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진화 - 그들은 어떻게 시대를 앞서갔는가
미하엘 슈미트잘로몬 지음, 이덕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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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현대 사회는 '문화적 치매'라는 위기에 봉착했다. 하루하루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지식을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지식에 큰 이바지를 한 과거의 사상가들을 찾아나선 것이다. 이 책은 정말로 시의적절하다. 포퍼는 이념에 빠져 맹목적인 혁명을 외치던 동료들의 모습을 경험한다. 그리고 반증 불가능한 이론의 허점을 간파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화는 극단적인 정치 이념이나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현실이 겹처 보인다. 포퍼의 '열린 사회'라는 개념을 우리에게 큰 지적 무기가 되어준다. 그 당시 전체주의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비합리성에 강력하게 맞설 수 있다. 위대한 사상가들에게 닥친 시련과 그들의 사고 방식은 시대를 초월한다. 이것은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나의 문제다. 나 조차도 인류의 미래를 함께하는 일원이기도 하다. 퀴리가 방사능의 위험성을 우려했듯이, 오늘날 기술자들은 인공지능 발전을 조금씩 멈추자고 주장한다. 어떤 마음가짐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것인가. 독서를 잠시만 멈추고 생각해 볼 시간을 만든다.


2. 이 책을 천재를 숭배하려고 하지 않는다. 천재를 해체한다. 그들은 단지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더 멀리 보았을 뿐 모든 지식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진화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그들은 천재가 아니라 인플루언서라고 명명한다. 이것은 요즘 단어가 아닌가? 천재는 뭔가 경외심이 든다면, 인플루언서라는 표현은 그의 사상이 얼마나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하게 된다. 어떠한 인물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다. 고독한 천재의 유레카는 없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헉슬리의 진화적 인본주의로, 에피쿠로스의 사상은 니체의 철학으로 연결된다. 지식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변형되는지를 추적하는 재미도 있다. 마치 거대한 거미줄을 저 멀리서 한 눈에 보는 느낌이랄까. 니체의 여성관이나 다윈의 야만인에 대한 인식 같이 그들도 구시대적인 한계 속의 한 인간임을 분명이 한다. 저자는 역사적 인물들은 너무나 쉽게 신격화하지 않는다. 이러한 파격적이고 입체적인 구성에 다들 엄청난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3. 쉽게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침묵하고 더 공부해야 한다. 과학철학자 포퍼의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은 깊이 있는 사상을 다루면서도 결코 현학적이거나 지루하지 않다. 단순하게 유쾌한 스타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러다. 다윈은 진화론을 발견하고도 발표를 망설이며 마치 살인을 고백하는 거 같다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가 겪은 여러가지 갈등은 마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마르크스가 위선에 맞선 투사였던 점을 고평가하면서도, 그의 역사 결정론이나 변증법에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인물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균형 잡힌 시선은 이 책의 깊이를 더한다. 소설의 유려함과 비문학의 유용성을 잡은 몇 안되는 교양서일 것이다.


4. 그는 과학과 철학, 어느 분야에도 국한되지 않고 종횡무진한다. 10명의 리스트를 보면 과학이나 철학, 사과과학까지 그 지식의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점점 서로 고립되는 이 시대에 숲을 볼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교양서이다. 베게너의 판구조론을 읽으면서 순수 혈통이나 민족주의적 사고가 얼마나 미련한지 알 수 있었다. 이 지구의 대륙이 끊임 없이 이동하고 합쳐지면서 영원불변한 국경이나 민족은 없었던 것이다. 칼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도 그렇다. 우주라는 광활한 무대에서 지구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는 천문학의 지식은 인류의 분쟁이 얼마나 부질 없으며 나를 겸손하게 만들기도 한다. 과학에서 뜻밖의 철학적 배움을 얻는 과정은 매우 신선하다. 이것은 인간이 정해놓은 구분법일 뿐 누구나 나에게 큰 배움을 주는 스승들이 아닌가. 오늘도 거인의 어깨에서 배운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11번째 위대한 사상가가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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