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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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주의자로 자신의 구역을 정하고 스스로의 과학 독서 편력을 망라하며
잡다한 주변의 일들과 꿰어 책 한 권을 만들어 낸
책쟁이의 수다...

내가 임성한의 드라마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잡다한 앎의 가지들을 뻗어 곁가지로 흘러가면서
가로세로로 자신이 가진 앎을 과시하는-시청자를 가르치려드는
어이없는 부록들 때문인데

책을 읽다가도 가끔 그런 부분이 나오면 일단 눈을 희게 뜨고 보게된다.

 

책의 성격 때문이었는지, 글쓴이의 스타일이 그래서였는지
여기서도 가끔 그런 부분들이 발견되어서 다소 불편했다.
특히나 압권이...
그냥 요즘은 '혹성'이 아니라 '행성' 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혹성탈출'이란 영화제목을 '행성탈출'이라고 하면 이상하잖아...
라고 말할 일을

"요즘은 '혹성'이 아니라 '행성'이라고 부른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가 있다.
거기에 전미총기협회 회장이 나오는데 그사람이 찰턴헤스턴이다.
이 사람이 출연한 영화가 혹성탈출이다.
그 '혹성탈출'을 '행성탈출'이라고 하면 이상하잖아..."

라고 가지를 친다. 이건 엄연한 곁가지다.
게다가 마이클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을 '폴링 인 콜럼바인'으로
잘 못 쓰고 있다.
처음 만나게 된 전집의 이야기에서 공감모드에 돌입하여
계몽사 소년소녀문학전집 50권에 천재학습 전집세트...
한국위인전기전집, 세계위인전기전집...
내가 거친 전집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있다가
이 뭐람...

과학에 대해 마음을 열고 들어가게 만드는 관심끌기의 의도였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하지만, 내 주변의 많은 국어선생들이 회식자리에서
명문장 하나씩들을 인용하면서 내로라...하는 것에 욕지기를 느끼는 나인지라
쉽게 풀리지는 않는 서운함이다.
박물학이 인문학은 아닐텐데....

이 책속의 모든 꼭지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활자 하나가, 단어 하나가....
책에 대한 믿음을 좌우하는 것을 어쩌겠는가

이 책이 나오고 몇 달 뒤에 떠나신 분이란 글을 읽고
그냥 마음이 짠했다...
마음이 급하셨던 걸까?

아직 내 마음은 폴링인콜럼바인에서 읽기를 멈춘 채 책장을 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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