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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 참 잘지었다. 하는 생각이 책을 덮자마자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평범한 연애이야기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그런 독특한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참 재미가 있었다. 참신한 작가, 인간을 묘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라고 손꼽히는 작가 미우라 시온을 소개하는 말은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접해본 그녀의 소설이었지만 그녀는 독자에게 재미를 주는 유머러스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말에 쉬면서 생각없이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을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 모퉁이를 돌면 정면으로 2층 목조건물인 고구레빌라가 보인다. 건물 외벽은 갈색 페인트로, 나무 창틀은 하얀색 페인트로 칠했다. 멀리서 보면 초콜릿 바탕에 생크림으로 장식한 초콜릿 케이크가 떠오른다. 가까이 보면 페인트를 여러 번 덧칠해 울통불통한 것이 진흙덩어리 같지만. 주인 할아버지가 페인트 벗겨진 곳을 발견하는 즉시 페인트붓을 가져와 서툰 솜씨로 칠하기 때문이다."

                                                                                                      -Simply Heaven p.22

 

 

고구레빌라는 오래된 건물이지만 입주민들에게는 그 어느곳보다 안락하고 따뜻한 집이다. 그리고 그들이 사랑을 하고 삶을 살아가는 곳이다. 그 고구레빌라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남자친구와 6개월째 알콩달콩 연애를 하고 있는 마유에게 나타난 연락없이 사라진 전 남자친구, 오래된 친구의 죽음을 앞둔 섹스에 대한 열망앞에서 자신 또한 갑자기 섹스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 주인 할아버지, 역사건물에서 우연히 이상한 모양의 돌기를 발견하며 새로운 남자와 만나게 되는 애견 미용사 미네, 남편의 불륜사실에 미행을 감행하게 되는 사에키, 우연히 아랫집 대학생을 훔쳐보게 되면서 그녀에게 야릇한 감정을 느끼는 간자키,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으로 친구의 아이를 키우면서 강한 모성애에 사로잡히는 미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첫사랑을 새로운 사랑으로 인해 조금씩 지워버리게 되는 나미키의 이야기까지.

 

마유에게 전 남자친구는 아직도 마음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사람이 싫어서 헤어지게 되었다기 보다 갑자기 남자친구가 사라지면서 그녀는 원치않는 이별을 해야했다. 그래서 2년이 넘게 혼자였고 지금의 남자친구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어렵게 받아드려 잘 만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 남자친구가 나타나 그녀의 인생을 뒤흔드려고 한다. 나미키는 나쁜 사람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마유에게는 나쁜 남자이다. 최소한 그녀에게 어디를 가는지, 그녀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어떤 언질을 줬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말도 없이 그녀를 떠났다. 다시 돌아오면 그녀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그를 기다리고 있을꺼라는 생각을 하며.

 

말도 안된다. 무조건적인 희생과 기다림을 강요하는 것은 사랑이 아닐것이다. 그냥 나 좋자고 내가 아쉴울때만 만나고 싶다는 거지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뭐 그렇다고 그녀와 새 남자친구를 떼어놓으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다. 사랑을 한다면 나를 생각하는 것만큼 상대방도 생각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그때문에 마유가 지금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미키를 다시 만날까봐 긴장하면서 봤다. 다행히도 그들의 사랑이 깨지지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섹스를 하고 싶은 염원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사람이 어찌 고토 한 명뿐이겠는가. 사랑이네, 정이네 하는 숭고한 정신을 표현하는 데 섹스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아니라고들 한다. 그건 안다. 하지만 고구레는 맹렬히 섹스가 하고 싶다. 실제로 행위가 가능한 나이와 신체를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지금 불현듯 맹렬히 섹스에 대한 욕망이 용솟음친다. "

                                                                                                                    - 심신 p.59

 

 

고구레빌라의 주인인 고구레 할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섹스의 욕망에 빠져 어떻게 해야할지 매일 궁리를 하고 있다. 친한 친구가 죽기전에 섹스를 원했지만 결국 못하고 죽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자신 또한 죽음이 더 가까이 오기 전에 한번 해봐야겠다고 상대를 찾아 다닌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그 열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외로움과 허전함이 아닐까싶다. 젊은 시절엔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한때를 살게 된다. 화려한 시절이 지나고 나면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게 되는 별거 없고 새로울 것 없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해 버리지 않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할아버지가 그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주변 사람이 있는다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 방 안은 하루카 냄새로 가득하다. 기저귀봉투를 보지 않으려고 미쓰코는 침대에 엎드렸다. 침구에도 우유 냄새가 배었다. 만일 아키가 아이를 데리고 놀러 온다고 해도 그때는 더 이상 하루카가 아니다. 다른 이름으로, 미쓰코가 아닌 다른 여자 손에 자라, 미쓰코가 아닌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다. 미쓰코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하다. 어쩜 이렇게 잔혹할 수 가 있을까. 내가 얼마나 예뻐했는지, 얼마나 원했는지 조금도 헤아리지 않는다. "

                                                                                                          - Piece p.253~254

 

 

미쓰코는 엄마가 될 수 없는 몸이지만 한번도 아이를 간절하게 원한적 없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아이를 일주일동안 키우게 된 것이다. 친구는 버리다싶이 하면서 그녀에게 아이를 떠밀고 가버렸다. 이름도 없던 그 아이에게 하루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엄마처럼 돌보다 보니 그녀는 친구가  영영 아이를 찾으러 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냥 내아이가 되어주기를.

 

나도 아이를 참 많이 좋아한다. 결혼에 대해서는 특별히 가지고 있는 환상이 없지만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결혼은 안하더라도 내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미쓰코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자신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니 우연히 자신에게 온 아이지만 앞으로는 내 아이가 되기를 바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친구는 하루카를 찾아오고 그녀는 남겨진 하루카의 흔적때문에 슬퍼한다. 그녀도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보다 잘 키울 수 있을꺼라는 생각이 드는데.

 

고구레빌라 사람들은 서로 많은 공유를 하면서 살아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엮여 있는 책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사이 또한 무지 돈독한 것처럼 느껴진다. 크게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는 이야기도 있고, 강하게 공감이 드는 이야기도 있지만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왠지 내가 사는 옆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일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내 주변이야기들과 섞어놓아도 함께 어우러져 책을 만들어 놓을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고구레빌라가 친숙하게 느껴지고, 살아있는 진짜 이야기같다.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읽을수록 고구레빌라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많은 정을 줬던 것 같다. 그들이 내 옆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을 것처럼.

 

고구레빌라 사람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 그곳에서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들의 연애 소동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가벼우면서도 무겁고, 우습기도 또는 우습지 않기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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