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선군 외교 - 약소국 북한의 강대국 미국 상대하기
서훈 지음 / 명인문화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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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선군외교




북핵문제는 지금까지 20년 넘게 한반도 문제의 핵심이 되어 왔다. 북핵문제 해결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핵심사안이 될 것이다. 최근에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정책결정과정에 있었던 담당자들의 저서가 몇권 출간되었다.

임동원 전 장관이 펴낸 ‘피스메이커’, 부시행정부에서 대북담당대사를 지낸 프리처드의 ‘실패한 외교’가 대표적이다. 아사이신문의 기자인 후나바시가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한 각국의 인사들을 취재하여 쓴 ‘김정일의 대도박’도 북핵위기의 전개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다. 90년대 1차 북핵위기 과정은 오래전에 출간된 조엘위트의 ‘북핵위기의 전말’을 통해서 자세히 알 수 있다.  

이런 책들과 함께 눈여겨 볼만한 책으로 서훈 전 국정원 대북담당 차장의 ‘북한의 선군외교’가 있다. 서훈 전 차장은 1,2차 정상회담에 참여하였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 실장을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대북관련 국가정책결정과정에서 일해 왔다. 




1·2차 북핵위기의 전개과정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선언 등 크게 두차례의 합의가 있었다. 90년대 초반의 1차 북핵위기는 1994년 제네바 합의로 마무리 되었다. 2002년에 발생한 북한의 고농축우랴늄(HEU) 보유 논란으로 제네바합의는 실질적으로 파기되고 2차 북핵위기가 발생하였다. 2차 북핵위기는 2005년 9.19 공동선언으로 마무리 되는 듯했으나, 미국이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및 유통의혹을 제기하여 해결되지 않았다. 2007년 2.13 합의는 BDA문제로 시간을 끌다가 이제 이행국면으로 들어섰다. 최근 영변의 냉각탑 폭파로 이행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1차 핵위기를 타결한 제네바 합의가 북미 양자합의이고, 2차 핵위기의 해법을 제시한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6자 합의라는 차이가 있지만, 1·2차 합의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1,2차 북핵위기에서 해법을 찾았던 공통점은 ‘북한에 의한 핵투명성 보장 및 비핵화’를 통해서 ‘북미관계 개선’을 이루고, 이를 위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동시에 이행’하는 것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동시행동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를 두고 합의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관련국가들 사이에 불신이 커서 동시행동조치들이 필요하다. 최근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는 것도 관련국 사이에 신뢰가 증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행동의 원칙과 일관성 찾기

서훈의 ‘북한의 선군외교’는 제네바합의와 9.19 공동성명을 ‘선군외교 전략모델’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비교 분석하였다. 서훈이 ‘선군외교 전략모델’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은 북한의 행동에서 원칙과 일관성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통치이념을 토대로 한 개념을 만들어서 1,2차 북핵위기를 분석한 것이다.

서훈은 북한의 선군외교를 △ 악명유지전략, △모호성 유지전략, △벼랑끝·맞대응·위기관리 전략으로 구분하고 있다. 협상국면에서 북한의 해동방식으로 △북미양자협상방식, △포괄적 일괄타결방식, △근본문제 카드 활용 △단계별 동시행동을 꼽고 있다.

서훈은 2차 핵위기 때 북한의 북한의 태도는 1차 핵위기 때와 비교하여 보다 단호하고 공세적이며 체계적인 양상을 보여주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2차위기때는 위협을 미리 명료하게 예고하고, 예고한대로 실행하는 이른바 말한대로 저지르는 확언전략이 특징적이었다. 이러한 확언전략의 체계적인 등장은 북한이 대미위협카드를 사전에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또한 미국을 협상으로 강제해 내려는 전술도 좀 더 단호하고 공격적인 형태로 등장하였다. 1차시기의 NPT 탈퇴→핵연료봉 인출 및 IAEA탈퇴에서 더나아가 2차시기에는 NPT 탈퇴 및 5MW 원자로 재가동→ 폐연료봉 재처리→ 핵억제력 실물 공개→ 핵보유선언→ 미사일 실험 등 초강경조치→ 핵실험 등으로 이어졌다.

이같이 북한이 2차 북핵위기시 핵개발 강화로 위협고조 행태를 뚜렷이 드러낸 이유는 미국의 태도가 강경해진 것과 함께 북한 내에서도 이른바 김정일 시대의 새로운 통치이념인 선군사상이 정립되었다는 점을 꼽은 것이 이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서훈은 북한의 외교행태를 북한의 통치이념과 연결해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 양자협상과 일괄타결

2차 위기시 북한이 비록 다자회담 형식을 수용했으나 실질적이고 내용적으로는 북미 양자협상을 고수했다는 서훈의 분석 역시 북한 외교의 원칙과 목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핵보유선언 및 핵실험 등 힘겨웠던 난국이 북미 양자접촉을 통해서만 실제로 해결되었던 사실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결국 북한은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북미 양자간에 협의로 타결하고, 6자회담에서는 이를 추인하는 모양새로 협상을 진행시켜 온 것이다.

북한은 본격적인 협상국면에 진입하게 되면 포괄적 일괄타결의 방식을 선호해왔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1차에 비해 2차 협상과정에서는 북한이 제시한 협상의제가 더욱 확대되고 구체화되었다. 협상운용 및 합의사항 이행방식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더욱 주도적이고 치밀해졌다. 북한이 주요의제설정 및 합의전략으로 구사한 포괄적 일괄타결방식은 핵문제를 통해 북미관계 개선까지 이루려는 의도이다. 북미간에 약소국-강대국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의제설정 능력상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방법인 것이다. 북한은 2차협상에서는 종전의 1차협상에서 합의한 일괄타결안의 기본내용을 포함하면서도 의제범위가 확대된 일괄타결안을 주도적으로 제시하였다. 북한은 ‘일괄타결’, ‘말 대 말 및 행동 대 행동’, ‘동결 대 보상’ 등의 방식으로 일괄타결 방식을 제시하고 관철시켜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1,2차 북핵위기 과정을 비교·분석해서 북한의 전략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원칙을 도식화시켜냈다는 점일 것이다.

우려는 여전히 남아

이 책의 저자인 서훈이 국가정보원 대북담당 책임자였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사항을 읽으려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그 점에 대해서는 매우 치밀하고 냉정하다. 재직 중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철저하게 자료의 원천으로 삼지 않았다. 대신 공개된 매우 광범위한 자료를 선택하였다. 정보사항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직접적인 정보보다는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광범위한 간접자료가 그가 신뢰할만하기 때문에 선택했다는 점에 만족해야할 거 같다.  

서훈은 “이제는 또다시 우리가 협상에서 소외되고 결과에 책임져야 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의 우려와 같이 전개되고 있으며 좀처럼 개선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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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
윌리엄 유리 / 장락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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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Getting to Yes)




협상은 우리 인생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은 하루도 빠짐없이 협상을 한다. 10살 배기 아들하고 관계도 협상의 연속이다. 저녁식사는 무엇으로 할 것인가, 일요일에 어디로 놀러갈 것인가. 게임은 하루에 몇시간을 할 것인가 등 따지고 보면 아이들하고도 무언가를 놓고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이 협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면서 협상을 한다고 한다.

북한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당사자인 부시 미국 대통령도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이란 다름 아닌 대화와 협상이다.

일상에서부터 지금 한반도 정세를 달구고 있는 북한 핵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은 협상을 마주 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협상에 대한 실용서적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보면 최근 협상에 대한 서적만 100권이 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최근에는 몇몇 책들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 만큼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 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협상에 대한 많은 서적 가운데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Getting to Yes)이 단연 압권이다. ‘로저 피셔’를 비롯하여 미국 하버드 대학의 협상프로젝트팀들이 수년간에 걸쳐서 법률가, 기업가, 정부관리, 판사, 교도소 간수, 외교관, 보험회사 대리인, 군장교, 탄광의 광부, 석유회사 중역 등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검증한 내용들을 1991년에 출판한 책이다. 출판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협상에 대한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고 있다.

필자는 90년대말부터 갈등해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에 1947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퀘이커 미국친우봉사회(AFSC)의 후원으로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국내에서 180 시간 가량 긴행된 갈등해결 워크샵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이 워크샵에서 접하게 된 많은 자료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바로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상생, WIN-WIN을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가치로서 평가해오고 있다. 그러나 차이가 있고, 대립하는 세력들이 어떻게 상생을 할 것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도 쉬어 보이지는 않는다.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에서는 이처럼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고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는 협상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한국어판 부제가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성공적인 협상 테크닉’으로 붙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협상연구팀은 “이 책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2000년에 이 책을 구입하고 나서 차례만 살펴본 후,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해서 쌍방이 모두 WIN-WIN 할 수 있는 방법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게 되었다. 그 후 인생이 협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주 이 책을 읽었다. 협상기술은 연습과 훈련이 없이 독서만으로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되면 적어도 어떤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하는지는 알게 된다. 협상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기초적인 자세만 갖추고 있어도 갈등과 분쟁은 협상을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점점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갈등영역이 확산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한국사회의 평화적인 갈등해결능력은 향상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숙한 사회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여기서 소개하는 협상법이 피서지 결절과 같은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협상뿐만 아니라, 미국과 소련의 무기감축회담에 참여하는 외교관이나 기업들의 반독점 소송을 다루는 변호사들이 맞이하게 되는 협상에서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다루어야 할 사안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협상이 똑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협상법은 협상의 기본요소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통적인 협상으로 부드러운 협상과 강경한 협상을 꼽을 수 있다. 부드러운 협상은 충돌을  피하고 우호적인 해결을 위해 필요하지만, 부드러운 협상의 방법을 택하는 사람은 대개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강경한 협상은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고 오래 버텨서 승리를 목적으로 하지만 상대의 강경대응을 유도해서 자신의 재원을 소진시키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게 된다.

현재 북한과 미국의 대결은 강경한 협상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북한과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취해서 상대의 강경대응을 불러일으키면서 내부의 역량을 소진시키고 있는 협상인 것이다.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에서는 제3의 협상법으로서 부드러우면서도 동시에 강경한 협상법을 제시한다. 이 협상법은 이익을 추구하는 데는 엄격하고 협상하는 사람에게는 부드러운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협상을 위해서 크게 4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사람과 문제를 분리시켜라, 둘째는 입장이 아닌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추라, 셋째는 상호이익이 되는 옵션을 개발하라, 넷째는 객관적인 기존의 사용을 주장하라. 

이러한 방법에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국제정치의 현안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사례를 예시하면서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이해를 돕고 있다.

갈등이 다양해지는 한국사회에서도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이 필요하지만 이 책은 현재의 북한 핵문제로 인한 강등상황을 고려해 볼 때 아무래도 미국의 부시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가장 먼저 일독을 권하고 싶다.

‘북한의 협상전략’(한울 아카데미)을 쓴 ‘척 다운스’는 그의 저서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리지웨이 대장이 휴전협정을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다고 술회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북한의) 이미 제기했던 주장의 반복, 번드르르한 말재주,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험담 등으로 당장이라도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북한과 협상경험이 있는 미국 사람들 가운데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에서는 “당신의 공포심이 상대방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마라”는 경구가 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바에서 만났고, 남자가 여자에게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그는 그녀가 전혀 모르는 길로 차를 몰며 그 길이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가 그녀를 굉장히 빨리 집까지 데려다 주었기 때문에 그녀는 10시뉴스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이 기사의 끝부분은 다소 의외이다. 두려움을 바탕으로 추측을 하기 때문이다. 무슨 사고가 날 줄로 추측했는데 전혀 뜻밖의 결과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상대방이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 책의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과 부시 대통령이 모두 이 책을 읽고 win-win의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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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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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고




김훈!

몇해전 혜성과 같이 문단에 등장하였다. 기자가 소설을 쓰기시작하더니 각종 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소설계를 평정하고 있다. 어찌 보면 작가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을는지 모르겠다. 부러움이야 내면에 감춰 놓고 드러내지 않는 감정이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존경하는 마음이야 굳이 감추고자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김훈은 아마도 작가들이 존경하는 작가로 꼽힐 것이다.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가슴을 찌르거나 저미어오는 그의 문체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면서  깊이 스며들기도 했다. 이순신의 고독을 철저하게 관조적인 시각에서 묘사하였다. 이순신은 영웅에서 한 인간으로 묘사되었고, 인간 이순신이 고독을 이해하는 순간 이순신은 다시 영웅으로 거듭났다.




남한산성에 대한 기대




‘칼의 노래’의 김훈을 기억하며 뒤늦게 김훈의 ‘남한산성’을 집어들었다. 삼전도의 굴욕... 조선역사, 아니 수천년의 우리역사에서 가장 씻고 싶은 치욕이겠다. 45일간의 전투에서,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척화(斥和)’가 옳으냐, ‘주화(主和)’가 옳으냐는 지금도 역사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김훈은 과연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대혼돈의 상황을 어떻게 묘사할까?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의 고독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기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남한산성은 출판하자마자 얼마 있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으니 그 기대는 더욱 크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곧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을 넘겼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마지막에 이르렀다. 남한산성은 왜 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까? 물론 소설 남한산성에서는 그 긴박한 순간에 갈라질 수밖에 없는 척화파와 주화파 두 세력들의 말이 난무하고 있다. 치열한 논쟁이었다. 그 말이 넘치고 흘러서 성안의 군졸들이나 백성들의 입에까지 이를 정도였다.

 

김훈이 그리는 민중

소설 남한산성에서는 봉건왕조시대에 전쟁이나 국가의 대규모 행사가 있었을 때 고초를 겪는 민초들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그래서 김훈은 소설의 머리말에서 자신은 “다만 고통받는 자들의 편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훈이 편드는 고통 받는 자들은 역사를 이끄는 민중으로 묘사되는 고상한 존재도 아니다. 상류층을 속박하는 규제와 도덕에서 벗어난 생활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건강성을 지녔다고 묘사되는 그런 민중도 아니다. 그냥 생활하는 사람일 뿐이다. 임금이 언 강을 무사히 건너도록 도와주었는데 아무런 대가도 없었다고 불평하는 그런 사람이다. 청나라 군이 강에 도착하면 도강을 도와두어서 식량 한 끼라도 얻겠다는 그런 사람이다. 청나라에 끌려가는 여자들 가운데도 부와 권력에 대한 기대로 우쭐대는 사람이 있다.




김훈의 소설에는 그런 속물적인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게 바로 민초라고 말한다. 근엄하게 역사, 민중을 부르짖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민중의 실체는 그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래. 그게 바로 현실에 발딛고 있는 민초의 모습일 수 있다.




그렇다고 김훈의 남한산성에는 고달픈 현실에서 한 끼 먹는 것만 밝히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축적된 경험속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지혜롭게 사는 대장장이도 남한산성에서 묘사하는 고통받는 민중이다. 추위에 떨면서 끼니도 제대로 못 때우고 성첩을 지키는 병사들, 전선에 내몰렸다가 군율을 따르지 않았다가 파리목숨처럼 죽어가는 병사들... 그 병사들이야말로 남한산성에거 가장 고통받는 자들일 것이다.   

  

척화파와 주화파는 왜 갈등하였는가?

당대의 대작가 김훈이 고통받는 자들의 편에 서기 위해 남한산성이란 작품을 만들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김훈은 잘못 짚어도 크게 잘못 짚었다. 김훈이 묘사하는 척화와 주화의 대결과 논쟁에는 말 그대로 말만 있다. 왜 그런 논쟁을 하는지, 그런 논쟁의 근거는 무엇인지는 생략되어 있다. 주화파 명길을 죽여달라는 말만 있을 뿐이다. 주화파와 주전파의 갈등에는  중국대륙의 명청 교체에 대한 국제정세판단과 주자학파들의 중화사상에 대한 양명학파들의 비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주화파가 비겁하니 죽여달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소설 남한산성을 읽으면 갈등의 본질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갈등이 있겠구나고 겨우 알아차릴 뿐이다. 그 정도로 가볍게 다뤄졌다.    




논쟁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인조의 태도는 너무나 관조적이다. 남한산성을 읽다보면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인조는 신하들의 논쟁을 물끄러미 지켜보고만 있는 것 같다. 그러다가 심야에 신하들을 몇을 불러서 자신의 마음을 조금 여는 정도이다.




인조가 그렇게 여유를 가질 형편인가? 우리 역사를 통틀어서 인조처럼 굴욕적이고 비참한 임금이 몇이나 될까?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것은 왕위에 오른 후 3번째이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으로 왕좌에 올랐으나, 공신들끼리 갈등으로 권좌에 오른지 2년째 되는해에 이괄이 반란을 일으킨다. 이때 인조는 도성을 버리고 공주로 몸을 숨긴다. 또 정묘호란때는 강화도로 도피하고, 다시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으로 도피한다.




서울을 세 번 버린 임금 인조

인조는 명나라의 파병요청에 광해군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반정을 일으킨 세력에 의해 왕위에 올랐다. 인조는 명·청교체기라는 대륙정세를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친명 노선을 걸었다. 반정의 주역이었던 이괄이 반정 후 논공행상에 대한 불만으로 국경병력을 반란에 동원하였다. 그 결과 국경경비가 허술해진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임진왜란 7년전쟁으로 국력이 쇄약해진 상태에서 이런 요인들 때문에 다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청태종이 삼전도에 진주해서 남한산성에 칼날을 겨누던 시점에서 조선의 운명은 바람앞의 등불이었다.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한 인조는 당시 벌써 세번째 도성을 버린 임금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조가 척화파와 주화파 사이에서 어떻게 관조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륙정세를 제대로 못 읽고, 반정세력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국경경비를 약화시키고, 그 결과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는데, 임금의 마음이 어떻게 이리 고요할 수 있는가? 단군 이래 도읍을 세 번 버린 첫 임금인 인조의 마음이 남한산성에서 어찌 이리 평온할 수 있겠는가?  




임금은 그냥 남한산성에 있기만 했는가?

“임금은 남한산성에 있었다.” 이조실록에는 이렇게 병자년의 인조를 묘사하고 있다. 정말 인조가 그저 고요히 의연히 남한산성에 있기만 했다면, 인조에 대한 나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것이다.

왜 김훈은 인조가 그저 남한산성에 있기만 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말인가? 설사 인조가 남한산성에 그림처럼 걸려 있었기만 했다면, 왜 김훈은 인조에 대해 분개하지 않는가? 척화파가 뭐라고 주장하든, 주화파가 어쨌든, 김훈은 그냥 고통 받는 자의 편에 선다고 말하면 그걸로 다 되는 것인가?  

일국의 왕이니 인조를 품위 있게 묘사해주면 그걸로 끝나는 것인가? 물론 김훈이 묘사한 남한산성의 인조는 품위 있는 왕이라기 보다는 무기력한 왕일 뿐이다. 국가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림처럼 그저 있기만 한 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왕이었던 것이다. 김훈은 무기력한 인조의 모습을 통해서 역사를 그리려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인조반정 이후 삼전도의 굴욕에 이르기까지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 무엇인가? 이것을 따져야 한다. 이것을 따지는데서 나에게는 김훈이 무기력해보일뿐이다. 마치 주화파와 척화파의 논쟁을 그저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는 인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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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 2008-04-25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남한산성'에 갖힌 인조가 저는 품위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품위는 자리와 행동이 일치할 때 나오는 거 아닌가요? 서날쇠가 품위있다면 유일하게 품위있는 인물이었던 것 같은데요.
 
나는 이기기 위해 도전한다
딕 모리스 지음, 손지애.박소정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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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기기 위해 도전한다.




힐러디 대 콘디?




미국정치계에서 대표적 스핀닥터(Spin Doctor·정치홍보 전문가)로 알려진 ‘딕 모리스’가 2008년 미국 대선을 분석한 책이 출간되었다. 미국판 원제는 ‘CONDI vs. HILLARY’인데, 한국어판에는 ‘나는 이기기 위해서 도전한다’는 제목을 달았다. 원래 미국에서 2005년에 출간된 책이다. 국내에서는 2007년도에 번역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몇가지 약점이 있다. 2005년도의 시점에서 2008년의 미국 대선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정치는 생물인데, 2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는 2005년도의 분석이 현실성을 지니기 어렵다. 이 책에서 딕 모리스는 콘돌리자 라이스가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등장할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20여년간 클린턴의 참모였다가 힐러리 반대자로 돌아선 딕 모리스는 콘디가 공화당 후보가 되어야 힐러리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힐러리가 당연히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화당 후보는 메케인이고, 또 힐러리는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아마 ‘민족화해’가 출간될 무렵에는 민주당의 후보 윤곽이 보다 분명해질지도 모르겠다. 딕 모리스의 주장은 힐러리가 당연히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힐러리를 이길 수 있는 공화당 후보는 콘디뿐이라는 것이다.

 미국정치 현실에서 지금 오바마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딕 모리스의 예측과 달리 힐러리가 공화당 후보인 메케인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딕 모리스는 오바바 돌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힐러리가 당연히 민주당 후보가 될 것으로 보았으며, 그 경우 힐러리를 대적할 공화당 후보는 없다고 분석하였다. 딕 모리스의 분석과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간 것이다.




21세기 마키야벨리의 변신과 수모




“초등학교 반장선거서부터 1996년 클린턴의 기사회생 선거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불패의 신화의 주인공", "공화당, 민주당 어느 당이든 자신의 고객으로 가지고 있는 정치 용병",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소위 '제3의 길'의 소유자", ”21세기의 마키야벨리“... 딕 모리스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기기 위해서 도전한다’는 책은 딕 모리스의 이와같은 명성에 먹칠하고 말았다.

정치현실을 분석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으나 미래의 정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치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많은 변수들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정치행위가 그 변수들에 영향을 주어서 변수를 더욱 다양하고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딕 모리스는 이 한권의 책으로 클린턴의 장자방으로서 대선불패 신화를 만든 그 명성에 큰 흠집을 입었을 것이다.

물론 필자가 이 책을 서평으로 선정한 것은 딕 모리스를 조롱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러나 클린턴의 참모였다가 힐러리 저격수로 변신한 딕 모리스가 자신의 명성에 큰 흠집을 낼 만큼 잘못된 예측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마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딕 모리스는 정치가가 아니다. 그는 정치 컨설턴트, 여론조사 전문가, 정치홍보 전문가일 뿐이다. 그런 자신의 본분을 잊고 이 책을 출간하여 현실정치의 구조를 변화시키려고 다소 무모하게 정치에 개입였다. 곧 힐러리를 낙마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그녀에 대한 대항마로 콘디를 내세운 것이다. 힐러리와 콘디를 비교해서 콘디가 힐러리에 비해 우위에 있으므로 콘디를 공화당 후보로 출마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이 책을 저술하였다. 힐러리 저격수로서 그의 목적의식은 집착으로 보일 정도로 지나친 것이다. 그 집착과 지나침 때문에 미국에서 손꼽히는 정치컨설턴트 딕 모리스는 이 책 출간으로 역설적이게도 스스로 커다란 수모를 감수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러한 오류나 지나침을 제외한다면 클린턴 전 대통령의 20년 정치참모답게 그가 분석한 틀은 미국정치와 대선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로 꼽히는 힐러리와 콘디의 서로 다른 기질과 장단점에 대해 이처럼 예리하고 면밀하게 분석한 책은 없었다.”고 평하였다. 실제로 미국대선의 변수들에 대한 분석은 현 시점에서도 유용하고, 미국 대선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이 읽어볼만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힐러리와 콘디의 장단점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아니다. 콘디는 대통령 출마를 하지 않았고, 힐러리는 흑인 남성인 오바마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힐러리와 콘디의 비교는 이제 별 의미가 없게 되었다.




힐러리의 이중성




이 책에서 딕 모리스는 힐러리를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비교하면서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이중인격자라는 식으로 혹독하게 비판한다. 딕 모리스의 비판은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초점이 모아진다. 딕 모리스는 20년간 클린턴의 장자방이었다. 이제 힐러리 저격수로 변신하였다. 그는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크게 본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딕 모리스의 비판은 오히려 현실 정치인으로서 힐러리의 모습을 더욱 크게 만들어 버렸다는 느낌이다. 딕 모리스의 변신이 영혼이 없는 정치 기술자의 모습이라면, 힐러리의 변신은 정치인의 반성과 변화와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딕 모리스에 따르면 힐러리는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보건의료, 여성과 어린이 권익보호, 국가 유물의 보전과 같은 이슈들을 다루었으나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또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후 윤리적인 이슈들이 뒤따라 다니는 스캔들 메이커였다.

힐러리는 2000년 상원의원에 선출되어서 ‘힐러리’라는 브랜드를 출범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이후 백악관 재입성을 위한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다.

힐러리는 민주당의 자유주의적인 후보들이 실패했던 경험을 교훈 삼아서 자유주의 노선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딕 모리스는 이를 가리켜 “좌파에 중독된 민주당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온건파로 부상”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딕 모리스는 힐러리의 변신을 “그녀(힐러리)의 중도주의는 카메라가 그녀를 주시할 때만 발현됐고, 그녀가 중도주의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이슈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었다”며 비판한다.

힐러리는 상원의원으로서 초당파적인 중재자로서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이미지 변신역시 딕모리의 눈으로 보면 이중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사적인 공간에서 종종 거칠고 비꼬는 당파적 정치인이지만 공적으로는 당파를 초월한 협력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딕 모리스의 눈에 비치는 힐러리의 이중적인 모습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TV 카메라가 가까이 있을 때는 소리내서 웃기도 하면서 ‘유머의 대명사’라는 이미지도 만들고 있다. 눈에 거슬리는 이상한 의상을 버리고 검은색 바지 정장에 블루, 핑크, 흰색의 블라우스를 입으며 세련된 뉴욕의 패션을 따라간다. 대중이 받아들이기 쉬운 헤어스타일을 위해서 항상 매력적이고 안정적인 짧은 금발의 보브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변신의 기술과 원칙 지키기




딱딱하고 차갑고 사상적이며 당파적이고 계산적인 미국 중·남부의 여성의 모습에서 항상 미소를 짓는 편안한 모습, 모든 사상에 열려 있는 온건한 성향, 정직하고 재미있으면서 매력적이고 친숙한 뉴요커의 모습으로 변신하였다.

 미국 상원의 투표기록을 보면 힐러리는 전체 상원의원 가운데 여덟 번째로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에서는 중도주의를 지향하면서 비교적 비중이 자은 이슈에 대해서는 공화당 우파와 뜻을 같이하는 모습도 보인다. 종교면서는 정신적인 가치에 대해 좀더 개방적인 자세를 보이고, 국가안보와 테러리즘 문제에서는 날카롭고 전문가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런 힐러리의 모습을 딕 모리스는 “일정 시간 동안 모든 사람을 속일 수는 있고 일부 사람들은 항상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들을 항상 속일 수는 없다”는 격언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힐러리가 모든 사람들을 항상 속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힐러리의 변신이 모든 사람들을 항상 속이려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현실정치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경직된 이념형 인물에서 탈피하여 유연하고 능수능란하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큰 정치인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뭐가 문제인가?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수정해서 재출판할 것과 한국의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일독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힐러리의 변신은 아름답다. 

이렇게 변화해온 힐러리도 변화(change)를 앞세운 오바바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또다른 변화의 법칙을 말해준다. 멈추게 되면 그 순간 변화는 더 이상 변화가 아니다. 변화란 시간이 지속되는 한 끝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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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이영돈 지음 / 예담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서평> ‘시크릿’과 ‘마음’을 읽고




상상하면 이루어진다! 정말 상상하면 이루어질까? 그렇다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꿈이 좌절로 반복되어왔던 역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혼자 꾸는 꿈은 꿈으로 끝나지만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브라질 속담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서 여럿이 꾸는 꿈이 현실을 만든다고 했을 것이다. 혼자만의 상상은 상상에 그친다는 말이다.




우리들 마음속에 존재하는 세상과 현실의 세상




사람들은 왜 “세상은 우리들 마음속에 존재한다”와 같은 말에 끊임없이 열광하는 것일까? 인생은 꿈을 꾼다고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상상은 그야말로 상상에 그친 경우가 허다하다. 또 혼자서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다는 말이 회자되는데도 말이다.

이런 우화도 있다. 함정에 빠져 있는 두 사람 가운데 한사람은 함정에서 구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다른 한사람은 함정에서 나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누가 옳으냐는 것인데, 기도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우화이다. 기도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인간의 마음에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큰 힘이 있다는 자기계발법에 사람들은 매료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약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의존하고 싶은 것이 결국은 스스로 절대자와 동일시하고 있는 자기의 마음이기 때문일까? 

최근 ‘비밀(thae Secret)이란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명함을 올렸다. 이 책은 개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휘하게 독려하는 일종의 자기계발서이다.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도

이 책에서는 “플라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인슈타인…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역사상 위대했던 사상가, 과학자, 개척자, 창조자 등은 사실 '위대한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구전과 문학, 종교와 철학에서 단편적으로 전수된 이 비밀은 인생을 뒤바꿔 줄 마법 같은 법칙으로 개인에게 행복한 삶과 물질적인 성공을 동시에 안겨주었다.”며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시크릿은 수 세기 동안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었던 '부와 성공의 비밀'을 알려준다. 우리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이 비밀의 힘을 이용하면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하며 돈, 인간관계, 건강, 세상, 당신, 인생 등의 분야로 나누어 각각의 위대한 비밀을 파헤친다.”며 대단한 비밀을 알려줄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미 아마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미국에서 최단기간 500만부 돌파의 명예를 거머쥔 이 책은 당신의 인생을 180도 바꿔줄 것이라고 한다.




부와 성공의 비밀은?




그 비밀은 매우 간단하다. 이 책에서 그토록 신비화시켰단 바로 그 비밀이라는 것은 대단하고 복잡한 것이 아닌 '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이다. 사람들의 인생에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그 사람들이 끌어당긴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그린 그림과 생각이 그것을 끌어당겼다는 뜻이다. 이 책은 사람은 ‘인간송신탑’,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인간 송신탑인데, 그 송신탑에서 송신하는 주파수가 온 우주에 퍼져서 모든 일이 ‘사람의 생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이를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신사상운동’으로 규정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사람이 집중하여 생각하는 대상을 그 사람에 되돌려주는 것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사람의 마음, 사람의 생각, 사람의 기분, 사람의 감정이 세상를 바꾸는 힘이다. 이를 위해서 3단계 해법을 제시한다. 1단계는 무엇을 원하는지 우주에 알리는 단계다. 그러면 우주가 그 생각에 응답한다고 한다. 2단계는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믿는 단계이다. 보이지 않는 것도 믿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단계이다.  3단계는 소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소원을 받고 멋진 기분을 느끼는 단계이다.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우주가 하는 일이므로 그것에 신경 쓰지 말고 믿기만 하면 다 이루어질 것이니 그것을 느끼라는 것이다. 다소 황당하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무리한 논리를 펼치는 것은 다반사이다. 결과를 과장하거나, 비현실적인 결과를 제시하거나, 공감하기 쉽지 않은 사례들 드는 경우가 흔하다. 시크릿에서도 그런 논리나 그런 사례를 제시하여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시크릿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행동은 자기를 변화시키고, 자기가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핵심적인 요지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가짐




1996년 출간하여 일본에서만 60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한국 100만부 이상 팔려서 ‘뇌’ 신드롬을 일으킨 책이 있다. 히루야마 시게오의 ‘뇌내혁명’이다. 이 책에서 히루야마 시게오는 인간의 건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은 뇌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며, 이 호르몬을 잘 활용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음을 주장한다. 호르몬의 분비는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마음가짐은 뇌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어 좋은 호르몬을 분비하기도 하고 나쁜 호르몬을 분비하기도 한다.

인간의 뇌에서는 모르핀과 유사한 물질을 분비하여 기분 좋게 만들고 노화를 막아줄 뿐 아니라 자연치유를 높여주는 호르몬이 존재한다. 이것을 히루야마 시게오는 ‘뇌내모르핀‘이라 부른다. 우리가 알고있는 좋은 호르몬 ’엔돌핀’(신체에 이로운 호르몬)이다. 뇌에서 분비하는 아주 소량이지만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자주 받으면 이 호르몬 중 독성 있는 ‘노르아드레날린‘이 증가되어 질병에 걸리게 된다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불행한 일을 겪으면서도 사태를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받아들이면 뇌는 이로운 호르몬을 분비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플러스 발상(긍정적 사고)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성취력이 강한 인간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뇌내혁명은 긍정적인 사고와 뇌의 호르몬 작용의 관계를 분석한 책이다.  역시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긍정적인 사고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신체를 만든다는 것을 뇌의 기능을 통해서 설명한 책이다. 시크릿에서 ‘구하라→믿으라→받아라’고 주장하는 것에 비해 뇌내혁명은 뇌의 호르몬 작용으로 설명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면 있을 것이지만, 근본적인 내용을 동일하다. 

사고방식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삶 자체를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고전적인 프로그램은 ‘노만 빈센트 필’이 이미 제시하였다. 1952년 출간되어 지난 50년간 42개 국어로 번역되어 2천 2백만 부 이상이 팔린 경이적인 베스트셀러라고 홍보하는 ‘적극적 사고방식’(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이 바로 그 프로그램이다. 

‘시크릿’이나 ‘뇌내혁명’ ‘적극적 사고방식’에서 삶을 개선하는 핵심은 모두 마음, 또는 생각이다. 여기서 마음이나 생각은 모두 뇌의 작용이다. 마음이나 생각과 같은 뇌의 작용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시도가 한국에서 있었다. 2006년에 방송된 'KBS 특별다큐멘타리 마음'은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서 마음의 작용을 분석하고 있다.




마음은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고대에서 심장이 마음이라고 추측했는데, 라는 특정 장기에게 있다고 추측했던 마음은 이 다큐멘타리에서 과학적인 탐구와 실험을 통해 우리에 뇌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 결과는 ‘마음’(이영돈 지음, 예담)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을 통해서 상세히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마음을 ‘정보 수집, 처리 및 보관하는 인간의 고등 기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고등기능인 마음의 작용에 의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시크릿’은 종교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고, ‘뇌내혁명’이 뇌의 기능이라는 의학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사고방식’은 삶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마음’은 마음의 기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비슷하다. 

어디에 강조하고 있건 상관없이 모두 ‘우리의 삶은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증명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 희망을 갖는 암환자, 기도나 명상으로 마음을 평안하게 하여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책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또 용서가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도 한결 같다.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서 암말기의 환자들도 어떤 경우에는 치유까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믿을 수 있겠는가? 이영돈의 ‘마음’은 합리적 사고방식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기호에 맞게 마음의 작용을 과장하거나 무리하지 않고 차분히 분석하여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마음먹기에 따라서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 사람의 신체상태가 달라지고 생활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보는 사람의 눈이 달라지는 것이지 객관적 실체로서 세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믿고 싶다. 상상하면 이루어진다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위안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마음의 변화가 육체의 변화와 삶의 방식의 변화를 가져와서 그로 인해 위안을 얻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슷한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가 된다.

마음의 위안을 주지 못한 자의 설법은 자기계발서의 뻔한 내용만큼도 못한 것이고, 반대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고 해서 세상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마음은 나의 태도를 바꿀 뿐, 현실은 여럿이 꾸는 꿈이 바꾸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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