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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편집
마츠오카 세이고 지음, 변은숙 옮김 / 이학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는 편집이라는 단어가 한페이지에 10번이상 등장한다. 그러니까 250페이지 전체에서 2500번 이상 등장할 것이다.
편집이라는 단어의 등장 횟수만 보더라도 저자의 편집증적 편집에로의 집착이 보인다. 저자는 일본에 있는 편집공학연구소 소장이며 ISIS편집학교 교장이며 각종 출판물, 전시회, 심포지엄, 다큐멘터리, 박물관을 편집하며 살고 있다. 정말 편집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인간의 모든 역사, 언어, 요리, 법, 놀이, 스포츠가 편집의 일종이라며 편집술이 숨어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말을 보더라도 점심시간에 사람들을 만나면 "식사하셨어요?" 라고 묻는다. 여기에는 여러뜻이 담겨져 있다. 우선 '점심'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고 인사를 건넴으로서 무안함을 피하자는 혹은 분위기를 좀더 좋게 하자는 뜻도 있고, 또는 정말로 식사를 했느냐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말 한마디에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적으로 전달되도록 편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서 언어로 이루어진 모든 역사, 책, 영화, 법에는 편집술이 숨어있고 이런 편집술의 근본을 따져본다면 그 것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어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가위바위보 놀이, 숨바꼭질 놀이마저 규칙이 숨어 있고 일정하게 (편집되어진)규칙에 따라 놀이가 이루어진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편집이 아니고서야 살 수가 없게 된다. 쏟아지는 정보를 가공하고 쓸만한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선 정말 편집을 잘해야 하는것이다.
후반부에서는 이런 편집술이 실제 책에서, 영화에서 어떻게 숨어있는지 편집 연습을 통해 하나하나 드러내 보인다. 전반부의 약간은 지루한(사실 몇페이지 되지 않지만 편집이라는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식상할 정도다...) 부분을 넘어서면 후반부에서는 책읽는 맛이 날 것이다.
편집증은 결코 나쁜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