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네시로 가즈키

 
1968년생 조총련계 부모를 둔 제일교포2세 작가다

요즘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일본 소설 작가들을 배출하고 있는 <나오키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솔직히 일본 문학계에서 <나오키문학상>이 가지고 있는 권위라든가, 지명도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출판계에서는 알수없는 일본문학 바람이 일고 있고, 거기에는 어김없이<나오키문학상>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곤 하다.

나처럼 이렇다할 상 한번 제대로 받아본적 없는 독자들에게는 ... 무슨 무슨  수상작 이니 하는 타이틀은 솔직히 굉장한 유혹이다. 마치 엄청 작품성이 있어  보이는  듯한 뉘앙스가 겁대가리 없이 풍긴단 말이다.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으나, 그 나오키문학상인가 하는 것이  일본 대중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작가에게 수여되는 상인듯 싶다. 즉, 나름의 작품성과 대중적 지지를 받은 작가에게 수여되는 일종의 문학계의 인기상 같은 것 아닌가?

어쨌든, 일본은 참 많은 면에서 우리에 비해 한수 위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리나라가 대중소설을 허접한 하위문화로  취급하면서 문학의 장르에서 집단 이지메를 시키고 있을때, 일본의 경우 대중문학이라는 고유의 영역을 확보해 주고 힘을 실어 줌으로 문학의 건강성을 잃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어짜피 문학은 고사하고 문장 자체를 읽는 것도 고달파 하는 작금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대중문학을 그저 쓰레기 취급하며 방치만 할 것이 아니라,  순수문학도 대중문학에게 좀더 넉넉한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잠깐 생각해 봤다.

아..!.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와 <스피드>소개를 한다는것이 잠깐 옆길로 샜다. <아름다운황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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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바람의 그림자

La Sombra del Viento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Carlos Ruiz Zafon


1권

잊혀진 책들의 묘지

잿빛 나날들 1945~1947

별 볼일 없는 일 1950

대단한 인물 1951

그림자의 도시 1952~1954

2권

그림자의 도시 1952~1954


바람의 그림자 1955

사후 1955년 11월27일


3월의 강물 1956


등장인물 1966


-낭 독-


거의 반시간 동안을 나는 낡은 종이와 먼지 그리고 매혹의 냄새를 풍기는 그 미로 사이를 돌아다녔다. 나는 내손이 책을 고르며 밖으로 드러나 서적의 등을 스치고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었다. 
세월에 의해 희미하게 지워진 제목들 사이에서 나는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언어로 된 단어들과 이해할  수 없는 수십가지 언어로 된 단어들과 이해 할 수 없는 수십가지 언어들로 된 단어들을 흝어보았다. 

그리고 내가 그것들에 대해 아는 것보다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아는 것 같은 수백 수천권의 책들이 나선형으로 자리잡고 있는 회랑과 복도를 돌아다녔다. 잠시 후 그 책들 각권의 겉표지 뒤에는 탐험자를 기다리는 무한한 우주가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 벽너머에서는 사람들이-눈에 보이는 쉽고 하찮은 것들에만 만족해서-오후에 축구를 하거나 라디오 연속극을 들으며 삶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엄습했다. 
아마도 우연 또는 우연의 잘 차려입은 친척인 운명이었겠지만, 바로 그때 나는 내가 양자로 들일 책이 이미 선택되어져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게 아니라면 아마도 나를 입양할 책이라고 말해야 하리라.
그 책은 어느 책장 맨끝에서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는데, 포도주 빛 가죽으로 제본되어 높은 곳으로부터 원형 지붕으로 새어 나도는 빛에 반짝이는 금장 제목을 속삭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로 다가가 손가락 끝으로 그 제목을 쓰다듬으며 소리 없이 읽었다.
-잊혀지 책들의 묘지 중에서-


비밀의 가치는 그 비밀이 지켜져야만 하는 사람들의 가치에 달려 있다.
어릴적 꿈은 변덕스럽고 미덥지 못한 연인 같은 것이다.
- 잿빛 나날들 1945~1949

 
내가 알고 있는 한, 아버지는 그 거짓말들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 같았다.
계획적으로 아버지께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이 나를 좀 힘들게 했고 오전 무렵에 아버지가 일이 있어 잠시 나갔을 때 그런걸 페르민에게 이야기했다.
"다니엘, 부자관계는 수천개의 작은 선의의 거짓말의 토대위에 존재하는 거야. 동방박사 세사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또 다른 많은 예들이 있지. 이건 그런 것들중의 하나야. 죄의식 갖지 말라구."
-그림자의 도시 1952~1954

 
*****

 

'바람의 그림자'는 1945년 새벽 11살 소년이었던 다니엘이 아버지 손에 이끌려 '잊혀진 책들의 묘지'라는 기묘한 이름의 헌책방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훌리안 카락스'의 '바람의 그림자'라는 책을 손에 넣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1966년 새벽 다니엘이 10살 남짓한 아들의 손을 잡고 '잊혀진 책들의 묘지'로 향하면서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같은 지적인 추리물은 그 내용이 담고 있는 방대한 양의 지식과 큐브 같은 복잡함을 가지고 있음에도 엉킨 실의 한쪽 끝은 잡고 나머지 한쪽 끝에 숨어 있는 해답을 찾아 나서는 매력이 있다.

솔직히, '장미의 이름' 만큼 지적이고 정교하고 문학적인 추리물을 다시 만나긴 힘들겠지만, '바람의 그림자' 는 '장미의 이름'에 이미 중독된 독서가들의 흥미를 끌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내가 '바람의 그림자'에 매료된 배경에는 추리물 특유의 흥미로움도 있겠지만, '거의 반시간 동안...' 으로 시작하여 '... 제목을 쓰다듬으며 소리 없이 읽었다'로 끝을 맺는 우아하게 빚어낸 저 문장에 뻑이 갔기 때문이다.

종이냄새와 먼지입자가 아무렇게나 뒤엉킨 서점에서 이전엔 알지 못했으나 그날 내 눈과 마주침으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무명의 책... 아직 내게 읽히지 않음으로 무명의 책이라 이름 갖은 지식과의 설레이는 첫인사를 "입양"에 비유한 이 책을 덜컥, "입양"해 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빠져들게 했던 매력적인 인물....어떤 주제에서든 지지고, 볶고, 튀겨내어 맛나고 풍성하게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는 재주를 지닌 명랑스런 페르민아저씨.

주책스런 박식함과 허풍스럽지만 천박하지 않은 입담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인물이라고 해야하나....그런 친구가 한명쯤 옆에 있다면 꽤나 다이너믹한 인생이 펼쳐지지 않을까?

내가 열흘간 머물렀던, 바르셀로나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대던 기괴한 형태의 아우디 건축이 이 도시를 이루는 전부 같았다고 생각했는데...

다니엘이 거닐던 새벽의 람블라스 거리와 음습하지만 아름다웠던 고딕거리 뒷골목을 걸으며 어느덧, 내 기억도 더듬어 그곳을 따라 가고 있다. <아름다운황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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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다. 가끔 한번씩 책들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데(필요로 하는 친구들... 동네 도서 대여점) 그 중에서도 끝끝내 살아 남은 오랜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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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세계의 지성' 톱10

어제 TV 등 언론에서는 노언 촘스키가 영미의 시사지들이 인터넷 투표를 통해서 선정한 '세계의 지성' 중 '최고의 지성인'으로 뽑혔다고 보도했다. 약 2만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약 5000표를 획득, 2500표를 얻은 움베르토 에코를 더블 스코어로 따돌렸다고. 주로 영어권 네티즌이 참여한 것이므로 영미쪽 지식인들이 대거 선정된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프랑스쪽 지식인들은 톱10 안에 한 명도 들지 못했다). 어제 귀가길에 문화일보에서 이 '톱10'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대중문화'의 산물이기도 한 이런 투표 자체에 별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지만 동시대 지식인들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를 가늠하는 데는 유익한 지표인 듯싶어서 소개하고 몇 자 덧붙인다(내가 흥미를 느낀 건 생물학자들의 부상이었다).

1위 노엄 촘스키(미국). 직업은 언어학자로 돼 있지만, 정치비평가, 문명비평가 정도로 더 잘 알려져야 마땅한 사람이고, 주로 하는 일은 '미국 비판'이다. 네오콘 잡지의 한 편집장은 촘스키와 하워드 진을 가리켜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대중이 보기엔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물론 비판의 테마와 강도와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촘스키의 인지도가 높은 것은, 내가 보기에, 가장 쉽게 글을 쓰기 때문이다(그의 언어학 책이 쉽다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가 프랑스의 현학적인 지식인들에 대해서 못마땅해 한 것은 당연한다(푸코 등을 읽다가 좌절한 사람들에게 촘스키는 희망이다). 대중들이 읽을 글은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게 쓰라는 것. 그가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꼽힌 만큼 그의 '전략'은 유효해 보인다.   

 

 

 

 

촘스키의 책들은 국내에 '너무 많이' 소개돼 있다(국내엔 촘스키의 제자들도 여럿 된다). 수준 이하의 번역들도 많다고 하지만, '어렵지 않은' 책들이기 때문인 듯. 그의 전기로는 <촘스키, 끝없는 도전>(그린비, 1999)와 <촘스키>(시공사, 1999)가 같은 해에 나왔다(나는 전자를 읽고 후자를 사두었다). 바쁘신 분들은 <30분에 읽는 촘스키>(랜덤하우스중앙, 2004) 정도를 읽어주시면 되겠다. 책의 역자이자 전문번역가인 강주헌씨는 요즘 부쩍 촘스키에 빠져 있는 듯한데, 가장 최근에 나온 촘스키 책도 그가 번역한 <지식인의 책무>(황소걸음, 2005)이다. 물론 책은 제목에서부터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한마당, 1999)를 떠올리게 한다. 대중적 인지도에다 사회적 책무에 대한 강조에 있어서 촘스키는 우리 시대의, 미패권주의 시대의 '사르트르'이다(사르트르적 의미의 지식인이란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을 뜻한다).

2위 움베르토 에코(이탈리아). 직업은 문학비평가로 돼 있지만, 기본적으론 기호학자이고 게다가 소설가이다. 아마 러시아에서 이런 류의 투표를 했다면, 촘스키를 거뜬히 따돌렸을지도 모른다. 정치비평서들이 일부 '전문서'로 소개돼 있는 촘스키와는 달리 에코의 경우는 소설과 문학비평서, 중세미학연구서 등이 시리즈로 번역/소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러시아보다 국내에 더 많은 '에코'가 나와 있다(그의 '조이스'론이 소개되지 않은 게 아쉽지만). 거의 '에코 천국'이라고 할 만큼.

 

 

 

 

국내의 에코 전문출판사로는 열린책들과 새물결을 들 수 있는데, <움베르토 에코 평전>(2004)는 열린책들에서 나왔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에코 붐'을 만들어낸 건 물론 그의 첫 소설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초판은 1986)이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에코 자신이 쓴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열린책들)와 이윤기 선생의 번역을 교정해준 것으로 잘 알려진 강유원의 <장미의 이름 읽기>(미토, 2004)가 부수적인 참고문헌이 된다. 개정판도 갖고 있지만 내가 읽은 건 <장미의 이름> 초판이며, 작년에 러시아어본도 구해왔기 때문에 나중에 개정판으로 한번 더 읽어볼 생각인다(<푸코의 진자> <전날밤> <바우돌리노> 등의 다른 소설들은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만 하도록 한다). 모두가 알 만한 사실은 <장미의 이름>이 장 자크 아노에 의해서 영화화됐다는 것(숀 코너리와 크리스천 슬레이터 주연). 그리고 대부분이 모를 만한 사실은 <장미의 이름>이 다른 역자에 의해서도 번역됐었다는 것. <장미의 이름으로>(우신사, 1986). 프랑코 모레티의 표현을 빌면 번역 또한 '도살장'이어서 살아남는 번역은 몇 안된다. 

 

 

 

 

자신의 최초 전공이기도 했던 중세미학에 관한 책으론 <중세의 미와 예술>(열린책들, 1998), 기호학자로서 명망을 얻은 책으로 <기호학과 현대예술>(열린책들, 1998)이 국내엔 소개돼 있다(<기호학과 현대예술>은 불어본의 번역이고, 영어본 번역은 <기호학이론>(문학과지성사)이다. 이 국역본보다는 영어본이 훨씬 읽기 쉽다). 기호학자로서의 출세작 <기호학 이론>의 속편에 해당하는 <칸트와 오리너구리>(열린책들, 2005)에 대해서는 한번 소개한바 있으므로 생략하고, 대신에 추천할 만한 것은 에코가 공저한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인간사랑, 1994). 역자가 에코의 제자이다. 에코 기호학에 관한 국내 연구서로는 박상진 교수의 <에코 기호학 비판>(열린책들, 2003)이 유일하지 않나 싶고,  김성도 교수의 <하이퍼미디어 시대의 인문학>(생각의나무, 2003)에는 에코와의 대담이 실려 있다. 좀 특이한 책으론 에코의 축구광적인 면모를 기호학과 엮은 <움베르토 에코와 축구>(이제이북스, 2003)가 있다.

 

 

 

 

에코는 잡지에 기고하는 짤막한 에세이로도 유명한데, 국내엔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열린책들, 1995)으로 또 흥행몰이를 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열린책들, 1999)은 그 책의 개정증보판이다. 이후에도 물론 열린책들에서는 그의 에세이집들을 꾸준히 내고 있으나 내가 사거나 읽지 않았으므로 언급을 자제하겠다. 에코의 에세이들에 비교적 일찍부터 눈길을 준 출판사가 새물결이고, <포스트모던인가, 새로운 중세인가>(1993)을 시작으로 댓 권을 연이어 출간했었다. 얼마전에 그 책들이 재출간됐다(일부는 독일어판의 번역이다). 이 정도면 에코는 촘스키 뺨치는 지성인이다.  

3위는 리처드 도킨스(영국). 아마도 우리 시대의 가장 유명한 생물학자일 듯하지만, 도킨스가 그래도 3위에 오를 줄은 미처 몰랐다. 영국에서의 대중적 인기를 짐작하게 한다. 도킨스에 관해서는 여러 번 소개한 바 있지만, 이 자리에서 다시 간단하게 훑어보기로 한다.

 

 

 

 

국내에 제일 처음 소개된 도킨스의 책은 <이기적인 유전자>(두산동아, 1992)이고, 그의 책으로 내가 제일 처음 읽은 책이다. 물론 그때 도킨스란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막연하게 '이타적 행위'라는 게 모종의 심리적/도착적 만족감을 주는 '이기적 행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는데, 늘 그렇듯이 서점을 두리번 거리던 차에 <이기적인 유전자>란 책이 눈에 띄었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리고는 '유레카!'(우리식 버전으론 '심봤다!') 이후에 원서의 개정판을 옮긴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1993)이 출간됐고, 절친한 친구는 나의 권유에 따라 그 책을 읽고서 '유레카!'를 복창했다(그는 한동안 나만큼 도킨스를 욹어먹고 다녔다). 지금의 <이기적 유전자>(2002)는 보다 세련된 장정을 하고 있는바(표지의 진화과정을 보여준다), 이름하여 '고전100선'이요, 대학생/청소년 필독서이다.    

 

 

 

 

이후 도킨스의 주저라고 할 만한 책으론 <눈먼시계공>(민음사, 1994)과 10년만에 재간된 <눈먼 시계공>(사이언스북스, 2004)이 있다. 작년에 나온 <확장된 표현형>(을유문화사)은 내가 원서까지 사둔 책이지만 아직 읽지 않았으므로 감동을 적기는 어렵지만, 하여간에 다른 책들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최신간인 <악마의 사도>는 이전에 소개한바 있듯이 주로 칼럼모음집인데, '인간' 도킨스의 체취를 가장 강하게 내뿜는다. 도킨스 다이제스트를 원하는 독자라면 <도킨스와 이기적 유전자>(이제이북스, 2002)를 보셔도 좋겠다(다이제스트라 감질이 나겠지만).

 

 

 

 

세계석학 30인과의 대담집 <미래는 어떻게 오는가>(가야넷, 2000)에는 촘스키와 에코는 물론 도킨스와의 대담도 실려 있다(지젝도 들어가 있다!). 내가 감히 사두지 못한 <사이언스북>(사이언스북스, 2002)에도 도킨스는 (당연히)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내 기억에 존 브로크맨이 편집한 <제3의 문화>(대영사, 1996)에서도 도킨스를 읽을 수 있다. 그의 호적수였던 스티븐 제이 굴드와의 비교는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몸과마음, 2002)를 참조할 수 있다.

4위 바츨라프 하벨(체코). 이 리스트에 들어 있는 유일한 동유럽 지식인. 직업은 극작가이자 정치인으로 돼 있는데, 대통령을 역임한바 있으니 저명한 인사이지만 국내에는 별로 연고가 없는 듯하다.

 

 

 

 

뒤져보면 하벨의 책으론 <대통령의 꿈>(들꽃세상, 1992)이 처음 소개됐었고, '하벨 대통령의 자유를 위한 투쟁과 사상'이란 부제의 <프라하의 여름>(고려원, 1994)과 드라마 <청중>(예니, 2000)이 소개돼 있는 정도. 동구권 희곡모음집인 <탱고 外>(현대미학사, 1994)에도 <도시 재개발 계획>이라는 하벨의 작품이 들어가 있긴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지역적 편향성 때문에 러시아/동구권 지식인들에 대한 소개/이해는 턱없이 부족한 편. 멋쩍은 김에 하벨의 나라 체코에 대한 안내서 두 권 정도만을 적어두기로 하자. 체코 문학 전공자인 김규진 교수의 <체코 문화>(한국외대출판부, 2000), 그리고 체코 여행 가이드북 <체코>(휘슬러, 2005).

5위 크리스토퍼 히친스(영국). 직업은 정치평론가라고 돼 있는데, 톱10의 지식인들 중에서 유일하게 생소한 인물이다. 나의 견문이 짧은 것인가 하고 검색해 보았더니, 국내에 소개된 건 <키신저재판>(아침이슬, 2001) 달랑 한 권이다. 하면, 나의 '무식'을 탓할 수는 없는 것. 도서관에서 다른 책들을 검색해 보니까 <선교사의 입장: 마더 테레사의 이데올로기>(1995)란 책이 있고, 에드워드 사이드와 공저한 <희생자를 탓하기: 사이비 학문과 팔레스타인문제>(1988), 아담 바르토스란 이와 공저한 <국제 영토: UN, 1945-95>(1994) 등의 저작을 갖고 있다. 아마도 영국의 영향력 있는 정치평론가인 모양(우리의 경우라면 누구를 들 수 있을까?).  

 

 

 

 

6위 폴 크루그먼(미국). 내가 이름을 아는 몇 안되는 현역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최근엔 反부시 진영의 대표적인 논객이며(뉴욕타임즈에 칼럼을 쓴다) 해마다 노벨경제학상 후보에 오르고 있다고. 촘스키와 함께 MIT에 몸담고 있고, 1953년생이니까 나이도 비교적 젊다.

 

 

 

 

그의 책으론 <경제학의 향연>(부키, 1997)이 유일하게 내가 갖고 있는 책이다. 그가 공저처럼 돼 있는 <복잡계 경제학2>(평범사, 1998)도 갖고 있었지만 지난번에 책정리를 하면서 <복잡계 경제학1>과 함께 쓰레기장으로 갔다. 아마도 그 책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 <자기 조직의 경제(Self-organizing Economy)>(부키, 2002)일 것이다. 제목만으로도 대충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데, '복잡계 경제학 개척자'로도 평가된다는 크루그먼은 이 책에서 "복잡계 경제학의 사고방식과 모델을 다"룬다고. "그는 '불안정으로부터의 질서(order from instability)'와 '불규칙한 성장으로부터의 질서(order from random growth)'라는 자기 조직화의 두 원리가 어떻게 도시의 형성과 기술 집중 및 경기 순환 등 제반의 경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자기조직계'에 대한 책들이 한동안 붐을 탄 적이 있는데,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카오스: 현대 과학의 대혁명>(동문사, 1993)이 발단이었다(물론 얀치의 <자기조직하는 우주> 같은 신과학 천문학서도 있었다). 이어서 <복잡성 과학이란 무엇인가>(까치, 1997) 등이 나왔고, <복잡계란 무엇인가>, <왜 복잡계 경제학인가> 같은 일본서들이 번역/소개됐다. '복잡계 경제학'에서 크루그먼보다 더 기억에 남는 이름은 '수확체증의 법칙'을 주창했던 브라이언 아서인데, 크루그먼은 이를 더 발전시킨 공로가 있는 듯. 이 '자기조직화'는 문학/예술에서도 많이 나오는 테마이며, 들뢰즈를 읽다가도 종종 마주치는 용어이다. 그러니 나중에 좀더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하는 크루그먼의 나머지 책들이다. 

 

 

 

 

7위는 위르겐 하버마스(독일). 작년 10월에 데리다가 타계하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하버마스와 함께 이 명단에 들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연로한 세계철학계의 원로이지만 하버마스는 언제나 '막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막내였으며(물론 그의 제자들이 2세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1세대 학자들의 파워와 명망에 미치지 못한다) 20세기 독일철학의 막내이다.

 

 

 

 

독일 관념론의 적자를 자처하는 독일의 '괴물' 철학자 비토리오 회슬레(<객관적 관념론과 그 근거짓기>(에코리브르)가 지난 여름에 출간됐었다. 회슬레는 방한강연을 가진바 있으며 그때의 인연으로 한국여성과 결혼했다)가 꼽은바, (거명 당시에 생존하고 있던) 20세기 최고의 독일 철학자는 바이스체커, 가다머, 칼-오토 아펠, 하버마스 4인이었다(거기서도 하버마스는 가장 '젊은' 철학자였다).

 

 

 

 

하버마스의 책들은 국내에 '충분히' 번역/소개돼 있다. 물론 질과는 무관하게. 예컨대, 그의 명성을 널리 알린 <인식과 관심>(고려원, 1996)은 오역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책이며, 따라서 '대중들'은 읽을 수 없는 책이다. 프랑스의 난다긴다하는 철학자들을 '신보수주의' 철학자로 몰아세우며 그의 '거장적' 면모를 부각시킨 책이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문예출판사, 1994)이다(이 또한 번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있다). 기억에 그의 교수자격취득논문인 <공론장의 구조변동>(나남, 2001)부터 <소통행위이론1>(의암, 1995, 이건 2권이 아직 번역되지 않은 대표적인 '부실'번역 사례이다)를 거쳐서 <사실성과 타당성>(나남, 2000)에 이르는 주저들은 대부분 국역본을 갖고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의사소통의 철학>(민음사)와 대담 <테러시대의 철학>(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하버마스에 대한 국내 연구만 해도 (상대적으로) 차고 넘친다. 그래서?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8위 아마티아 센(인도). 경제학자. 인도 출신으로 199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센의 책들은 수상에 힘입어 바로 출간된 바 있다. <불평등의 재검토>(한울, 1999), <윤리학과 경제학>(한울, 1999)이 그것이다. '경제학의 테레사 수녀'라고도 불린다니까 그걸로도 그의 학문적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그런데도 케임브리지대의 교수이다!).

 


 

 

 

센의 신간은 <자유로서의 발전>(세종연구원, 2001)이며, 소개에 따르면 "아마티아 센은 이 책에서 개인을 단순히 분배된 혜택을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하는 능동적인 행위자로 보고 논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국가, 시장, 법 체계, 정당, 언론, 이익단체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사회적 장치들이 개인의 실질적인 자유를 충족시키고 보장하는 데 얼마나 공헌하는가 하는 일관된 관점으로 중국과 인도, 유럽과 미국 등 세계의 다양한 나라들을 검토한다. 이 책은 개인의 자유 속에 정치 참여와 경제 발전 그리고 사회진보의 능력이 어떻게 놓여 있는가라는 물음에 지표를 제시하며, 발전에 대한 보다 넓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

 

 

 

 

알려진 바이지만, <국부론>의 저자이자 동시에 <도덕감정론>의 저자인 아담 스미스는 도덕철학 교수였으며, 경제학의 두 축은 윤리학과 경제(공)학이다. 센은 거기서 잊혀지거나 간과되고 있는 윤리학의 전통을 경제학에서 다시 되살리고자 애쓰고 있는 것. 이를 테면 '아담 스미스 구하기'이다. 그리고 그게 '나라 구하기'이다, 경제기술자들아! 

9위는 역시나 도킨스의 경우처럼 나를 놀라게 했는데, 미국의 생물/지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이다. 사실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지만 다이아몬드가 대중적인 인기만큼이나 지식인으로서 대우받는다는 사실 자체는 흥미롭다. 다이아몬드에 대해서는 여러 번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군말을 덧붙이지 않겠다. 요컨대, '다이아몬드의 모든 책'이며, 그의 최신간 <붕괴: 어떻게 한 나라가 망하는가>가 빠른 시일 안에 번역되기를 기대한다.

 

 

 

 

10위는 인도 출신의 소설가 살만 루시디. 문제작 <악마의 시>로 1989년 이란정부(호메이니)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으면서 더욱 유명해진 작가. 그런 연유로 노벨상을 타기는 힘들겠지만(이번에 터기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파묵이 논란 끝에 수상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전해지지만), 아마도 루시디는 노벨상 수상작가보다 더 유명한 작가일 것이다(루시디의 문학에 대해서는 언젠가 박노자가 한 칼럼에서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한바 있다). 그의 작품으론 <악마의 시>(문학세계사, 2001), <무어의 마지막 한숨>(문학세계사, 1996)가 번역돼 있고 <하룬과 이야기바다>(달리, 2005)도 올해 나왔다. 좀 오래된 번역으론 <한밤의 아이들>(하서출판사, 1989)과 <악마의 수치>(청림출판, 1989) 등이 있다.

 

 

 

 

05. 10. 18.

P.S. 이하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7위,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가 19위에 올라 있다고. 울포위츠를 선정 리스트에 올린 시사'잡지'들의 양식이 좀 의심스럽긴 하다(하긴 '은행' 눈치도 봐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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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의 연인
권현숙 지음 / 민음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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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루마니아의연인
지은이 : 권현숙
출판사 : 민음사
분류 ; 문학

사랑은 언제나 위대하다. 특히, 고난받고 박해받는 사랑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순결함으로 인해 더욱더 위대하다. 작가 권현숙의 소설에는 언제나 그런 위대한 사랑이 주제다. 그것도 고난받고, 박해받는... 그래서 그녀의 소설에는 고통스럽지만 강인한 사랑이 있다. 누가 그랬던가 인간은 절박함으로 강해진다고.

그녀의 첫 장편 <인샬라>에서는 남한의 유학생과 북한 장교가 먼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만나 운명 같은 사랑을 했다.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거칠고 목마른, 그러나 오아시스처럼 불가항력적인.
<인샬라>에서는 가로막힌 체제에 의해 쉽게 만날 수 없는 남과 북의 연인들이 먼 알제리까지 가서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의 2번째 장편 <루마니아의 연인>에서는 이국 루마니아 처녀와 북한청년이 40년을 뛰어넘어 긴 겨울밤 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

1952년 이미 반쪽인 된 한반도는 전쟁의 상처로 인해 사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부모를 잃은 아이들과 살길이 막막해진 부녀자들이었다. 이때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사상적 형제애를 발휘하여 이북의 어린 고아들을 대거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들 나라중 루마니아의 이름도 섞여 있었다. <루마니아의 연인>은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아름답지만, 애타는 연인들의 얘기이다.

루마니아 조선인 학교로 발령을 받게된 이제 갓 스물을 넘긴 루마니아의 아가씨 마리아 에네스쿠와 조선인 학교 책임자 김명준은 그곳에서 조심스런 사랑을 시작하게 되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어렵게 각자의 조국으로부터 결혼허락을 받아낸다.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는 5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뒤 헤어져 산 40년의 세월에 비하면 그 시간은 무더운 여름 단 잠 같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을까.

소설의 마지막 에필로그. 그들은 40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과해 얼굴은 이미 늙었지만, 20대 청춘 같은 설레임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법, 제도, 사상의 힘도 어쩌지 못할 만큼 운명은 거역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나보다 하는 것을 실존하는 두 주인공을 통해 뼈아프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문득, 어느 햇빛 따스한 날 루마니아의 공원 벤치 한켠에 앉아 망중한을 보내고 있을 그들을 상상한다. <아름다운황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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