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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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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작품마다 편차가 좀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평타는 친다고 하더라. 이건 그 `최소한의 평타`인 듯. 사형제도와 속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얄팍하다. 애초에 별 기대 없이 읽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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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 바디스 블랙 로맨스 클럽
아이작 마리온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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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마저 연애하는 더러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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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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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백을 하나 하자면,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뱀파이어의 이야기'를 상상했습니다. 2005년 6월이면 만화 『헬싱』을 접한 지 두 달이 채 안 되는 때였고, '뱀파이어 소설의 전설'이라던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제목의 '나'는 뱀파이어이겠거니 생각해버린 것이죠.

이야기를 재밌게 듣는 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사전 지식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듣기'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눈 깜빡이는 것 손가락 까딱이는 것에도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즐거워하는 성격이라, 사전지식이라는 것을 갖고 있으면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이야기를 듣는 동안은 다음 이야기를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이라, 이야기의 플롯도 장르도 모른 채로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볼 때는 사전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봤다고 할 수 있겠네요. 소재를 '잘못' 알고 있었고, 장르도 흔히 접하는 '뱀파이어 소설'의 공포가 아니었고, 작품의 길이도 책 두께만큼의 장편이 아닌 '중편'이었으니까요. (이 책에는 표제작인 중편 「나는 전설이다」 외에도 10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아직 보지 않았어도 이제 (책이 나온 지 10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여기저기의 홍보/감상글을 접했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지만 혹시나 모르실 분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3차 대전이 끝난 후, 환경의 파괴와 함께 알 수 없는 질병이 지구를 덮치게 됩니다. 이 질병에 걸리면 죽어도 부패하지 않고 낮에는 자다가 밤에 깨어나며 엄청난 파괴력과 치유력을 가진 존재, 즉 흡혈귀가 되어버립니다. 운 좋게도 의도하지 않은 예방주사로 살아남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밤마다 공격해 오는 흡혈귀들과 싸우며, 이미 죽어 흡혈귀가 되어버렸을 가족들의 기억에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러면서도 낮에는 간밤의 전투의 뒤처리를 하고, 집 안팎을 정리하며,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자고 있는 흡혈귀를 죽이고, 홀로 남았다는 외로움에 떨면서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익숙해집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어딘가 좀비 호러 액션물이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이 『레지던트 이블』이니 『새벽의 저주』니 하는 좀비 호러 액션물의 모태가 되는 작품이라고 하긴 하지만요.) 하지만 위에 나열한 사건들은 문장 마지막에 말했듯이 주인공의 '일상'일 뿐입니다. 작가가 보여주려 하는 내용이 설마 '아침 몇 시에 일어나서 뭘 먹고 몇 시에는 어디를 갔다가 몇 시에 뭘 먹고 몇 시에 잤답니다'의 나열은 아닐 테지요.

글 앞부분에서 주인공의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일상으로 흥미를 자아낸 후에는 그 일상을 어긋냄으로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세상에 인간은 오직 나 하나뿐인가 하는 절망감에 젖고 그 절망감에마저 익숙해진 주인공에게 살아있는 개가 한 마리 등장하는 거죠.

이야기를 흥미 있게 만드는 하나의 축이 저 '독특한 일상과 그 일상의 파괴'라면 또 다른 축은 '흡혈귀의 전설에 대한 과학적 탐구'입니다. 흡혈귀는 낮에 자고 밤에 일어난다. 흡혈귀는 상처가 나도 금방 회복된다. 흡혈귀에게 일반인이 피를 빨리면 그 사람도 흡혈귀가 된다. 흡혈귀는 흐르는 물을 건너지 못한다. 흡혈귀는 마늘과 십자가를 싫어한다. 흡혈귀는 박쥐로 변신할 수 있다. 주인공은 (또는 작가는) 이런 수많은 속설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 시도합니다.


사실 나는 「나는 전설이다」를 거의 끝까지 읽도록 공포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보다는 헐리웃 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참 재미있지만 공포소설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그러던 와중에 이야기는 갑자기 끝나버렸고, 저는 한참을 허탈해 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끝낼 수가 있는 거지?

그런데 그 뒤의 단편을 읽던 중 우연히 책장이 맨 뒤로 넘어갔고, 역자 후기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정확히는 역자가 인용한 「나는 전설이다」의 한 문단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놀라서 후다닥 앞으로 넘겼지요.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어 봤습니다. 아아, 이게 이런 거였구나. 책을 헐리웃 영화 보듯 읽다 보니 마지막 몇 페이지에 숨어 있던 절대적인 공포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거죠. 스포일러가 될 테니 허연 글씨로 가리자면, 외눈박이 세상에서는 양눈박이가 병신이라.


뒤에 붙어 있는(이라고 표현하기엔 이게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단편들은 작가의 색깔이 어떤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일부 작품은 헐리웃 공포 영화를 보는 것 같이 흥미진진하고, 일부 작품은 뒷장을 넘기기가 싫어질 정도로 무서우며, 일부 작품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미적지근합니다. (미적지근한 것들은 아마도 스티븐 킹을 좋아하지 않는 내 취향과 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죽음의 사냥꾼」(영화 『사탄의 인형』을 연상시킨다)과 「매드 하우스」, 「전화벨 소리」를 가장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장례식」과 「전화벨 소리」는 그 소재의 재기발랄함이 넘쳐 흐르더군요. 이해력이 부족한 것인지 「루피 댄스」와 「엄마의 방」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싶기도 하고. 나머지는 그냥저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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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가 너무 많다 - 귀족 탐정 다아시 경 2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9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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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작년 여름께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셰르부르의 저주 - 귀족 탐정 다아시 경 1』에 이은 작품입니다. 1권의 내용이 2권에 간단하게 나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1권을 먼저 읽어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독특한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읽어두시는 게 좋습니다. 그게 번거롭다면, 이 배경을 (도리어 원 책보다도 더) 상세히 설명해 놓은 요아킴 님의 블로그를 가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이쯤 해서, 이미 1권을 읽어보신 분들이나 저 블로그에 가 보신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그것도 귀찮아 안 가보신 분들을 위해 말주변 없는 제가 간단하게 설명을 해 드리자면, 이 작품은 일종의 '대체역사소설'입니다. 지금의 역사와는 어찌 다른지 간단하게 살펴보지요.

12세기 말, 영국과 프랑스에 있던 전쟁에서 원래 (역사에서는) 죽기로 되어 있는 왕이 죽질 않습니다. 이 왕이 잘 살아나서는 바보 아들 대신에 조카에게 왕위를 이양하는 겁니다. 이후로 영국은 승승장구, 프랑스를 합병해버립니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 남미를 뉴프랑스, 북미를 뉴잉글랜드라는 이름을 붙이고, 말 그래도 해가 지지 않는 대제국을 건설합니다. 이름하야 영불제국(英佛帝國)!

또한 이 이야기는 지금의 과학과는 다른 과학, '마술'을 사용하는 '평행세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주인공 다아시 경은 노르망디 대공의 주임 수사관이고, 숀 오 로클란은 노르망디 대공의 주임 법정 마술사입니다. 다아시 경이 뛰어난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면, 숀 오 로클란은 마스터급 마술사로서의 능력으로 현장을 검증하고 단서의 진위를 파악합니다.

이 마술이라는 게 흔히 환타지에서 보이는 마술과는 달리, '극도로 과학화한' 마술입니다. 예를 들어 '투명' 마술은 인비저블Invisible이 아닌, 탄헬름Tarnhelm이라는 효과를 말합니다. 어떤 물체가 실제로 투명해지는 게 인비저블이라면, 탄헬름은 그 물체가 실제로 투명해지는 게 아니라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상자가 그 물체를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물체를 직시하지 못하거나, 시야 가장자리에서 보여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탄헬름이라는 말은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투명 투구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제목에 쓴 대로 CSI 마술 수사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말이 입에 맴돌아서 바로 제목에 쓰긴 했는데, 쓰고 나니 요아킴 님의 블로그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군요.) 마술이 사용됨으로써 현실의 규칙을 깨뜨리고 추리를 방해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도리어 누군가가 마술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마술로 이를 검증하는 것이 가능하지요. 화약이나 총이 없는 세상에서 누군가가 총으로 다른 사람을 쏘아 죽였다면 그것은 '추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겠지만, 지금 세상에서 누군가가 총으로 다른 사람을 쏘아 죽인다면 여러 가지 과학적인 수사 방법이 도입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1권 『셰르부르의 저주』가 여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이 책은 장편 하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60여 페이지라는 적지 않은 양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몰입해서 볼 수 있을 정도로 구성이 탄탄합니다. 환타지나 SF 독자뿐 아니라 추리 독자들도 굉장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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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1-15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F는 사실 그리 좋아하는 장르는 아닌데 -사실 그렇게 말할 처지도 못됩니다. 뭐 본게 몇 개 안되니...- 이 책은 관심은 가던데 좀 어떨까 싶어서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님의 리뷰가 많이 도움이 되네요. 재밌을 것 같아요. ^^
 
Happy SF - 과학소설 전문무크 창간호 1 과학소설 전문무크 Happy SF
행복한책읽기 편집부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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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조금씩 SF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나우누리의 SF 동호회에 가입하기도 하고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지면서, 번역 SF 단편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SF라는 것에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컴퓨터 하드에 SF 소설을 몇 백 메가씩 모아놓기도 했지요.

아이작 아시모프에 한참 매료되어 있을 때쯤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와서 보니 형이 실수로 하드를 포맷했더군요. Orz... 그야말로 좌절이었습니다. 다시 소설을 구하려 했지만 이전에 비해 오히려 인터넷 사이트는 줄어들었더군요. 그러던 중 행복한책읽기라는 출판사에서 SF 총서를 간행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행복한책읽기 SF 총서를 만나면서 저의 SF 읽기는 다시 시작된 거지요.

그러나 여전히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SF 시장은 극히 협소했고, SF 독자층은 극히 이분화되어 있더군요. 아주 오래 전부터 SF를 (전문적이라는 표현을 붙여도 될 정도로) 읽은 독자층이 있고, 아니면 저처럼 얼마 전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 독자층이 있더군요. SF라는 장르의 특성상 ‘고수’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번에 행복한책읽기에서 나온 과학소설 전문무크 『Happy SF』는 이런 ‘고수’와 ‘하수’의 차이를 해결해줄 만한 책이라 할 만합니다. 현재 SF의 위상이라든지 국내 SF 출판의 현황 등을 비롯해서, 현재 가장 잘 나가는 SF 작가인 테드 창의 대표작과 평, 인터뷰 등을 담기도 했구요, SF 영화에 대한 설명이나 창작 SF 등 여러 가지 유용한 내용이 빽빽이 채워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깊었던 부분은, 지난 1년간 SF 커뮤니티에서 죽어라 들었던 테드 창의 작품세계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과연 테드 창이 어떤 작가이기에 그 모든 ‘고수’들이 찬양해 마지않는 것일까. 그런데 번역자의 평과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나니, 그 모든 ‘찬양’이 이해가 되더군요.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많아 내용을 말할 수는 없지만, 탑을 올라가는 과정, 탑의 모습과 탑에서의 생활 등의 묘사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장 유용하게 사용해야겠다 싶은 부분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들어있는 「초/중/고급자를 위한 SF 가이드 - 국내 출판 SF 추천목록」이었습니다. 아직 어떤 책이 유명한지, 어떤 책이 읽을 만 한지를 잘 모르는 초보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꼭지였습니다.

거의 접할 길이 없었던 창작 SF도 즐거웠습니다. 이전에 여러 작품으로 접한 적이 있는 듀나의 「어른들이 왔다」는 제가 좋아하는 유형의 내용이라 너무 마음에 들었구요, 구광본 님의「별로 변한 것 없어요」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좋아하는 제 취향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 나름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요. 신인작가라는 강병융 님의 「beHEADing」이라는 작품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목이 두 개라는 설정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신선하다고 할 만한 설정도 없었거니와, 여기저기에 배치된 소품들(SONY, SAMSUNG이라든지 하단의 주석 등)은 신선하기보다는 오히려 산만하고 조금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표지를 보니 〈과학소설 전문무크 창간호〉라고 되어 있네요. 그렇다면 다음에 계속 이어져 나온다는 뜻인가 봅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나온 과학소설 전문잡지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이번의 부족했던 부분은 다음에 더 많이 채울 수 있겠지요(라고 판에 박힌 이야기를 해봅니다만, 사실 부족한 부분 따위는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을 기화로, 앞으로 국내 SF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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