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 속으로
권병조 지음 / 풀빛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어릴 적 잉카를 배경으로 한 태양의 아들 아스테반을 무척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태양신을 섬기며 찬란한 문화를 뽐내고 콘돌과 황금의 문명을 자랑으로 내세웠던 잉카! 자라면서 언뜻 언뜻 잉카문명의 웅장함을 접하고 고산지대의 마추 삑추를 보며 신비스러움에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었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이란 큰 능력을 배가시키려 했는지 만화에서도 잉카를 다룬 내용이 많았었다. 그래서 인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하려는 세상의 휩쓸림에 나도 끌려들어갔나 보다. 콘돌을 그리워하고 황금문명이 지금도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듯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니 말이다.

어릴 적 신비스러웠던 감흥을 품고 책을 접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잉카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해야겠다. 잉카 이전의 역사와 문화 그들의 풍습, 침략자들에 의해 부서지는 문명의 모습들을 포함하는 잉카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다 들어 있다. 때문에 남아메리카 지방에 있는 잉카에 대한 좋은 역사서 한 권을 읽었단 기분이 들기도 한다. 기분 좋은 건 <잉카속으로>란 책이 번역본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이 직접 여행하고 겪고 공부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 다가오는 면이 색달랐다. 어쩌면 저자역시 나와 같은 어릴 적 기억들을 품고 잉카로 떠났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기분 나빴던 것은 고이 간직되어 있던 잉카 문명이 한낱 황금을 꿈꾸는 어설픈 스페인 침략자들에 의해 순식간에 파괴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침략자들이 섬기는 신을 믿지 않는다며 문명을 파괴시키고 황금을 위해 수많은 원주민들을 살해하는 모습들이 이상하게 다가왔다. 스페인 침략자들에 대한 반감도 크긴 하지만 잉카 문명의 왕족들에 대한 모습역시 반감이 크긴 마찬가지다. 비록 지금은 그들 잉카 문명이 만들어 놓은 많은 건축물과 상징물들이 아름답고 유적으로서의 가치가 크긴 하지만 그 건축물들을 만들기 위해 동원됐던 원주민들과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그다지 멋져 보이지도 않는다. 그 만큼 왕권이 강했을 테지만 책에서 보여주는 일반 원주민의 생활 모습을 담은 장면들은 가난하기 그지없었다.

직접 여행하고 공부해서 나온 책이기에 현장감이 느껴졌고, 태양의 아들 아스테반과 커다란 콘돌이 있던 잉카역사에 관해서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사진으로 담은 잉카의 사진들 역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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