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history)는 이야기(story)다

역사과목을 싫어했다.
하지만 역사이야기는 흥미를 가졌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는 공부를 지지리도 싫어했지만,
도덕책과 국어책은 무척 좋아했다.
나는 국어책과 도덕책을 모두 '이야기'로 이해했다.
이야기가 나온 부분을 낱낱이 찾아서 읽었다.
그 부분이 가장 재미있기 때문이다.

외워야 하는 것은 쥐약이었다.
학생 시절에는 친구와 선생님, 부모님이 내가 만나는 관계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면서 모두 '친구'로 수렴됐다.
부모님은 어릴 때는 야단도 치고 시키기도 했지만,
내가 어른이 되자 마치 친구와 같이 고민을 털어놨다.

지시, 강의, 공부, 야단이라는 것은 모두 '이야기'로 통일됐다.
의사 친구를 사귀든 변호사 친구를 사귀든 그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이야기'로 수렴했다.
만약 그들이 나에게 의학지식이나 법률지식을 '강의'했다면 나는 그와 친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린이에게 '제노포비아'를 쉽게 설명하는 방법



최근에 이런 개념을 환기시켜준 사람은 <역사속으로 숑숑>의 저자 이문영이다.
현재 고조선 편과 고구려 편 두 권이 출간됐는데, 광복 이전까지 10부작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역사라면 고조선의 건국을 누가 몇 년도에 했고, 광개토대왕의 활약은 어쩌구저쩌구 나열하기 마련이지만, 이것이 이야기로 귀결될 때는 적절한 형식에 담기게 된다.

<역사속으로 숑숑>은 모든 역사를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한 가지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더라도 당대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리아의 원정대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고조선 시대의 하란족장네 마을이다.
해우네 마을은 한반도 북부 압록강변인데, 해우네 마을 사람들은 남쪽 청천강 부근까지 밀려났다.
하지만 하란족장네 마을사람들은 해우네 마을 사람들을 쫓아내려 해서 해우네는 무척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해우네 마을은 연나라의 공격을 받아서 땅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것은 간단한 스토리가 아니다. 전국시대에 진나라가 서쪽에 형성되었고, 아래로부터 초, 제, 한, 위, 조, 연나라가 합종전략으로 맞서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진나라가 연횡전략을 써서 모든 나라를 통일하였다. 연나라는 고조선과 접경해 있었기 때문에 침략을 많이 당했다.

고조선 북부 해우네 마을은 이러한 중국 고대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당시의 국제사다. 그런데 이것이 국내사로 전환되면 부족의 이동에 따라 내부갈등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내전을 보면 내전으로 인해 이웃 나라에 피난간 사람들 때문에 이웃 나라의 가난한 노동자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피난민들을 공격한다. 그것이 국제문제가 되고 있는 제노포비아(xenophobia) 현상이다.





결국 저자는 고조선 이야기를 하면서 현대사회의 문제인 제노포비아를 화두로 제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3권에서는 이른바 '혼혈아'도 등장할 예정이다. 우리의 역사는 단일민족을 추종하는 방식으로 서술됐기 때문에 다변화되고 다양화된 현재에는 매우 불리하다. 초등학교에서는 '단일민족'이라는 표현들을 삭제하고 있지만, 교과서에서 단어를 삭제했다고 오랫동안 박혀 있던 개념이 삭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문제제기를 한다면 '혼혈아'와 '다양성'이라는 문제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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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더소니아 2008-09-13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감사해요 저도 이 책 꼭 읽어봐야겠어요 아빠한테 역사도 모른다고 핀잔을 듣거든요

딸기 2008-09-17 11:02   좋아요 0 | URL
선더소니아 님~ 감사합니다. 아빠와 함께 읽으면서 역사공부와 재밌는 이야기를 함께 보면 더 재밌어요. 책을 만드는 저희들도 어른이지만, 모르는 사실들이 많거든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