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의 새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엄지영 옮김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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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뇨에게서도 그랬지만 아직 남미식 블랙유머는 어렵다.
닐게이먼이 엮은 26편의 이야기들을 읽고난 뒤라 이야기들2를 읽는 느낌이기도했다.
어떤 꼭지에서는 조이스 캐럴 오츠가, 로디 도일이...이토록 내가 경험한 다양한 작가와 컨텐츠들이 느껴진다.
특히 로디도일의 ‘피‘와 ‘입속의새‘의 닮음새는 애니메이션 ‘하레와 구우‘의 새를 삼키는 사람을 떠오르게 하고,
‘행복한 문명을 향해서‘는 아주 오래전에 읽은 아베코보의 ‘모래의 여자‘와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떠오르게 한다.
길지 않은 길이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다양한 소설들을 연상하게 되는 재미는 어쩌면 다소 생소한 파편으로 나열된 이 이야기들을 좀더 제대로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하게 만드는 이 소설집의 장점이라 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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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참사, 대단히 비싸고 꼼꼼히 계획된 그것은 너무도 무의미했다. 마침내 이 지구상의 단 한 사람이 그것으로부터 어떤 이득을 취했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나는 이 책을 썼고, 이 책은 내게 많은 돈과 명예를 안겨주었다. 뭐, 그런 거지.
어쨌거나 나는 죽은 사람 한 명당 2달러 혹은 3달러를 번 셈이다. 나도 그 일에 발을 담그고 있다.

하느님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차분한 마음과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언제나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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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적 힘의 비밀 움직씨 만화방 3
앨리슨 벡델 지음, 안서진 옮김 / 움직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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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독거중인 팔순 노모와 뷔페 점심 후 뉴요커스타일 공원 커피 산책을 한다. 지난주 엄마는 ˝니가 제법 늙었나 보더라.˝로 대화를 시작했다. 뜨끔해진 나, ˝그럼 늙었지. 당연한걸...근데 왜?˝
TV건강 체험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자들 나이가 나와 비슷하더란다. 그런데 그들이 너무 늙어보이더라는 거다. 그래서... ˝그래서 나도 그렇게 늙어 보이나?˝했다. ˝늘 보는 내눈에야 항상 그대로 인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도 그럴까 싶다.˝
앨리슨 벡델 또한 10대부터 50대까지의 자신의 모습을 큰 변화없이-약간 늘어지고, 허리가 굵어지고, 주름 좀 잡힌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지난 주 그 대화를 떠올렸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문화적 영향을 받으며 지금에 이른 사람들의 진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 좋다, 행복하다 등의 표현을 하려다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어 말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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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파이어
카밀라 샴지 지음, 양미래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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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을 사전에서 찾으면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기술적, 사회 구조적인 발전.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생활에 상대하여 발전되고 세련된 삶의 양태˝라고 돼있다. 문명인의 입장에서 나와 다른 이들은 ‘원시적 생활‘을 하는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그 무리 밖의 사람들은 데카르트적 인간이 아니므로 존재로서의 존엄은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디아스포라는 그래서 서구 기독교 문명사회로 이식된 타문화인들에게만 한정되는 개념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사코 구별짓고 격리시키기를 원하는 이웃들 사이에서 자기를 지키는 삶을 살고 싶어했던 세 남매의 이야기를 다 읽고난 후 나는 절망적이 되었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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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샴지는 라디오 뉴질랜드(RNZ)와의 인터뷰에서 홈파이어 작품 구상에 영항을 미친 사건을 언급했다. 그 사건은 2014년 한 영국 태생의 파키스탄계 사람이 테러조직에 연루되자.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가 해당 일가족 4명의 시민권을 전부 박탈해버리기로 결정한 일이었다. 샴지는 그 소식을 접했을 때. 반역자라는 이유로 시신마저 방치된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러주려 했던 안티고네의 결정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죽은 혈육을 향한 인간의 비애와 시신이 존엄하게 묻힐 권리마저 박탈하는 국가의 처분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마음속에서 공명했다고 덧붙였다.
-옮긴이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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