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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포칼립스
대니얼 H. 윌슨 지음, 안재권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나는 판타지, SF 와 같은 장르에는 별 취미가 없다. 영화를 볼때도, 책을 읽을 때에도 일단 그 분야는 접하는 빈도가 현저히 낮다. 그래서 이번 책을 받았을 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뉴욕타임즈, LA타임즈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랑을 많는 책이라 해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보자 하는 반신반의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과는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SF 장르의 단골 소재인 인간과 로봇의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지루하지 않았고, 흥미도 있는 내용전개를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기계적인 사고 방법이 시작되고 나면 우리의 연약한 능력을 능가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로 대화를 나눠 가며 지혜를 다듬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단계에 다다르면, 기계들이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않을 수 없다."

- p.145 2부 제로아워 시작 글. (앨런 튜링, 1951)

 

 

우리 인간은 우리가 지구의 모든 것을 만든 창조자이자 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들을 대한다. 자연의 소중함, 동물 멸종에 대한 위기, 무분별한 과학의 유입 등에 대한 위험을 느끼고 그것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지구의 주인이자, 무자비한 기술의 발전이 가져하는 해를 인지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어느 한 곳에서는 우리 인간으로 인해서 위험을 생기고 있지만 눈감고 귀막고 불도저처럼 강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인간의 끝을 모르는 욕심을 나타내는 것이 로봇과의 전쟁. 그리고 우리의 보장받지 못하는 생명일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어떤 곳에서도 로봇의 존재가 없이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용하는 전자기기들, 학교나 회사에서 사용하는 사무용품들, 이동할 때 사용하는 교통수단들 등등 우리는 로봇에 의존해서 그들에게 석유나 전기같은 연료를 써가며 우리 삶을 영위해가고 있다. 그런 로봇과 인간의 전쟁이라면 나는 공상과학장르에서는 항상 인간의 승리로 끝나지만 사실은 로봇 그들의 승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기계가 없이는 제대로 이동도 할 수 없고, 먹을수도 없고, 입을수도 없는 우리들이기에 전쟁이 시작과 함께 로봇들이 이기는 게임이 될 것이다. 벌써 우리는 우리가 만든 기계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영혼은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야. 인간들은 어떤 이유로건 서로 차별하지. 피부색, 성별, 신념, 인종들은 영혼을 지닌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받는 영광을 위해 서로 죽도록 싸워. 우리라고 달라야 할 이유가 있나? 우리가 우리의 영혼을 위해 싸우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어?"

- p.509 5부 보복. 사랑의 자실을 갖춘 기계들 중

 

 

이기적인 우리들은 이 대목에서 자연히 반성을 하고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로봇 그들이 죽이자고 하는 건 인간밖에 없다. 로봇이 인간들보다 더 큰 힘으로 지구를 지배하고자 할 때, 인간이 지구를 지배할 때보다 자연은 훨씬 더 좋아지고 인간이 그들을 지배하기 전인 태초의 깨끗하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로봇들은 인간보다 훨씬 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익숙하게 적응을 한다. 그렇지만 우리 인간들은 자연을 훼손하는 것 이외에도 피부색, 성별 등에 따라 차별을 하며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우월감이라는게 원래 자기의 존재를 자신이 우월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데 특히 백인들은 온갖 상스러운 말로 흑인과 황인을 차별한다. 아주 더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의 시작, 역사와 문화에는 좋고 나쁨이 없고 높음과 낮음이 없지만 좀 더 오래 찬사받을 만한 역사와 문화를 꽃피우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중시한 흑인과 황인들의 역사에 비하면 그들의 역사는 아주 저급한 뭐든지 훼손해서 자신들에게 득만 남기면 된다는 식의 역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신대륙의 발견도, 식민지의 시작도 모두 그들이 남긴 역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적응한다. 우리는 그런다. 필요성이 증오를 없앤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협력할 것이다. 서로를 받아들일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은 인류 역사상 서로에게 맞서 전쟁을 벌이지 않는 유일한 기간이었을 것 같다. 잠시 우리는 모두 평등했다. 인류는 궁지에 몰렸을 때 가장 훌륭하다."

- p.516 결과보고 중

 

 

인류는 궁지에 몰렸을 때 가장 훌륭하다는 말에는 큰 공감을 할 수가 없다. 궁지에 몰렸을 때 가장 생각이 많고 이것 저것 많은 대안들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행착오를 하고 다른 것을 다시 시행할 수 있는 여유가 없기 때문에 몰락하고 다른 사회가 시작되고, 또 몰락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과거의 모든 국가들이 몰락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나라들이 생겨난 것이다. 또한 지배층은 자신들의 권력과 부만 어느정도 보장해준다면 나머지에 대한 생각은 거의 없기 때문에 궁지에 몰렸을 때 가장 훌륭하기 보다는 가장 분열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우리나라도 뭔가 훌륭하게 나라를 이끌어 나가기 보다는 앞정부에 대한 심판에만 급급히 제1야당의 손만 들어주고 있으니 그들은 또 자신들이 잘해서 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이명박대통령이 당선되고 이번에는 또 민중당이 여당 혹은 총선에서 승리한 당이 될 확률이 높아지는 상황을 본다면 지지당이 바뀌었다는 것을 빼고 모두가 동일한 상황이다. 인지능력을 가진 로봇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래서 이 상황을 본다면 충분히 한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태를 우리가 계속해서 만들고 있는 것이니 당연히 우리가 지배를 하는 것이 아니고 당하는 입장이 되는 것도 토를 달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공기만큼이나 의미를 필요로 한다. 운이 좋게도 우리는 아무런 대가 없이 서로에게 의미를 줄 수 있었다. 그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p.325 생존. 보호 의무 중

 

 

이 말에는 격하게 공감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의미를 필요로 한다. 범죄를 저지르는 범행동기도,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결과를 다르지만 모두 자신의 의미를 공고히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나의 존재 의미 그것이 인간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도 이에 일환이다.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쉴수 없듯이, 사람들의 자신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생각할 때,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기 때문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보다 뛰어난 인지능력을 지닌 로봇이라면 그 로봇 또한 동일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들이 그들에게 또 무지비하고 이기적인 존재로 비춰줬다면 모두를 위해 인간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쯤이야 별거 아닌 것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존재이유, 존엄성을 훼손한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창조자도 주인도 아니다. 다만 다른 것들과는 다르게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좀 더 바른 생각들을 해서 모두가 조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 조력자이자, 더불어 상생해야만 하는 존재이다. 이 더불어 상생이라는 말은 잊고, 가슴이 새기지 않는다면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의 존재가 위태롭고, 동시에 우리도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 함께 평화롭게 사는 걸로는 충분치 않아. 한쪽 종족이 무릎을 꿇은 상태라면."

- p. 499 보복. 사랑의 자질을 갖춘 기계들 중 아코스 R-14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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