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헛의 자기 심리학(Self psychology)을 이름 그대로 접할 때에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는 자기 성찰에 대한 심리학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자기의 정체감에 문제가 생기는 성격장애로의 자기애를 치료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다루고 있는 체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정신분석의 용어 체계에 익숙하지 않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힘든 심리학의 한 분야입니다.


'Kohut today'는 2009년 8월 시카고에서 열린 46회 IPA congression에서 David Terman이 의장으로 있었던 강연들을 정리하여 보고하는 형식의 출판물(Panel Report) 입니다.



1. Paul Ornstein : Heinz Kohut : Then and now: The essence of his contributions to psychoanalysis


* 프로이트의 전이 해석과 자기 심리학에서의 자기대상 전이의 해석이 다른 점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세션입니다.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전이는 내담자의 내적 경험이 분석가를 통해 드러난 바로 보기에, 분석가가 중립적인 태도로 드러난 이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코헛의 자기대상 전이는 정신구조가 형성되지 못한 결핍에 기인한 결과로 보며, 그 미숙한 구조를 재구성, 회복하는 작업에 있어 감정적으로 반응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사례 보고(Case vignette)

* 업무상의 과제를 마무리 하지 못하고 혼자 있는 것을 견뎌내지 못하는 25세의 남성을 분석하는 중 환자의 결점을 공감적으로 이해하면서 자신을 조절하기 위하여 행했던 시도들이 이상화 전이를 이끌어 내면서 자기 응집성을 촉진하게 되었고 뒤이어 숨겨왔던 선망의 요구와 관련된 표현이 담긴 거울 전이가 뒤따르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뒤이어 한 실연(enactment)이 발생하였고(자신이 적은 일기의 내용을 발췌하면서 나누는 과정에서 그 행위의 심오한 의미를 알아봐 주지 않게 되자 상처를 받게 되었다) 자기대상 전이에 있어 이러한 공감에서의 실패는 해석의 기회로 이어져 치료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있었다는 보고입니다.



2. Alfredo Painceira : Clinical material of an adult patient


자기 심리학에서의 반응적인 분석가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세션이었습니다.


* 사례 보고(Case vignette)

* 애착이 없는 '후회스러운 결혼'과 인간미 없는 대인관계 매너에 대한 불편감으로 상담받고 있는 35세의 남성을 분석하던 중에 일어났던 일을 공유하였습니다. 환자가 '할머니의 의자'라는 시를 분석가에게 가져다 주었고, 분석가가 이를 충분하게 공감하고 시의 내용과 시를 나누고자 하는 의지를 감사하게 여기는 과정에서 뭔가의 변화가 발생하였음을 감지하였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자신의 경험(판도라의 상자가 열림으로 표현)을 알아차리고 나누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개인 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례 입니다.



3. Toram Hazan : Self under terror


테러를 당한 사람이 당황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적응하는 것을 False calmness로 상정하고, 자신이 겪은 사례를 들어 자기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는 세션이었습니다.


* 사례보고(Case vignette)

* 폭탄테러로 친구를 잃은 여성 내담자를 상담하던 중, 클리닉 근처에 떨어진 폭탄에 의한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isolating defenses로 적응하려고 하는데, 그녀가 자신을 위해 기분을 물어봐 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공포스러운 감정에 온전하게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자신이 보기에는 아이가 부모를 양육하는 형식으로의 자기대상의 기능이 작용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는 그녀가 자신에게(to him) 단순하게 질문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해(for him) 질문했기 때문임을 설명하였습니다.




* 리뷰 후기


발표 이후에 이어진 토론에서 '분석가는 좀 더 인간적일 필요가 있다'는 코헛의 주장(그래서 당시 미국의 분석가들에게는 미운털이 박혔음)을 상기하는 부분도 담겨 있습니다. 당시 Congress의 분위기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보고서입니다. 저는 IPA에 속한 입장이 아니기에 이런 보고서를 통해 자기 심리학에서의 반응적인 분석가의 포지션은 실제로 이런 맥락을 가지고 있구나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상담에 있어 칼 로저스로 공부를 시작한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공감'이라는 단어를 분석가 집단에서는 왜 이렇게 어렵게 설명할까 의아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성격장애 내담자 분들의 공감 이후의 예측하기 힘든 반응들은, 정신분석에 기반한 용어로 개념화 하지 않으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임상에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에 이런 글들에서 영감을 얻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의미 있습니다. 다음에는 정식으로 출판되는 사례보고들을 심도 있게 봐면서 좀 더 영향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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