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불매운동 이야기를 다시 꺼낼 일도 별로 없어 보이지만,
숙제가 많다. 언젠가 전쟁 후 바그다드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서 무너져 버린 건물에서 남은 살림도구들을 주섬주섬 챙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내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다 놓아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부스러진 것들, 남겨진 것들이라도 모아모아 다음을 기약해야지.
1) 피터 싱어를 읽자. 뭐 나도 책 좀 읽었소 하고 끼어들고 싶어서는 아니고.. 오가는 이야기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다. 고작 “그래도 기부는 해야한다”라는 결론을 내릴거라면 굳이 어렵게 책 읽을 필요 없이 김혜자 아줌마 말만 새겨들어도 충분하지 않나. 그리고 그 결론에서 그래서 당장 불매를 해야만 했다는 결론으로 건너뛰는 것도 마뜩찮다. 윤리학이라는 보다 넓은 범주의 주제로부터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그보다 좀 더 복잡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피터 싱어가 그 한 사례를 제시해주지 않을까 싶다.
2) 비정규직 문제의 장기적 전략(?). 당장 지금 여기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근본적 해법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책임하긴 하지만, 근본적 해법에 대한 전망 없이 개별 사례만을 접근하는 것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자칫 개별 기업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내 자신의 마음의 평화만 얻는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기 때문이다. 하나의 투쟁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이 전체적인 마스터플랜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비정규직 문제의 전망은 무엇인가. 싸움의 주체는 누구이며, 어떻게 동의를 확산시키고 동력을 모아나갈 것인가. 어려운 문제다.
3) 온라인 공간에서의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아주 느슨한 의미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이야 가능하겠지만, 의견을 모으고 토론하고 논쟁하며 이견을 좁혀나가는 과정은 분명 어느 선에서 결론을 내야만 한다는 전제 하에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 그저 제각기 최대치를 외치기만 하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 반드시 쟁취되어야 하는 부분,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이 가능한 부분을 스스로 구분하지 않는다면, 결국 남는 것은 평행선 뿐 아닐까. 온라인 공간이 주는 느슨한 소속감으로 책임 있는 논쟁이 나오기는 극히 어렵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이것은 한계인가 미숙함인가.
4) 알라딘은 아직 어떠한 변화가 생겼는가에 대해 언급이 없다. 연초라 바쁘고 정신 없을 수 있을 테니 좀 더 기다려보기야 하겠지만, 만약 계속 별다른 반응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된다. 뜻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의지를 모은다면 대안 community 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건 아니겠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네이버 등에서 책 정보를 오픈하니까, 그런 정보를 이용해서 알라딘과 비슷한 형태의 (thanks to 같은 떡고물은 없지만) 책 커뮤니티를 구성할수도 있겠다. 상업성과의 결별은 최소한 운신의 폭은 좀 더 넓혀줄 테니. 문제는 그런 커뮤니티를 구축할만한 공을 들일 volunteer 가 얼마나 있느냐의 문제겠지.
또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