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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의 연인
권현숙 지음 / 민음사 / 2001년 9월
평점 :
제목 : 루마니아의연인
지은이 : 권현숙
출판사 : 민음사
분류 ; 문학
사랑은 언제나 위대하다. 특히, 고난받고 박해받는 사랑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순결함으로 인해 더욱더 위대하다. 작가 권현숙의 소설에는 언제나 그런 위대한 사랑이 주제다. 그것도 고난받고, 박해받는... 그래서 그녀의 소설에는 고통스럽지만 강인한 사랑이 있다. 누가 그랬던가 인간은 절박함으로 강해진다고.
그녀의 첫 장편 <인샬라>에서는 남한의 유학생과 북한 장교가 먼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만나 운명 같은 사랑을 했다.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거칠고 목마른, 그러나 오아시스처럼 불가항력적인.
<인샬라>에서는 가로막힌 체제에 의해 쉽게 만날 수 없는 남과 북의 연인들이 먼 알제리까지 가서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의 2번째 장편 <루마니아의 연인>에서는 이국 루마니아 처녀와 북한청년이 40년을 뛰어넘어 긴 겨울밤 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
1952년 이미 반쪽인 된 한반도는 전쟁의 상처로 인해 사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부모를 잃은 아이들과 살길이 막막해진 부녀자들이었다. 이때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사상적 형제애를 발휘하여 이북의 어린 고아들을 대거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들 나라중 루마니아의 이름도 섞여 있었다. <루마니아의 연인>은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아름답지만, 애타는 연인들의 얘기이다.
루마니아 조선인 학교로 발령을 받게된 이제 갓 스물을 넘긴 루마니아의 아가씨 마리아 에네스쿠와 조선인 학교 책임자 김명준은 그곳에서 조심스런 사랑을 시작하게 되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어렵게 각자의 조국으로부터 결혼허락을 받아낸다.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는 5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뒤 헤어져 산 40년의 세월에 비하면 그 시간은 무더운 여름 단 잠 같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을까.
소설의 마지막 에필로그. 그들은 40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과해 얼굴은 이미 늙었지만, 20대 청춘 같은 설레임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법, 제도, 사상의 힘도 어쩌지 못할 만큼 운명은 거역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나보다 하는 것을 실존하는 두 주인공을 통해 뼈아프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문득, 어느 햇빛 따스한 날 루마니아의 공원 벤치 한켠에 앉아 망중한을 보내고 있을 그들을 상상한다. <아름다운황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