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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 전사 레마솔라이 뿔난 송아지 1
조지프 레마솔라이 레쿠톤 지음, 이혜경 옮김 / 황소자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취직이 안되어서 힘겨워하는 취업준비생의 글과 그 답변을 읽은 적이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것이다. 그 취업준비생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를 몰랐고 답변자는 무엇하나 확실하게 자신을 꾸리지 못하는 취업준비생을 꾸짖었다.

이 책은 절말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마사이 전사 레마솔라이>는 케냐 변두리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하버드 대학까지 간 사람의 이야기이다. 물질문명의 풍족한 혜택을 누리고 살면서 인터넷이 느리다거나, 프린터가 고장나서 레포트를 늦게 제출했다거나, 버스가 막혀서 통학, 출근시간에 늦었다거나하는 핑계를 대는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오지의 환경에서 일어선 사람이다. 또한 자신의 고향 케냐의 전통과 풍습을 귀하게 여기고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매년 고향에 방문하여 풍습을 따라하며 외부인에게 자랑스럽게 알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영웅의 일대기, 위인전 따위는 질색이었다. 어릴적부터 위인전은 읽기가 싫었다. 태어날때부터 범상치 않았던 인물,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위인전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그러나 이 책 <마사이 전사 레마솔라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었다.

케냐의 사바나, 소떼들, 무서웠던 사자, 코끼리떼, 전통적인 풍습, 선교사 학교 등등 읽는 이로 하여금 생생한 모습을 그려낼 수 있게 하였다. 성장과정은 험란했고, 흥미진진했고, 때론 시련이었다.

그러나 주인공 레마솔라이는 멈추지 않았다. 미국으로 갈꺼라는 당시엔 허황된 꿈을 향해 나아갔고 '뭔가 일단 입 밖으로 내뱉으면 포기하질 않았다.'(128p)는 그의 모습은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며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성년식에 있어서는  '마아 문화에서는 어떤 일을 하든 모두 다음 단계로 가는 준비과정이 된다.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일은 다음에 닥칠 도전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106p) 라고 했다. 그렇다. 모든 과정은 다음단계로 가는 준비과정인 것이다. 현재의 모습도, 미래의 모습도 그 다음을 향해 나가는 것을 나는 잠시 잊고 있었던것 같다.

마지막 부분에서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레마솔라이는 주변의 모든 사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비참하고 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요. 그는 모든 사람에게 어떤 역경도 극복할 수 있고 어떤 도전도 맞설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154p) 이처럼 주변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어떤 도전에도 맞설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나에겐, 우리에겐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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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 2004-05-29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확 생기는데요.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2004-06-0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읽어보세요. 좋은 글이라니 고맙습니다. ^^;
 
성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시체'와 '섹스'라는 단어를 접하고 '성에'라는 제목의 김형경씨의 소설은 나에게 왔다.

나는 이 소설에 대해 크게 2가지만 이야기하고 싶다.

하나는 죽음에 가까운, 죽음에 이르는 '에로티즘'에 관한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그것을 동물의 보편적인 원리인 '종족보존'으로 이야기하는 쓰기 방법에 관한 것이다.

97년 조르주 바타이유(당시표기-죠르쥬 바따이유)의 『에로티즘』이라는 책을 읽었을 땐 나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은밀했고 화두로 꺼내기 두려운 단어인 에로티즘, 싸드, 금기에 대한 얘기였다. 이 책에서 바타이유는 에로티즘을 '죽음까지 파고드는 삶'이라고 했고 성욕과 살해욕의 관계, 에로티즘과 죽음과의 관계를 절실히 드러내었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장정일 소설집 『아담이 눈뜰 때』를 읽게 되었고 책 속 단편 중 「제7일」에서 섹스에 탐닉하다 못해 서로를 죽이게 되는 주인공들을 보았다.(장정일은 바타이유의 <에로티즘>을 보고 썼다고 한다)

이렇듯 에로티즘은 죽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에로티즘의 극단에는 사디즘, 마조히즘이 살아있으며 더이상 나아가지 못할 정도가 되면 서로 죽일수도 있을 것 같다. <성에>에서처럼 시체 옆에서 서로의 육체에 대한 탐닉이 시작되었다면 끝간데까지 갈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낸 저자가 대단하다. 그런데 작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시체들의 상황 또한 범상치 않게 그려 놓았다.

이쯤에서 두번째 화두인 '종족보존'으로 넘어가자. 3명의 인간과 4가지 자연물은 종족보존에 대한 서로의 견해를 표명한다. 그러면서 일부일처제의 현실불가능성을 이야기하고 또한 피할 수 없는 종족보존의 원리에 의한 뿌리찾기를 시도한다.

2인 3각을 하듯 아슬아슬하지만 공평한 성적 분배를 하는 여인, 한쪽에서 독차지 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두 남자, 그 모든 상황을 바라보는 참나무, 박새, 청설모, 바람의 시선, 저자는 이 모든 것을 적당히 버무려 놓았다. 인간만이 시행하는 일부일처제에 대하여, 바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종족보존의 희구... 작자는 생물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동물들의 짝짓기를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

결국 여인이 임신을 하게 되었고 2인 3각 플레이는 결국 깨져버리고 만다. 적절히 융화되어가던 성의 공평한 분배는 없어져 버리고 종국엔 가정으로 돌아간다. 가정이란 일부일처제에 의한 자기 자식의 확인이요, 뿌리찾기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어긋난 에로티즘은 죽음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작가는 에로티즘을 끝간데까지 몰아가지 않는다. 두 남녀 주인공의 환상으로만 남겨둔다. 에로티즘으로의, 성에로의 환상을 가진 채 남녀는 서로의 삶을 살게 되고 이것이 우리의 한계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p. s. 김형경이라는 작가를 새로 알게 되었고 다른 작품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기회가 되면 김형경의 다른 작품도 읽게 되는 날이 있겠지. 나는 작품해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이 리뷰를 쓰고 나서 한번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바타이유의 <에로티즘>에 대하여 쓰고 있다. 바타이유는 에로티즘의 고전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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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편집
마츠오카 세이고 지음, 변은숙 옮김 / 이학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는 편집이라는 단어가 한페이지에 10번이상 등장한다. 그러니까 250페이지 전체에서 2500번 이상 등장할 것이다.  

편집이라는 단어의 등장 횟수만 보더라도 저자의 편집증적 편집에로의 집착이 보인다.  저자는 일본에 있는 편집공학연구소 소장이며 ISIS편집학교 교장이며 각종 출판물, 전시회, 심포지엄, 다큐멘터리, 박물관을 편집하며 살고 있다. 정말 편집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인간의 모든 역사, 언어, 요리, 법, 놀이, 스포츠가 편집의 일종이라며 편집술이 숨어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말을 보더라도 점심시간에 사람들을 만나면 "식사하셨어요?" 라고 묻는다. 여기에는 여러뜻이 담겨져 있다. 우선 '점심'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고 인사를 건넴으로서 무안함을 피하자는 혹은 분위기를 좀더 좋게 하자는 뜻도 있고, 또는 정말로 식사를 했느냐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말 한마디에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적으로 전달되도록 편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서 언어로 이루어진 모든 역사, 책, 영화, 법에는 편집술이 숨어있고 이런 편집술의 근본을 따져본다면 그 것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어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가위바위보 놀이, 숨바꼭질 놀이마저 규칙이 숨어 있고 일정하게 (편집되어진)규칙에 따라 놀이가 이루어진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편집이 아니고서야 살 수가 없게 된다. 쏟아지는 정보를 가공하고 쓸만한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선 정말 편집을 잘해야 하는것이다.

후반부에서는 이런 편집술이 실제 책에서, 영화에서 어떻게 숨어있는지 편집 연습을 통해 하나하나 드러내 보인다. 전반부의 약간은 지루한(사실 몇페이지 되지 않지만 편집이라는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식상할 정도다...) 부분을 넘어서면 후반부에서는 책읽는 맛이 날 것이다.  

편집증은 결코 나쁜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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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 제안서 작성법
사이토 마코토 지음, 양영철 옮김 / 삼양미디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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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달에 1-2번 기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나로서는 어디 기획서 잘 쓰는 비결은 없을까 하고 항상 고민을 해왔다. 그러던 중 서점에 놓여있는 '자신도 모르게 성공의 달인이 된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기획서.제안서 작성법'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크게 7개 분야의 기획서. 제안서 작성법의 예시 72개를 들어 간단히 설명해 놓았다. 저자는 정말 다양한 광고 영업을 해 오면서 각종 기획서를 작성해 왔고 채택되는 제안서를 만드는 법을 설명한다.

한장 한장 읽어나가면서 아~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구나. 목적, 타깃을 분명히 해야 하는구나. 자료는 이렇게 준비해야 하는구나. 프리젠테이션은 이렇게 해야하는구나 등등 초보 기획안 작성자로서 생각할 꺼리들이 많았다.

한번 읽어보았지만 다시한번 읽어볼 때는 정말 이 저자의 노우하우를 하나씩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채택되지 않는 기획서는 의미가 없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을 하며 기획의 고통을 가지고 계신 (초보) 기획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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