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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역사 -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0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설혜심 교수의 <소비의 역사>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저자는 한국에서 서양의 생활사와 미시사를 참신하게 풀어내는 역사학자인데요. 유럽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한국인의 시각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죠. 이번에는 소비, 그랜드투어, 인삼, 지도에 이어 '매너'라는 주제로 독자들과 만납니다. <매너의 역사>는 단순히 매너를 다루는 책이 아닙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가 묘사한 진상들 부터 르네상스와 근대를 거친 궁정 예절의 발달,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매너가 개인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다루며, 예의가 왜 단순한 사회적 규범을 넘어서 중요한 인간다움의 상징이 되어왔는지를 보여주죠.
고대 사회에서도 매너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테오프라스토스는 무례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묘사하며, 이들이 당시 사회에서 왜 '진상' 취급을 받았는지를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저자는 현대의 불쾌한 사람들과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이들을 보여줘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매너가 없으면 사람들 사이의 조화는 깨지고 불편함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낍니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매너가 몸가짐과 행동을 포함한 개인의 예절로 확장됩니다. 특히, 에라스뮈스가 쓴 <소년들의 예절론>에서는 콧구멍에 점액이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는 세세한 예절은 좀 웃기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세심한 예절이 단순히 겉모습을 가꾸는 것을 넘어서는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예절을 통해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서로의 공간을 지키는 태도가 중요하게 여겨졌던 것입니다.
18세기가 되면서 '젠틀맨'이라는 이상이 등장하며 매너는 신사적 태도와 품위를 상징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산업화와 중산층의 성장이 이루어지며, 매너가 더 이상 상류층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됩니다. 중산층도 상류층의 예절을 따르게 되고, 이로 인해 계층 간의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이 변화는 예절이 계층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지킬 수 있는 가치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너가 단순히 상류층과 중산층 간의 계층적 구분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고 인간다운 품격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발전해왔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매너는 타인과 가까운 공간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움의 중요한 표현이 되었어요. 현대 사회에서 매너는 계급이나 사회적 지위를 넘어 개인의 성숙과 배려를 드러내는 모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순히 외적인 태도가 아니라 내적으로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을 조절하는 성숙한 태도로 변모한 것이죠. 예의는 이제 서로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치로 발전한 셈이에요.
매너의 역사는 이러한 예의의 발전이 단지 겉치레가 아닌, 인간으로서 꼭 필요한 소통의 방식임을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여 예절을 다듬어왔는지 알게 해줘요. 과거에서 현대까지 이어져 온 매너의 진화는 앞으로도 인간다움과 품격을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무례와 진상이 엄청나게 회자되고 있는 시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매너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으실 거에요. 그리고 영화 <킹스맨>으로 영국의 매너 문화에 관심이 생겼던 분들에게도 추천드리는 매너의 정수를 담은 책입니다.
3줄 요약
1. 매너는 단순한 겉치레가 아니라, 인간다움의 중요한 상징임을 보여줍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까지, 예의와 매너가 사람들 간의 조화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발전해 온 과정을 탐구하며, 매너가 왜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지를 알려줍니다.
2. 르네상스와 18세기의 신사문화 발전을 거쳐, 매너는 상류층과 중산층을 넘어서 모든 계층이 지켜야 할 가치로 자리 잡습니다. 이를 통해 매너는 단순한 계급적 구분을 넘어서 사람들 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발전해왔음을 보여줍니다.
3. 오늘날 매너는 단지 외적인 태도가 아니라 내적인 성숙과 배려의 표현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매너가 개인의 성숙을 보여주고, 타인을 존중하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매너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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