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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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또 하나의 책이 나왔다.
지금까지 신을 증명하는 모든 노력이 실패했고, 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노력도 실패했다. 그중에 어느 하나가 성공했다면 우리는 그걸 교회가 아닌 학교에서 배우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신이 없다는 증명을 시도하지만 결론은, 과학은 신이 없어도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논박이다. 기존에 신과 과학을 결부시켰던 사람의 방법은 간격 채우기(filling-in-the-gap) 즉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게 있으므로 신이 있어야 한다였다. 그러나 지은이는, 따라서 신이 없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

이 책을 보면서 경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에 대한 맹신이다. 지은이와 우리는 과학에 대해 너무 호의적이다.  사실이 책은 과학을 가장 큰 종교로 믿는 20세기(그리고 우리가 숨을 쉬는 21세기 초)에 가장 유행하는 생각을 정리해놓았다.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준 지식들은 정말 많지만, 이 세상 모든 것이 이러한 방식으로 설명된다는 것은 거기에 따른 부작용이다.

도킨스가 지금까지 주장해온 것은, 지적 디자인의 오류, 그리고 진화는 생각보다 큰 확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신이라는 개념이나 종교라는 문화양상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결론에 이른다. 사실 지적 설계, 즉 이 세상 복잡한 것이 확률적으로 자동으로 탄생하기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 만들었을 것이다 라는 결론도 성급이지만, 과학이 많은 것은 환원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신이나 마음에 대해서도 이런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성급한 결론이다. 그래도 설명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는 게 과학자의 불가피한 자세이기도 하지만.

20세기가 중반쯤 이르렀을 때, 토마스 쿤은 과학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이 합의하는 의견일 뿐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계몽을 통해 종교가 없어지리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생각 또한 이러한 과학 만능주의가 지속될 것이라는 맹신일 뿐이다. 종교는 불가피하게 인간의 언어로 쓰여진 경전, 인간의 모임 인간의 행위를 통해 전승되어 왔지만 인간은 거기에서 무언 다른가를 얻는 존재이다. 종교 부수적인 것을 반박하는 것이 종교 자체를 반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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