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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올해 스물 두 살이 되어 함께 투표를 하고 온 아들 녀석에게
이 책은 너희들이 꼭 읽어야할 것 같다...고 추천했다.
버는 것만 가르치고 쓰는 것은 가르치지 않는 교육
정보로부터 소외된 민초들의 등에 빨대를 꽂고 있는 체제를 장악한 무리들
개인의 소비욕구, 근사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를 탓하기엔
세상의 욕망은 너무나도 강하고 거대하다.
세키네 쇼코는 함부로 살아온 여자가 아니다....
카드빚을 졌다고 해서 그녀를 그렇게 판단하지 마라는 말을 그냥 쉽게 흘려보낼 수가 없었다.
학부모에게 편지를 보냈었다.(바로 이 책을 읽기 한 주 전이다)
학비지원기준에서 넘치기 때문에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그렇지만 혹시나 알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 회신 바란다고...
그 학부모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우여곡절끝에 작은 아파트를 하나 샀다고
지금 그 아파트 대출금 갚느라 모든 가족의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공과금까지도 연체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이 사연을 읽으면서...그 앞서 받은 다른 아이의 사정과 비교했다.
신용불량자인 아버지...류마티스로 심한 육체노동조차 어려운
자영업을 하다 어려워진 상태에 보증으로 인한 부채까지....
어머니 혼자 벌어서 가계를 꾸려야 하는...
그 아이의 사정과 비교한 나는
뭐야, 이건 너무 욕심아닌가? 적어도 맞벌이지 않나....
게다가 대출금 상환으로 인한 가계 부담이란 뜻 아닌가...
하면서 흰눈으로 그 편지를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하우스푸어...
그 형편과 그들의 사정을 미루어 짐작해서는 안 된다 싶었다.
적어도 누군가의 삶에 대해 함부로 객관적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깊이 사정을 알아보고 학비지원 신청을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개인의 삶을 재는 잣대는 어떻게 만들어도 객관적일 수 없다.
하지만 잘못된 구조는 객관적으로 확인이 되고 평가가 된다.
또한 신조 교코가 생존의 욕망을 위해 저질렀던 범죄 행위 또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세키네 쇼코의 삶이나, 신조 교코의 삶 전체를 누군가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들의 욕망은 그녀들 삶의 맥락 속에서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었지만
그녀들이 욕망하기를 기다리다 그 욕망을 집어삼키는 더 큰 욕망은 절대악임이 틀림없다.
그 절대악이 제도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권좌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에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면서 느꼈던 무거운 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죽어줘 아빠....'를 되뇌이는 교코의 마음이 목소리가 되어 아직도 들리는 것 같다...
**내 어머니는 공무원인 아버지의 박봉에 살아보기 위해 온갖 부업을 했었다.
그 와중에 꽤나 자주 우리집은 빚잔치라는 것을 했었고, 나는 그 상황이 지긋지긋했다.
벗어나고 싶었다....나는 교코의 마음을 이해한다...물론 그녀가 생존의 방법으로 선택한 길은 받아들이지 못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그녀보다는 운이 좋았거나, 스스로 욕망제어기제를 키워온 덕이라 할 수 있겠다.
모든 삶으로부터 배척 당한 그녀의 선택....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