하게 지탱하는 안에서 굳건해진 '나'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지나가는 것이다...지나가면 되는 것이다...다른 방법은....지금도 잘 모르겠다.

 

** 아베코보의 모래의 여자를 십수년 전에 읽은 뒤,

    누렇게 바랜 책을 다시 끌리듯 읽고 한참 침잠했던 것이 작년 가을이었다....

    십수년 전에는 그 남자의 실종에 맞춰지던 나의 관심이

    이번에는 그 여자의 삶에 꽂힌 것이다. 그래서 '모래의 여자'였다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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