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
윌리엄 유리 / 장락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Getting to Yes)




협상은 우리 인생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은 하루도 빠짐없이 협상을 한다. 10살 배기 아들하고 관계도 협상의 연속이다. 저녁식사는 무엇으로 할 것인가, 일요일에 어디로 놀러갈 것인가. 게임은 하루에 몇시간을 할 것인가 등 따지고 보면 아이들하고도 무언가를 놓고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이 협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면서 협상을 한다고 한다.

북한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당사자인 부시 미국 대통령도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이란 다름 아닌 대화와 협상이다.

일상에서부터 지금 한반도 정세를 달구고 있는 북한 핵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은 협상을 마주 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협상에 대한 실용서적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보면 최근 협상에 대한 서적만 100권이 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최근에는 몇몇 책들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 만큼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 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협상에 대한 많은 서적 가운데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Getting to Yes)이 단연 압권이다. ‘로저 피셔’를 비롯하여 미국 하버드 대학의 협상프로젝트팀들이 수년간에 걸쳐서 법률가, 기업가, 정부관리, 판사, 교도소 간수, 외교관, 보험회사 대리인, 군장교, 탄광의 광부, 석유회사 중역 등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검증한 내용들을 1991년에 출판한 책이다. 출판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협상에 대한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고 있다.

필자는 90년대말부터 갈등해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에 1947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퀘이커 미국친우봉사회(AFSC)의 후원으로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국내에서 180 시간 가량 긴행된 갈등해결 워크샵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이 워크샵에서 접하게 된 많은 자료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바로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상생, WIN-WIN을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가치로서 평가해오고 있다. 그러나 차이가 있고, 대립하는 세력들이 어떻게 상생을 할 것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도 쉬어 보이지는 않는다.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에서는 이처럼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고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는 협상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한국어판 부제가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성공적인 협상 테크닉’으로 붙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협상연구팀은 “이 책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2000년에 이 책을 구입하고 나서 차례만 살펴본 후,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해서 쌍방이 모두 WIN-WIN 할 수 있는 방법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게 되었다. 그 후 인생이 협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주 이 책을 읽었다. 협상기술은 연습과 훈련이 없이 독서만으로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되면 적어도 어떤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하는지는 알게 된다. 협상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기초적인 자세만 갖추고 있어도 갈등과 분쟁은 협상을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점점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갈등영역이 확산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한국사회의 평화적인 갈등해결능력은 향상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숙한 사회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여기서 소개하는 협상법이 피서지 결절과 같은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협상뿐만 아니라, 미국과 소련의 무기감축회담에 참여하는 외교관이나 기업들의 반독점 소송을 다루는 변호사들이 맞이하게 되는 협상에서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다루어야 할 사안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협상이 똑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협상법은 협상의 기본요소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통적인 협상으로 부드러운 협상과 강경한 협상을 꼽을 수 있다. 부드러운 협상은 충돌을  피하고 우호적인 해결을 위해 필요하지만, 부드러운 협상의 방법을 택하는 사람은 대개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강경한 협상은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고 오래 버텨서 승리를 목적으로 하지만 상대의 강경대응을 유도해서 자신의 재원을 소진시키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게 된다.

현재 북한과 미국의 대결은 강경한 협상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북한과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취해서 상대의 강경대응을 불러일으키면서 내부의 역량을 소진시키고 있는 협상인 것이다.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에서는 제3의 협상법으로서 부드러우면서도 동시에 강경한 협상법을 제시한다. 이 협상법은 이익을 추구하는 데는 엄격하고 협상하는 사람에게는 부드러운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협상을 위해서 크게 4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사람과 문제를 분리시켜라, 둘째는 입장이 아닌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추라, 셋째는 상호이익이 되는 옵션을 개발하라, 넷째는 객관적인 기존의 사용을 주장하라. 

이러한 방법에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국제정치의 현안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사례를 예시하면서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이해를 돕고 있다.

갈등이 다양해지는 한국사회에서도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이 필요하지만 이 책은 현재의 북한 핵문제로 인한 강등상황을 고려해 볼 때 아무래도 미국의 부시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가장 먼저 일독을 권하고 싶다.

‘북한의 협상전략’(한울 아카데미)을 쓴 ‘척 다운스’는 그의 저서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리지웨이 대장이 휴전협정을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다고 술회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북한의) 이미 제기했던 주장의 반복, 번드르르한 말재주,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험담 등으로 당장이라도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북한과 협상경험이 있는 미국 사람들 가운데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에서는 “당신의 공포심이 상대방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마라”는 경구가 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바에서 만났고, 남자가 여자에게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그는 그녀가 전혀 모르는 길로 차를 몰며 그 길이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가 그녀를 굉장히 빨리 집까지 데려다 주었기 때문에 그녀는 10시뉴스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이 기사의 끝부분은 다소 의외이다. 두려움을 바탕으로 추측을 하기 때문이다. 무슨 사고가 날 줄로 추측했는데 전혀 뜻밖의 결과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상대방이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 책의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과 부시 대통령이 모두 이 책을 읽고 win-win의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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