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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한다는 착각 - 직감이 아닌 근거로 밝히는 브랜드의 진짜 성장 공식
세리자와 렌 지음, 오시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평점 :



이 글은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수많은 마케팅 서적들이 쏟아지지만, 정작 깊은 영감을 주는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기존 이론의 반복이거나, 성공 사례의 단편적인 나열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세리자와 렌의 <마케팅한다는 착각>은 독특한 위치에 있는 도서입니다. 저자는 자신을 '마케팅 사이언티스트'로 칭하며, 심리학, 통계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적 기반 위에서 마케팅 현상을 분석해요. 이 책은 우리가 견고하게 믿어왔던 마케팅의 정석들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때로는 불편할 만큼 냉정한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마케팅의 민낯과 그 안에 숨겨진 착각들을 선명하게 비춰주죠
이 책의 가장 도발적인 문제 제기는 우리가 흔히 전략이라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놀이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STP, 고객 로열티 강화, 팬덤 구축 등은 마케팅 교과서의 핵심이지만, 저자는 300편이 넘는 논문을 인용하며 이러한 활동들이 실제 브랜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거나, 심지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주장해요. 특히 책 전반을 관통하는 ‘더블 제퍼디(Double Jeopardy) 법칙’은 기존의 통념을 뒤흔듭니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브랜드는 구매 고객 수가 적을 뿐 아니라, 그 고객들의 충성도마저 낮아 이중으로 불리하다는 이 법칙은 브랜드 성장의 핵심 동력이 소수의 충성 고객이 아닌, 더 많은 고객에게 도달하는 것에 있음을 시사하죠. 예를 들어, 특정 브랜드의 헤비 유저 20%가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은 실제로는 연간 50~60% 수준이며, 심지어 헤비 유저의 절반은 1년 안에 이탈한다는 데이터는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는 로열티 프로그램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더 넓은 고객층에게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이죠.
단순히 기존 이론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이 책은 우리가 간과했던 부분으로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바로 시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라이트 유저'와 '비구매층'입니다. 저자는 이들이야말로 브랜드 성장의 진정한 잠재 고객이며, 이들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마케팅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저자는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EP)'라는 실용적인 개념을 제시합니다. CEP란 소비자가 특정 카테고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구매를 고려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과 맥락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갈증 해소를 위해 음료수를 찾을 때", "업무 중 집중력이 떨어져 커피를 생각할 때" 등이 모두 CEP가 될 수 있을 거에요. 마케터는 이러한 CEP를 발굴하고, 자사 브랜드가 그 순간 자연스럽게 떠오르도록 연결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우리만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차별화 전략보다, 소비자의 일상 속에 더 넓고 얕게 스며드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에요. 저자는 브랜드가 성장할 때는 특정 세그먼트가 아닌 모든 세그먼트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며, 이는 포지셔닝이 아닌 '접점의 확장'으로 이루어진다고 강조합니다.
<마케팅한다는 착각>은 마케팅이라는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관점을 뒤흔드는 책입니다.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통해 감이나 경험에 의존했던 마케팅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토대를 마련해줘요. 때로는 기존의 신념을 부정하며 불편함을 주기도 하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마케터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수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큰 미덕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깊은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진정한 진실을 알게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마케팅이란 관점으로 증거에 기반한 사고법을 배울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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