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 극우야 잦아 들어라
홍세화 외 지음 / 아웃사이더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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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불가사리라.. 표지에도 불가사리 모습이 험상궂게 나와 있는데, 빨간 표지 색과 더불어 으시시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딘가 유익하지도 않으면서 끝없이 자라고 달라붙고 지리멸렬하게 생명력을 이어가는 놈이다. 이 책은 그 놈 불가사리를 다뤘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고 분명한 아웃사이더 열 명이 쓱싹 쓱싹 잘 갈아진 칼로 불가사리 그 놈을 이곳 저곳 잘라보기도 하고 말리기도 하고 근원을 파헤치기도 하며 없앨 방법을 궁리한다. 당최 글재주들이 뛰어나고 불가사리를 없애려고 작정하고 쓴 글들이라 힘이 있고 읽고 있노라면 곧 불가사리들이 사라질 것도 같다.

특별히 송원재씨가 쓴 교육계의 수구파 불가사리들을 공격하는 부분은 요즘 전교조라는 말이 자주 언론에 오르고 이슈화되는 일이라서 인상깊게 읽었다. 밀린 숙제라는 상징적 제목으로 밀린 불가사리들인 교육계의 장본인들을 하나 하나 숙제하는 부분은 공감이 갔다.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해 준다면 교육의 수구 불가사리들도 좀 잦아질 듯 싶다.

워낙 끈기 있게 지탱해온 불가사리의 세월이라 쉽사리 사라지진 않겠지만 마지막 홍세화씨의 글에서도 보듯 2002년 겨울 보여주었던 작은 손들이 모여 이룩한 촛불시위와 같은 시대적 흐름도 이제는 인정해야 하겠다. 인정함은 곧 불가사리들의 팔이 하나 둘 잘려나간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물론 잘려진 팔은 불가사리 특성상 또다시 재생되어 자라나겠지만, 촛불시위와 같은 작은 손들이 지켜보는 한 쉽사리 성체로 자라나기는 힘들 것이다.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생물이 없듯이 불가사리 역시 지구상에서 나름의 도움이 되는 위치를 점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 살면서 기승을 떨치는 극우 불가사리들도 제발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위치에서 바글바글 좋은 방향으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책 내용과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논조와 방향이 분명하고 워낙 뛰어난 분들이 글을 써서 그런지 글들을 읽는 동안 내용을 떠나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인가를 느껴볼 수 있었던 점도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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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 한 사회생물학자가 바라본 여자와 남자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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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여러 곳에 칼럼을 쓰는 그의 글이기에 지식과 흥미(재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아무래도 유명한 생물학자의 책이기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닌가 싶다. 생물학자의 입장에서 여성과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재밌었고, 그가 제시하는 사회생물학의 이야기들과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생물들의 사례들 또한 적절히 들어맞았고 내용 또한 흥미와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소개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생물학적인 업적도 뛰어나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글쓰는 능력까지 뛰어나니 거기에 부합해 좋은 책 한 권이 나왔다는 생각도 든다.

생물학자이면서도 시대를 변화하는 지식인답게 적절한 시점에 문제를 제시한다. 물론 그 동안 남성 우월 주의사회였기에 반대의견도 엄청나게 쏟아졌지만, 어찌 보면 시대의 흐름이기에 조금씩, 조금씩 변화에 따라올 듯 싶다. 대학에선 여성 총 학생회장이 생기고, 육사며 공사와 같은 군대의 물결도 여성의 자리가 늘어가고, 여성 장관들도 늘어나며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제는 여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되어 가고 있는 것만 봐도 여성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뭐랄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변화의 길목에서 남성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해야 적당하겠다. 여성의 지위가 균형을 향해 치솟고 있는 시점에서 꽁꽁 예전 것을 붙들고 있지 말고 유연한 관점으로 여성의 시대에 적응하라는 예견을 전해주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흐름이라는 버스를 놓쳐 옛사람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또한 저자 역시 남성이기에 지금의 남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는 이들과, 치열하게 권리를 찾으려 하는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재천 교수의 사회생물학적인 시선을 통해 사회를 균형 있게 바라보는 것도 변화하는 시대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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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생태
한국생태학회 지음 / 당대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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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감싸고 있는 9개의 산과 강을 중심으로 환경과 생물, 그리고 도시들을 이것저것 재보면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서울의 생태에 관해 쓴 책이다. 9개의 산을 놓고 생태에 대해 기술했기에 책을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서울의 녹지에 대한 윤곽을 그려 볼 수 있다. 서울 서쪽에는 무슨 산이 있어 녹지를 제공하고 있고, 동쪽에는 또 어떤 산이 자리잡고 있고, 그린벨트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알아 볼 수 있다.

북한산에서 바라봤을 때 빽빽하게 둘러싸여져 있는 도시화의 상징물들인 도로와 건물들이 녹지를 거의 다 차지하고 있는 서울의 전경은 인상적이다. 그나마 보이는 9개 산의 녹지들이 서울의 숨통을 트여 주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이 책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서울의 경관생태지도 역시 서울의 산림분포와 도시화의 진척상황들을 알아 볼 수 있어 유익했다. 서울 곳곳이 회색세상인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경관생태지도를 통해 보이는 녹지의 양이 거의 없음에 우리 수도 서울의 현재 생태 모습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부근들의 산들이 나와 흥미 있게 접했다. 가끔씩 약수터에 오르며 흘낏흘낏 보아 넘기던 지역 산의 생태구성과 나무들을 접하니 진작 관심을 가져 볼 걸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서울시민이라면 책을 통해서 서울시민을 둘러싼 생태가 어떤지 알아보는 것도 매일같이 몸서리치게 빽빽한 지하철의 생활만 접하는 일상속에 주위 산을 찾아볼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 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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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속으로
권병조 지음 / 풀빛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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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잉카를 배경으로 한 태양의 아들 아스테반을 무척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태양신을 섬기며 찬란한 문화를 뽐내고 콘돌과 황금의 문명을 자랑으로 내세웠던 잉카! 자라면서 언뜻 언뜻 잉카문명의 웅장함을 접하고 고산지대의 마추 삑추를 보며 신비스러움에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었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이란 큰 능력을 배가시키려 했는지 만화에서도 잉카를 다룬 내용이 많았었다. 그래서 인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하려는 세상의 휩쓸림에 나도 끌려들어갔나 보다. 콘돌을 그리워하고 황금문명이 지금도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듯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니 말이다.

어릴 적 신비스러웠던 감흥을 품고 책을 접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잉카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해야겠다. 잉카 이전의 역사와 문화 그들의 풍습, 침략자들에 의해 부서지는 문명의 모습들을 포함하는 잉카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다 들어 있다. 때문에 남아메리카 지방에 있는 잉카에 대한 좋은 역사서 한 권을 읽었단 기분이 들기도 한다. 기분 좋은 건 <잉카속으로>란 책이 번역본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이 직접 여행하고 겪고 공부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 다가오는 면이 색달랐다. 어쩌면 저자역시 나와 같은 어릴 적 기억들을 품고 잉카로 떠났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기분 나빴던 것은 고이 간직되어 있던 잉카 문명이 한낱 황금을 꿈꾸는 어설픈 스페인 침략자들에 의해 순식간에 파괴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침략자들이 섬기는 신을 믿지 않는다며 문명을 파괴시키고 황금을 위해 수많은 원주민들을 살해하는 모습들이 이상하게 다가왔다. 스페인 침략자들에 대한 반감도 크긴 하지만 잉카 문명의 왕족들에 대한 모습역시 반감이 크긴 마찬가지다. 비록 지금은 그들 잉카 문명이 만들어 놓은 많은 건축물과 상징물들이 아름답고 유적으로서의 가치가 크긴 하지만 그 건축물들을 만들기 위해 동원됐던 원주민들과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그다지 멋져 보이지도 않는다. 그 만큼 왕권이 강했을 테지만 책에서 보여주는 일반 원주민의 생활 모습을 담은 장면들은 가난하기 그지없었다.

직접 여행하고 공부해서 나온 책이기에 현장감이 느껴졌고, 태양의 아들 아스테반과 커다란 콘돌이 있던 잉카역사에 관해서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사진으로 담은 잉카의 사진들 역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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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의 세계 - 게으름뱅이와 카우치포테이토로 살아가기
이본느 하우브리히 지음, 이영희 옮김 / 넥서스BOOKS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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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를 게으름과 여유로 개념을 잡아두고, '소파'에 관한 역사적, 철학적 관련 이야기들을 방대하게 소개하고 있다. 때문에 글 초반엔 게으름에 관한 많은 자료들로 배경지식을 차곡차곡 쌓은 뒤 중반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작가의 소파론?을 들어야 한다. 서론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전반부는 게으름에 대한 역사와 철학을 여러 가지 사례와 인물들을 통해 게으름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제시한다. 따라서 다른 시각으로 게으름을 조명하며 고정관념을 계속해서 깨게 만들기를 시도한다. 충분히 작가의 소파론에 대한 개념을 잡을쯤~ 해서 슬슬 본격적인 알맹이들이 몰려나온다.

한가지 모순은 게으름뱅이와 귀차니스트들을 옹호하는 책인 것 같으면서도 막상 읽어보면 게으름을 옹호하는 건지 열심히 살라는 건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게으름을 은근히 장려하는 것 같으면서도 진정한 게으름은 따로 있다는 느낌도 받았기 때문이다. 게을러지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란 말인가?

게으름의 진정한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게으를 수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게으름 한가지에도 철학적으로도 통달했다는 뜻인데, 과연 수많은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들 중 얼마나 진정한 게으름의 생활 방법을 알고 있단 말인가.. 그저 목표의식을 잃어버리고 어쩔 수 없이 게을러지는 게 맞지 않을까? 아마도 이 책은 막사는 게으름뱅이를 위한 책은 아니고 어느 정도 쉴 틈 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올바른 쉼을 소파로 비유하면서 소파에서의 시간을 잘 활용하게 해주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건 아닐런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을 읽게 되면 게으름의 방향성 하나는 확실히 잡을 수 있다. 때문에 게으르고 싶을 때나 게으른 모습을 보일 때, 어느 정도는 여타의 게으름뱅이와는 한 차원 다른 게으름을 뽐내며 게으름을 만끽할 수 있을 듯 싶다. 신나게 일하면서도 잠깐 쉴 때면 주변의 소파에 푹 파고들어 게으름을 마음껏 느끼며 그 자체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저자가 원하는 게으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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