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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1 - 돌베개인문.사회과학신서 50
박세길 지음 / 돌베개 / 198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5년도 넘게 지난 지금,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애독하는 귀한 책이 되었다. 88년 나올 당시 이런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을 것이며, 엄청난 거부감 내지는 혼란을 가져온 책이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강만길의 '고쳐쓴 한국현대사'의 서문에서도 인정하듯, 당시에 북쪽과 관계된 어떤 역사적인 고찰도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이었다. 그 책에서도 815 공간의 민족운동사적 흐름을 '건국준비위원회, 좌우합작운동과 48년 남북연석회의를 중심으로 줄기잡은'것에 대해 오른쪽 사학자들을 비롯한 여러 세력에 의해 탄압을 받을걸 걱정을 많이 했다는 말이 나온다.
요 밑에 있는 어떤이의 리뷰에도 있듯, 이 책은 굴절된 제도권 역사를 반대로 굴절시킨다는데 어느정도 정당성이 있는 동시에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존의 제도권 역사책에서 서술한 이승만과 625같은 반공 일변도의 서술이 지배하던 시절, 이 책의 어느정도의 과장은 정당한 것이었다. 이 책 이후로 다른 역사가들이 용기를 얻은 것도 사실이겠고, 시간이 지나면서 역사책의 논조가 많이 바뀐 것. 그리고 아마추어 역사가의 이 책이 이제는 대학의 한국현대사의 준 교재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그 사실을 반증한다.
하지만 2004년에 이 책을 다시 볼 때 중립적인 자세를 가지고 반성해볼 때 과연 정당한가. 그것은 그 뒤에 나온 수많은 역사책이 증명하고 있지만 굵직한것을 몇 지적할수 있겠다. 한국의 분단과 한국전쟁의 많은 부분의 주체가 외세, 특히 미국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 민중의 주체적인 역사속의 대응은 어떠한가. 특히 이 책의 후반부의 주제인 한국전쟁을, 북한과 미국의 대결로 요약할 수 있겠는데. 전쟁의 원인을 이야기할 때, 커밍스의 개량주의 이론, 즉 당시의 전반적인 상황이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점을 채택하고 있다. 설득력이 있으나 너무 그것을 강조하다 보니 전쟁당시 북한의 실체는 무엇인가 하는 설명이 없다. 이 책의 앞부분의 독립운동에 김일성(북한의 김일성이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사칭했다는 설을 뒤로 하였지만)에 대한 것을 여섯 페이지나 할애해 놓고, 한국전쟁의 기원에 대한 분석에서는 미국의 동기 등은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해놓았으나, 북한쪽의 책임은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것 등은 다시한번 균형이 잡혀야 할 부분이다.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큰 문제 의식을 던져주며, 다른 책들을 많이 읽게 해주는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다. 단, 이 책 한권으로 한국사의 흐름을 잡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