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있는 일잘러의 IT 지식 - 생성 AI 툴만 쓰면 반쪽, IT를 알아야 완성되는 실무 감각!
세기말 서비스 기획자들 지음 / 길벗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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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IT 지식을 왜 이해해야 할까? 이 책에는 코드가 없다. 저자들은 개발 언어란 IT 세상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코딩부터 배워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자. 오히려 이것에 매몰된다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당부한다. 특정 기술이나 하나의 프로젝트가 아닌, 이 생태계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동작하는지 알아야 개발이란 세계를 돌파할 수 있다. 여기에는 풍부한 그림과 친절한 설명이 있다. 입문자를 독자층으로 상정하고 쓰인 거 같은 인상이다. 그들에게 명확한 목표와 방향성을 설계해줄 가이드가 될만한 책이다.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막막한 비전공자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현업 개발자에게도 큰 그림을 다시금 확인할 좋은 기회일 것이며, 비개발 직군에게도 IT 리터리시를 키우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다.


2. 이 책의 구성은 매우 독특하다. 기술 지식을 하나씩 나열하는 백과사전이 아니다. 이 책은 '헝그리정신'이라는 가상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따라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준다. 어떻게 프런트엔드와 백엔드를 구분하는지, 데이터의 생명주기를 왜 CRUD로 정의하는지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지식들은 서로 따로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르쳐주는 지식들은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토대가 되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학습과학에서도 오랫동안 기억하려면 새로운 정보를 기존에 알고 있던 기억와 연결하는 정교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개발자처럼 생각하는 법은 무엇일까? 이 책은 스스로 그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3. 다른 챕터는 개발 교양서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해도, 9장에서 나오는 판교 사투리 부분은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던 거 같다. 문제라는 단어보다 왜 이슈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지, 그리고 축구 경기에서 따온 단어인 킥 오프가 종종 쓰인다는 일화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이 업계의 현업 종사자가 아니라면 다룰 수 없는 가치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이처럼 진짜 개발자가 일할 때 쓰는 단어를 알려주듯이 이 책의 말투는 매우 친근하면서도 내밀하다. 마치 개발자가 되기 위한 나에게 전하는 선배의 조언처럼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앞으로 회의나 업무 메신저에서 겪을 수 있는 미묘한 소통의 장벽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4. 친절하고 직관적인 설명이 큰 장점인 책이다. CRUD를 어떻게 설명하나 궁금했는데, Create(출생신고), Read(주민등록등본 조회), Update(개명/혼인신고), Delete(사망선고)로 표현한 점이 매우 탁월했다고 해야할까. 얼핏 들으면 어려워보이는 개념도 이렇게 비유를 들어 설명하니 이해하기 편했다. 이로써 CRUD가 단순한 기술 용어를 넘어서 모든 정보 시스템이 가지는 필수적인 속성임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를 물류 창고로 비유하는 점도 재밌다. 그 물류 창고는 데이터가 쌓여있기만 한 건물이 아닌, IT 서비스라는 물류 시스템이 데이터를 넣고(Create) 빼가는(Read) 활동을 하며 의미가 생긴다. 저자가 얘기했다 싶이 IT 회사에서 처음 출근 했을 때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것 같은 심정, 이러한 경험으로 더욱 초심자에게 공감하며 세심하게 쓰인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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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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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이곳은 흑해다. 그가 풀어낼 역사의 주인공은 국가, 제국, 민족이 아니다. 우리는 주로 육지를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봤던 거 같다. 저자는 이 점을 지적한다. 육지 중심의 편견에서 벗어나 바다만의 서사를 보여주겠다고. 그동안 흑해는 주변 지역의 발칸, 러시아, 중동과 같이 다른 영역으로 나뉘어 연구되어왔다. 그는 우리의 전통적인 시선을 뒤집는다. 흑해는 경계가 아니라 소통과 교류의 장이었다.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교역망의 중심이었으며, 흑해 연안에 수많은 식민도시가 생겨 곡물과 목재, 생선 등이 지중해 세계로 이동했다. 흑해의 해류는 반시계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을 명심하라. 이 덕분에 영국의 해군은 돛을 올리지 않고도 오데사에서 이스탄불까지 갈 수 있었고, 이러한 자연적 흐름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정말로 참신한 아이디어가 담긴 역사책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제국이나 민족의 흥망성쇠가 아닌, 해상 네트워크라는 관점으로 역사를 재구성한다.


2. 이곳에서 국가나 민족이란 전통적인 프레임은 해체된다. 흑해는 그러한 틀로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복합적인 공간이기에, 다양한 문화가 만나고 뒤섞이는 접경지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흑해 연안의 코사크 같은 집단은 이러한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그리스인이란 개념이 지금의 민족주의와는 달랐음을 설명한다. 수많은 남부 해단 도시 중 비잔티움만이 진정으로 그리스적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다른 도시들은 그리스와는 다른 문화에 융합되어 있었음을 암시하는 게 아닌가. 스키타이 양식과 그리스 양식이 결합된 황금 유물들이 그 증거다. 순수한 민족 정체성이란 현대의 허상에 가까웠다. 동유럽이란 개념도 냉전이 만들어낸 개념이라고 한다. 우리는 얼마나 현대가 만들어낸 역사관에 익숙해있던 것일까. 인류의 역사를 탐구할 때 우리가 만들어낸 지정학적 구분은 정말로 인위적이고 일시적이다. 그는 우리에게 거시적인 관점을 안겨준다.


3. 바다는 수평이다. 저자는 이러한 흑해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지질학부터 고고학, 언어학, 문학까지 여러 분야를 흑해라는 주제로 엮어낸다. 예전에 최재천이 주창했던 '통섭'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지식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하여 큰 줄기에서 사물을 파악하는 통섭을 가장 잘 구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흑해는 7500년 전 지중해의 물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넘어 민물 호수에 쏟아져서 생겼다는 대홍수 가설을 소개한다. 이 지질학적 사건이 아마도 성서 속 노아의 홍수의 기원일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이러한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던진다. 흑해에는 독특하게도 무산소층이 있어 이곳에 난파선이 온전한 형태로 보존될 수 있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20세기 말에 심해 탐험가인 로버트 밸러드가 이곳에서 5세기 비잔티움 시대의 배를 발견하기도 한다. 저자의 말대로 흑해는 역사의 중심이었다. 다른 책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신비롭고 흥미로운 일화들이 많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4. 정말로 저자의 학문적 집요함이 드러나는 책이다. 처음에 나오는 '이름에 관하여' 파트가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듯하다. 그는 흑해의 수많은 옛 이름을 시대별, 문화권별로 정리하고 그 의미를 분석한다. 지명 표기에 있어서도 '트라페주스, 트라페준타, 트라브존'처럼 시대에 맞는 명칭을 사용하겠다고 밝힌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디테일한 원칙으로 쓰인 책은 오랜만이지 않나 싶다. 그는 오스만인과 튀르키예인을 신중하게 구분하고, 잘 사용하지 않던 투르코만이란 말을 사용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정말로 고된 작업이지 않았을까. 이전에 말했다 싶이 흑해의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여러 나라에 흩어져 연구한 데이터를 취합해야 했을 것이다. 겸손하게도 이 책이 다루는 몇몇 분야에서 본인은 전문가가 아니라고 밝히지만, 엄청나게 치밀하게 쓰인 책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역사를 좋아한다면 정말로 추천하고 싶은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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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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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책이다. 전통적인 민족이나 국가라는 경계를 해체하고 바다라는 관점으로 어떻게 유럽의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지 신선한 관점을 보여준다. 흑해라는 해양 네트워크는 수천 년간 서로 다른 문화와 제국, 민족을 하나의 유기적인 세계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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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놀로지 - 우리의 세계는 스크린으로 연결되었다
이현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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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스크린은 항상 우리의 곁에 있다. 저자는 본인의 경험에서 스크린의 정체성을 길어올린다. 그는 90년대 후반 완전 평면 TV의 광고를 보고 엄청난 충격과 배신감을 느껴 이를 회화로 구현해보고자 한다. TV 주사선의 떨림을 표현하기 위해 캔버스 표면에 굵은 털실을 붙이고, 그 위에 광고 장면을 그린다. 기술은 완전한 평면을 구현했다고 선언을 하지만, 오히려 평면이 아닌 회화적 물성이란 대답이 돌아온다. 평면성이란 무엇인가. 직접 캔버스 틀을 짜고, 제소를 바르던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 평면이라는 추상적 단어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점이 바로 다른 어떤 책도 따라할 수 없는 고유한 특징이지 않을까. 저자의 예술적 깊이가 이 책을 완성한다. 스크린이란 매체를 예술과 기술이라는 경계를 넘나드며 자유롭게 탐구하는 맛이 있다.


2. 스크린 속 우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스크린은 우리의 삶을 바꿨다. 스크린을 이용한 소통은 우리와 유사한 사람들과 연결되고 만족을 추구하도록 한다. 사회는 세대, 성별, 취향 등에 따라 균질한 소집단으로 분화되는 것이다. 스크린은 이들 간의 간극과 갈등을 해소시키지 못한다. 스크린이 바꾼 문화는 공연장이나 미술관에 가도 느낄 수 있다. 눈 앞의 예술 작품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감상하기 보다, 우선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발견할 것이다. 스크린은 우리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도 삶의 밀도를 흐리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16장의 '도둑 맞은 집중력'이란 챕터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모든 컨텐츠는 짧고 단순해지며, 우리는 사유하는 능력을 점차 잃어간다. 스크린은 우리의 경험을 더욱 매끄럽게 도와주지만, 스크린 밖 우리의 삶은 점점 매끄럽지 않게 된다.


3. 국내 출판계에서 정말로 희소한 주제를 다루고 선구적인 가치가 있는 책이지 않나 싶다. 스크린에 대한 논의가 해외에서는 활발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통합적이고 개괄적으로 다루는 담론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매우 시의적절한 책인 거 같다. 예술, 기술, 사회, 철학의 관점을 엮어 스크린이란 하나의 키워드로 만들어낸다. 다들 이 책을 읽으면 독특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평명성 논의와 삼성의 평면 TV 광고가 연결되며, 뒤샹의 레디메이드에서 인터페이스의 관계를 읽어낸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밑바닥 지식은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가 잠시 멈춰 서서 곱씹어 볼 수 있는 사유의 지점을 마련해준다.


4. 이것은 고고학 책이다. 우리가 사용하던 미디어 스크린의 원형과 계보를 파고든다. 스크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술사와 철학을 알 필요가 있다. 르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자였던 알베르티는 그림을 일종의 창문으로 보았다. 이것은 오늘날 컴퓨터의 그래픽 인터페이스인 '윈도우'까지 나아간다. 우리가 컴퓨터 화면을 볼 때 이것이 르네상스 시대의 원근법적 세계관을 계승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스크린 인터페이스의 고고학적 발굴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허공에서 손을 휘젓는 순간은 멀티터치 인터페이스란 개념을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장면이다. 재밌지 않은가. 우리는 모두 스크린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경험을 주도하는 스크린을 깊이 알 수 있는 최고의 지혜가 담겨있다.


#스크리놀로지 #이현진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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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10가지 방정식
데이비드 섬프터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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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장황하며 쓸데없는 말이 많은지. 10가지 방정식을 깊이있게 다루기보다는 하나의 가벼운 비유로 끝낸다. TEN이라는 비밀결사대 개념도 썩 와닿지 않으며, 각 챕터마다 마무리가 애매모호하다. 저자가 진지하게 쓰지 않았다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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