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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이끄는 생각 - '사람과 아이디어를 키워라' 미국 싱크탱크의 전략
홍일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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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계를 이끄는 생각



미국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것?


미국을 여러번 다녀온 사람들은 미국에 있는 것은 웬만하면 한국에도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한국사회가 양질 두 측면에서 변화하고 발전하였다는 자부심의 표현일 것이다. 미국에 있는데 아직 한국에 없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싱크탱크’(Think tank)이다.

한국에도 ‘싱크탱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의 대부분의 싱크탱크들은 싱크탱크라기 보다는 ‘연구소’(insititute)라고 부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수많은 한국의 국책연구소, 기업연구소, 민간연구소하고 무엇이 달라서 미국은 싱크탱크라고 하는가? 미국에서 ‘싱크탱크’가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보면 이 차이를 알 수 있다.

홍일표 박사가 1년 6개월동안 발로 뛰면서 쓴 ‘세계를 이끄는 생각’은 미국의 싱크탱크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서이다. 미국 정치나 여론형성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싱크탱크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싱크탱크는 미국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정당, 의회, 언론 등과 함께 영향력을 행사하는 빼놓을 수 없는 집단이다.

홍일표박사의 책을 읽으면 미국의 싱크탱크는 ‘정책결정과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활동하는 두뇌집단’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모든 활동은 대부분 이에 종속된다. 한국에도 수많은 연구소들이 있는데 한국에는 싱크탱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에는 정책결정과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연구소는 드물다. 있다하더라고 미국의 싱크탱크과 같은 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와 같이 활동을 하고 싶어도 한국의 관료제나 정치풍토는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싱크탱크를 싱크탱크로 만드는 이유


미국의 대학은 싱크탱크에 비해 순수학문의 영역에 가까이 있다. 싱크탱크도 ‘학생이 없는 대학’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순수학문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싱크탱크는 대학과는 달리 자신들이 연구결과를 정부정책에 반영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쉽게 연상할 수 있듯이 인재를 모으고, 예산을 확보하고, 연구와 분석을 진행하며, 이를 출판한다. 정책자료 생산, 각종 토론회 참석, 언론기고나 출연, 의회 증언, 개인적인 자문, 의회나 정부의 회의 참여 등의 활동을 한다. 한국과 다르다고 한다면 이 모든 활동을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잘 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정부정책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기 위해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개발하기도 한다. 싱크탱크 내부에 언론 인터뷰를 지원하는 시설을 구비하기도 하고 독자적인 방송이나 촬영, 녹음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도 있다. 위싱턴 DC에 있는 레이건 공항에서 백악관이나 국무부, 의회까지 걸리는 10분 넘는 이동시간에 읽을 수 있게 짧은 자료를 만들기도 한다. 또 자신들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하여 식사모임이나 친목모임에서 정책에 반영되도록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사적관계가 때로는 공적인 절차보다 유용하기 때문에 사적인 인맥관리도 중요한 활동에 포함된다.

홍일표 박사는 각종 자료 분석과 관계자 면담, 싱크탱크 행사 참석 등을 통해서 이와 같은 싱크탱크의 활동구조를 파악하여 기술하였다. 이 책에서는 미국 싱크탱크의 역사, 수많은 싱크탱크들의 개별적인 성향, 싱크탱크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예산 확보와 인력 운영방식, 정책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고안한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16개의 다양한 성격의 싱크탱크를 낱낱이 분석한 본문을 읽는 것만으로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파악한 듯한 짜릿함에 빠져든다.

또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정책전문가 면담을 통해서 싱크탱크에 대한 시각, 싱크탱크의 순기능과 부정적인 기능 등도 덧붙여서 한권의 책으로 미국 싱크탱크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였다.


미국 공무원의 영혼



미국 싱크탱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회전문’(revolving door) 인사이다. 관계에 몸담았던 사람이 정권이 바뀌면 싱크탱크에서 연구활동을 하다가, 다시 관계에 진출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우리로 치면 ‘낙하산 인사’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회전문 인사는 싱크탱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각종 기업과 관계 사이에 오랫동안 형성된 인사방식이다.

싱크탱크가 현실 정책 결정에 깊이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이와같은 회전문 인사 덕택이다. 미국의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정책노선에 따라 영혼을 가지고 공무를 집행할 수 있는 이유도 회전문으로 자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홍일표 박사는 회전문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관료였다가 싱크탱크에서 일하고 다시 관료로 가는 메카니즘 때문에 이들은 모호한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중에 관료가 되었을 때 싱크탱크 시절에 펼친 주장 때문에 난처한 경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반드시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싱크탱크는 살아 있는 생생한 정책생산 기능보다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할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정책의 경쟁력보다는 돈과 서로간에 상호 영향력이 더 중요하다.

씽크탱크의 한국적 함의는 무엇일까? 홍일표 박사는 이 책의 결론부분에서 싱크탱크 자료조사와 탐방을 종합정리하였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이 부분만 읽어도 싱크탱크에 대해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결론에서 홍박사는 싱크탱크의 자금출처인 재단의 부재, 불안정한 정당정치, 관료주도의 정책생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싱크탱크의 등장은 기반이 취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와 ‘정책’을 고민하는 다음 세대를 키우기 위해서는 ‘사람에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용적 이상주의’


한국에서는 '한국식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그 필요성은 미국 싱크탱크인 ‘새로운 미국재단’(NAP; The New America Poundation, www.newamerica.net)

의 고민과 일치한다는 것이 이 책을 일독한 소감이다. NAP는 미국 사회는 혁명적으로 변화하는데 워싱턴의 정치는 이런 변화와는 상관없이 좌와 우,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과거의 구도에 맴돌면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NAP는 급진적인 사회변화를 추구하되 이념과 당파를 넘어서는 ‘실용적 이상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실용적 이상주의’는 보수와 진보 사이의 어정쩡한 중간이나 비당파가 아니다. 새로운 방법론으로 당파를 넘어서서 미국 사회의 문제해결을 지향하되 자신들의 이념이나 이익에 고착되지 않는다는 ‘급진적 중간’(radical center)을 의미한다. 낯선 용어지만 한국의 ‘민족화해운동’, ‘남남대화운동’이 고민해 볼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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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論 - 체인지Change! 그 담대한 희망
마틴 더퓌.케이스 보클먼 지음, 최지영 옮김 / 늘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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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論

         

1863년 노예해방령 이후 첫 흑인대통령 후보




민족화해 4월호에 힐러리 클린턴의 ‘나는 이기기 위해 도전한다’는 책에 대한 서평을 실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힐러리와 버락 오바마가 경합하던 시점이었다. 누가 후보가 되든지 두 사람의 부각은 전세계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성이 대통령 후보로 강력하게 부상한 것은 미국에서 여성이 참정권을 가진 것은 1920년 이후 처음이다. 흑인은 1863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령 선포 이후 145년만이다. 힐러리와 오바마가 대통령 후보로 주목을 끌었다는 것 자체가 큰 사건이었음에 틀림없다.




힐러리와 오바마가 변화를 바라는 미국인들의 시선을 모으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이를 살피기 위해 두 사람에 대해 소개한 책에 대한 평을 쓰기로 하였다.




먼저 선택한 책이 ‘나는 이기기 위해 도전한다’는 힐러리에 대한 책이다. 힐러리는 철저하게 준비된 대통령 후보였다. 힐러리의 장점은 여성이라는 점을 극복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힐러리도 변화를 앞세운 오바마 앞에서 무력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다음호에 오바마에 대한 서평을 쓸 것을 암시하였다.




오바마에 대한 책으로 선택한 것은 ‘오바바論’(The New Face of American Politics)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오바바가 미국의 변화를 이끌 지도자로 미국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이유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오바바論’에 대한 서평을 미뤄왔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오바마 열풍을 오바마의 역정을 통해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미국을 회복하고 싶은 미국인들의 마음, 보통의 미국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대통령을 뽑고 싶은 미국인들의 마음, 오바마는 어떻게 이런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는가?




‘오바바論’은 오바마의 정책을 분석한 책은 아니다. 오바마가 정치 스타가 되는 과정을 다룬 책이다. 흑인으로서 짧은 기간 동안에 오바마가 락 스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열광적인 인기를 끌게 된 이유를 살피고 있다.




깡마른 흑인 남자




오바마는 2004년 일리노이주에서 미국 상원의원으로 선출된다. 그 이전까지 오바바는 주의회 의원에 불과했다. 주의회 의원에서 민주당의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등장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한국에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깊이 연구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2004년 일리노이주에서 오바마가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경과부터 분석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오바마의 선거전략과 거기서 나타난 한 인간을 오바마의 정치입문기부터 고찰하였기 때문이다. 반짝 스타 오바마에 대한 열광이 아니라 그의 정치 역정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일리노이주에서 선거운동을 할 때부터 오바마가 택한 선거전략은 2008년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연속선상에서 오바마를 이해할 수 있다.




 2004년에 오바마가 연방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 그에 대한 이미지는 ‘일리노이주 남부에서 온 우스운 이름을 가진 깡마른 흑인 남자’였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던 약자의 위치에서 오바마는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연방상원의원 선거에서 오바마와 다른 경쟁자들의 정책이나 이슈는 큰 차이가 없었다. 차별성은 연설에서 나타났다. 오바마는 민생문제에 집중해서 일반 유권자들이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짧은 문장으로 연설하였다.




오바마는 ‘자신의 문제에 램프를 비춰 밝게 하라’는 정치평론가의 조언에 따라서 자신의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유세 중 종종 오바마라는 우스운 이름을 농담의 주제로 삼았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라바마’나 ‘요바마’로 부른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이때부터 다양한 계층의 연합전선을 형성하여 자신의 선거운동 기반으로 만들었다. 오바마의 사회통합능력은 일찍이 형성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오바마의 장점으로 사회통합능력을 곳곳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절실히 필요한 정치인의 덕목이고 능력이다.




인종문제에 대한 시각과 보수·진보의 협력




오바마는 2004년 일리노이주의 연방상원 선거에서 “유권자가 가난하건 부자이건 그리고 민주당원이건 공화당원이건 상관없이 모두에게 미국이 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는 아이디어와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았다.




이와 같은 오바마의 통합적 초당파적 입장은 상원의원에 당선되어 의회활동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미국에서 사회통합의 핵심적인 것은 인종문제와 이념문제일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 흑인 정치인들은 흑인층의 지지를 강화하다보면 중도적인 백인층이 이탈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오바마는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균형을 유지해야 했다. 오바마는 흑인층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자신이 흑인이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오바마는 인종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단도직입적으로 제기한다. “우리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그 가치는 백인의 것도, 흑인의 것도, 히스패닉의 것도 아니다. 그 가치는 미국의 가치이며, 민주당의 가치이다.” 이런 오바마의 태도에 대해 유권자들은 “오바마는 마치 다색인종과 같다. 그는 모든 사람의 후보다”라고 말한다.




오바마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재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할 때도 인종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뉴올리엔즈가 흑인밀집지역이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서투른 대응이 인종차별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오바마는 사태수습이 엉망으로 된 것은 인종적인 문제가 아니라 관료주의 의 무지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오바마는 진보와 보수를 초월한 초당적인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진보의 미국도 보수의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이 있을 뿐입니다.”라고 주장한다. 오바마는 진보의 정치를 재정의하면서 보수와 협력하고 그 결과로 진보에 대한 지지를 확장하는 전략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이 이런 입장은 “진보주의자와 민주당이 가진 장점은 사실이 우리 편”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그는 “만일 기꺼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다른 시각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또 받아들인다면, 언젠가 그 자리가 바로 미국 국민이 있는 자리일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상대방의 실수를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삼지 않아




이 책에서 다루는 오바마의 많은 장점 가운데 하나는 네거티브 정치공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상대방에 대한 비방광고는 ‘정신을 좀먹는 것’이라며 네거티브를 부정한다. 상대를 비판할 때도 칭찬하는 형식을 빌린다.




오바마의 이런 태도는 정치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오바마는 잘못된 행동이나 계산을 단 한번이라도 하면 정치적 경력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기존의 관념도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상대방의 한차례 실수를 정치공세의 소재로 삼지 않는 오바마의 이런 태도가 미국 유권자들에게 미국이 원하는 것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후보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정치품격을 한 단계 높인 오바마의 선거전략을 접하며, 오바마에 대해 열광하는 미국인들이 한없이 부러워진다. 정치인의 행보가 국민의 자리가 되는 정치를 그리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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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정도상 지음 / 창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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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이별을 강요하는 어떤 구조

천륜의 정을 강제로 끊어버리는 구조, 그 속에 갇혀서 엄마를 그리워하며 눈물 흘린다. 마치 지척에 있다는 느낌을 주듯 가끔은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면... 물론 그 한 통화를 위해서 얼마나 가슴 졸여야 하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 몇마디 나눈다. 그러나 만날 수는 없다. 언제 다시 통화할지 알 수가 없다. 모든 것은 불확실하기만 하다. 아니 전화 한 통화의 결과로 모든 것이 다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 한 순간도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럴수록 그리움은 더 사무친다.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엄마의 마음은 어떨 것이며, 자식의 마음은 어떨 것인가? 애간장이 녹고, 심장이 멎으며, 그러다가 결국 억장이 무너지고 마침내 천지가 시꺼멓게 되는 느낌일 게다. 도대체 무엇이 부모와 자식을 이런 관계로 만들어버린다는 말인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어 별만 세며 그리워하는 친구, 친척, 연인이 있다. 그리운 모든 사람들을 곁에서 앗아가 버렸다. 별을 보며 위안 삼고 싶지만, 보고 싶은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 그들과 도란도란 살며 행복을 나누기에도 충분하지 않는데, 잔혹한 세상의 구조는 그들과 영원한 이별을 강요했다. 




탈북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이중성

찔레꽃은 탈북자 이야기이다. 정도상이 그리는 탈북자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좀 다르다.

우리는 탈북자에 대해서 매우 다층적인 이해를 하고 있다. 동북3성 일대를 떠도는 탈북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국내로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국내로 들어오면 그때부터 그들에 대한 관심은 식는다. 그들은 우리사회 내부에 새롭게 형성된 수직적인 계층질서에서 아래 부분을 담당하게 된다.

이런 이중성이 탈북자들의 비극의 씨앗이다. 동북3성을 유랑하는 탈북자들을 국내로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은 탈북자들의 상품가치를 높인다. 여기에 어김없이 이 상품 가치를 노린 브로커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막상 국내에 들어오면 이들은 차별의 대상이 될 뿐이다.

정도상은 찔레꽃에서 이런 이중성을 파헤친다. 여주인공 충심은 엄밀히 말하면 탈북자가 아니다. 그녀는 생활고 때문에 인신매매단에 속아서 인생을 유랑하기 시작한다. 조중국경지대에서 납치되어 동북3성으로 강제로 팔려가고, 다시 목숨을 건 탈출 끝에 심양, 고비사막을 거쳐 마침에 한국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연명하고 있다. 노래방 도우미는 인생 유랑의 끝이 아니다.

충심의 인생유랑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는 어떤 지독한 구조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녀의 인생유랑이란 손톱만큼의 낭만도 없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길 그 자체이다. 유랑과정에서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사무침과 고향땅 함흥에 살고 있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오로지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명분으로 포장된 기획입국

충심의 인생유랑은 인신매매단에 의해 촉발된다. 이들을 국내로 들여보냈을 때 인도주의라는 명분과 몇분의 정착금을 뺏는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종교집단은 충심의 인생유랑의 연출자들이다. 탈북자들을 국내로 들여오기만 하면 이떤 형식이든지 이익이 발생한다. 그 이익을 노리는 자들에 의해서 충심의 끝없는 인생유랑이 시작된 것이다. 생사람 잡기나 다름없다. 그녀의 유랑길에서 죽어간 많은 사람들의 생명은 어찌할 것이며, 엄마와 헤어져서 날마다 눈물바다를 이루는 비극은 또 어찌할 것인가?

한국에만 가면 모든 것이 다 될 줄 알았겠지.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한국에 가면 그녀의 인생유랑은 막을 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러나 한국에서 그녀의 삶은 맥주에 소주를 섞어 마시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삶이다. 그녀에게 남은 희망이라곤 이 사회에 적응해서 돈 벌어 함흥의 엄마에게 보내는 것이다. 그 과정속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들도 불법이기 때문에 그게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도 없다. 그래도 그 희망이 삶을 유지시킨다. 언제 꺼져버릴지 알 수 없는 희망에 자기 삶을 걸고 있다는데서 충심의 비극적인 삶은 종말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중성의 극복과 소수자에 대한 관용

정도상은 함흠의 꿈 많은 소녀 충심이 탈북자가 되어 한국에서까지 유랑하는 과정을 매우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묘사하고 있다. 시각을 달리하면서, 또 시점을 달리하면서 전개되는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 사이 여러 시각과 다른 시점이 하나로 모아진다. 그때부터 찔레꽃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작가는 찔레꽃을 통해 천륜까지 단절시키는 이 지독하고 야만적인 구조를 고발하고 있다.  심양이나 고비사막을 여행하면서 작가가 목격한 것은 21세기 유랑민들의 삶의 온전성을 파괴하는 구조였다. 그는 21세기 유랑민들의 삶의 온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을 것이다. 

한 번 잡은 책 눈물을 훔쳐가며 끝까지 읽었다. 충심과 함흥의 엄마가 통화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에 흐느낌까지 더해졌다. 충심은 엄마와 통화 후 메인 목구멍으로 보시기에 비빈 밥을 집어넣는다. 살기 위해서...

충심을 한국으로 보낸 사람들, 탈북자들의 입국을 환영하는 민심은 다 어디로 갔는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른 것이 야박한 민심이던가. 이런 이중성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통일은 접어두고 대한민국의 선진화도 있을 수 없다. 인신매매와 기획입국을 탈북자에 대한 인도주의로 치장하는 것을 묵인해서는 안된다. 탈북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 대해 관용하고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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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선군 외교 - 약소국 북한의 강대국 미국 상대하기
서훈 지음 / 명인문화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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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선군외교




북핵문제는 지금까지 20년 넘게 한반도 문제의 핵심이 되어 왔다. 북핵문제 해결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핵심사안이 될 것이다. 최근에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정책결정과정에 있었던 담당자들의 저서가 몇권 출간되었다.

임동원 전 장관이 펴낸 ‘피스메이커’, 부시행정부에서 대북담당대사를 지낸 프리처드의 ‘실패한 외교’가 대표적이다. 아사이신문의 기자인 후나바시가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한 각국의 인사들을 취재하여 쓴 ‘김정일의 대도박’도 북핵위기의 전개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다. 90년대 1차 북핵위기 과정은 오래전에 출간된 조엘위트의 ‘북핵위기의 전말’을 통해서 자세히 알 수 있다.  

이런 책들과 함께 눈여겨 볼만한 책으로 서훈 전 국정원 대북담당 차장의 ‘북한의 선군외교’가 있다. 서훈 전 차장은 1,2차 정상회담에 참여하였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 실장을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대북관련 국가정책결정과정에서 일해 왔다. 




1·2차 북핵위기의 전개과정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선언 등 크게 두차례의 합의가 있었다. 90년대 초반의 1차 북핵위기는 1994년 제네바 합의로 마무리 되었다. 2002년에 발생한 북한의 고농축우랴늄(HEU) 보유 논란으로 제네바합의는 실질적으로 파기되고 2차 북핵위기가 발생하였다. 2차 북핵위기는 2005년 9.19 공동선언으로 마무리 되는 듯했으나, 미국이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및 유통의혹을 제기하여 해결되지 않았다. 2007년 2.13 합의는 BDA문제로 시간을 끌다가 이제 이행국면으로 들어섰다. 최근 영변의 냉각탑 폭파로 이행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1차 핵위기를 타결한 제네바 합의가 북미 양자합의이고, 2차 핵위기의 해법을 제시한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6자 합의라는 차이가 있지만, 1·2차 합의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1,2차 북핵위기에서 해법을 찾았던 공통점은 ‘북한에 의한 핵투명성 보장 및 비핵화’를 통해서 ‘북미관계 개선’을 이루고, 이를 위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동시에 이행’하는 것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동시행동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를 두고 합의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관련국가들 사이에 불신이 커서 동시행동조치들이 필요하다. 최근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는 것도 관련국 사이에 신뢰가 증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행동의 원칙과 일관성 찾기

서훈의 ‘북한의 선군외교’는 제네바합의와 9.19 공동성명을 ‘선군외교 전략모델’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비교 분석하였다. 서훈이 ‘선군외교 전략모델’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은 북한의 행동에서 원칙과 일관성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통치이념을 토대로 한 개념을 만들어서 1,2차 북핵위기를 분석한 것이다.

서훈은 북한의 선군외교를 △ 악명유지전략, △모호성 유지전략, △벼랑끝·맞대응·위기관리 전략으로 구분하고 있다. 협상국면에서 북한의 해동방식으로 △북미양자협상방식, △포괄적 일괄타결방식, △근본문제 카드 활용 △단계별 동시행동을 꼽고 있다.

서훈은 2차 핵위기 때 북한의 북한의 태도는 1차 핵위기 때와 비교하여 보다 단호하고 공세적이며 체계적인 양상을 보여주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2차위기때는 위협을 미리 명료하게 예고하고, 예고한대로 실행하는 이른바 말한대로 저지르는 확언전략이 특징적이었다. 이러한 확언전략의 체계적인 등장은 북한이 대미위협카드를 사전에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또한 미국을 협상으로 강제해 내려는 전술도 좀 더 단호하고 공격적인 형태로 등장하였다. 1차시기의 NPT 탈퇴→핵연료봉 인출 및 IAEA탈퇴에서 더나아가 2차시기에는 NPT 탈퇴 및 5MW 원자로 재가동→ 폐연료봉 재처리→ 핵억제력 실물 공개→ 핵보유선언→ 미사일 실험 등 초강경조치→ 핵실험 등으로 이어졌다.

이같이 북한이 2차 북핵위기시 핵개발 강화로 위협고조 행태를 뚜렷이 드러낸 이유는 미국의 태도가 강경해진 것과 함께 북한 내에서도 이른바 김정일 시대의 새로운 통치이념인 선군사상이 정립되었다는 점을 꼽은 것이 이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서훈은 북한의 외교행태를 북한의 통치이념과 연결해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 양자협상과 일괄타결

2차 위기시 북한이 비록 다자회담 형식을 수용했으나 실질적이고 내용적으로는 북미 양자협상을 고수했다는 서훈의 분석 역시 북한 외교의 원칙과 목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핵보유선언 및 핵실험 등 힘겨웠던 난국이 북미 양자접촉을 통해서만 실제로 해결되었던 사실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결국 북한은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북미 양자간에 협의로 타결하고, 6자회담에서는 이를 추인하는 모양새로 협상을 진행시켜 온 것이다.

북한은 본격적인 협상국면에 진입하게 되면 포괄적 일괄타결의 방식을 선호해왔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1차에 비해 2차 협상과정에서는 북한이 제시한 협상의제가 더욱 확대되고 구체화되었다. 협상운용 및 합의사항 이행방식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더욱 주도적이고 치밀해졌다. 북한이 주요의제설정 및 합의전략으로 구사한 포괄적 일괄타결방식은 핵문제를 통해 북미관계 개선까지 이루려는 의도이다. 북미간에 약소국-강대국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의제설정 능력상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방법인 것이다. 북한은 2차협상에서는 종전의 1차협상에서 합의한 일괄타결안의 기본내용을 포함하면서도 의제범위가 확대된 일괄타결안을 주도적으로 제시하였다. 북한은 ‘일괄타결’, ‘말 대 말 및 행동 대 행동’, ‘동결 대 보상’ 등의 방식으로 일괄타결 방식을 제시하고 관철시켜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1,2차 북핵위기 과정을 비교·분석해서 북한의 전략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원칙을 도식화시켜냈다는 점일 것이다.

우려는 여전히 남아

이 책의 저자인 서훈이 국가정보원 대북담당 책임자였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사항을 읽으려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그 점에 대해서는 매우 치밀하고 냉정하다. 재직 중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철저하게 자료의 원천으로 삼지 않았다. 대신 공개된 매우 광범위한 자료를 선택하였다. 정보사항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직접적인 정보보다는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광범위한 간접자료가 그가 신뢰할만하기 때문에 선택했다는 점에 만족해야할 거 같다.  

서훈은 “이제는 또다시 우리가 협상에서 소외되고 결과에 책임져야 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의 우려와 같이 전개되고 있으며 좀처럼 개선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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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이영돈 지음 / 예담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서평> ‘시크릿’과 ‘마음’을 읽고




상상하면 이루어진다! 정말 상상하면 이루어질까? 그렇다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꿈이 좌절로 반복되어왔던 역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혼자 꾸는 꿈은 꿈으로 끝나지만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브라질 속담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서 여럿이 꾸는 꿈이 현실을 만든다고 했을 것이다. 혼자만의 상상은 상상에 그친다는 말이다.




우리들 마음속에 존재하는 세상과 현실의 세상




사람들은 왜 “세상은 우리들 마음속에 존재한다”와 같은 말에 끊임없이 열광하는 것일까? 인생은 꿈을 꾼다고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상상은 그야말로 상상에 그친 경우가 허다하다. 또 혼자서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다는 말이 회자되는데도 말이다.

이런 우화도 있다. 함정에 빠져 있는 두 사람 가운데 한사람은 함정에서 구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다른 한사람은 함정에서 나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누가 옳으냐는 것인데, 기도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우화이다. 기도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인간의 마음에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큰 힘이 있다는 자기계발법에 사람들은 매료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약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의존하고 싶은 것이 결국은 스스로 절대자와 동일시하고 있는 자기의 마음이기 때문일까? 

최근 ‘비밀(thae Secret)이란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명함을 올렸다. 이 책은 개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휘하게 독려하는 일종의 자기계발서이다.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도

이 책에서는 “플라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인슈타인…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역사상 위대했던 사상가, 과학자, 개척자, 창조자 등은 사실 '위대한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구전과 문학, 종교와 철학에서 단편적으로 전수된 이 비밀은 인생을 뒤바꿔 줄 마법 같은 법칙으로 개인에게 행복한 삶과 물질적인 성공을 동시에 안겨주었다.”며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시크릿은 수 세기 동안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었던 '부와 성공의 비밀'을 알려준다. 우리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이 비밀의 힘을 이용하면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하며 돈, 인간관계, 건강, 세상, 당신, 인생 등의 분야로 나누어 각각의 위대한 비밀을 파헤친다.”며 대단한 비밀을 알려줄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미 아마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미국에서 최단기간 500만부 돌파의 명예를 거머쥔 이 책은 당신의 인생을 180도 바꿔줄 것이라고 한다.




부와 성공의 비밀은?




그 비밀은 매우 간단하다. 이 책에서 그토록 신비화시켰단 바로 그 비밀이라는 것은 대단하고 복잡한 것이 아닌 '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이다. 사람들의 인생에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그 사람들이 끌어당긴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그린 그림과 생각이 그것을 끌어당겼다는 뜻이다. 이 책은 사람은 ‘인간송신탑’,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인간 송신탑인데, 그 송신탑에서 송신하는 주파수가 온 우주에 퍼져서 모든 일이 ‘사람의 생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이를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신사상운동’으로 규정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사람이 집중하여 생각하는 대상을 그 사람에 되돌려주는 것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사람의 마음, 사람의 생각, 사람의 기분, 사람의 감정이 세상를 바꾸는 힘이다. 이를 위해서 3단계 해법을 제시한다. 1단계는 무엇을 원하는지 우주에 알리는 단계다. 그러면 우주가 그 생각에 응답한다고 한다. 2단계는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믿는 단계이다. 보이지 않는 것도 믿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단계이다.  3단계는 소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소원을 받고 멋진 기분을 느끼는 단계이다.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우주가 하는 일이므로 그것에 신경 쓰지 말고 믿기만 하면 다 이루어질 것이니 그것을 느끼라는 것이다. 다소 황당하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무리한 논리를 펼치는 것은 다반사이다. 결과를 과장하거나, 비현실적인 결과를 제시하거나, 공감하기 쉽지 않은 사례들 드는 경우가 흔하다. 시크릿에서도 그런 논리나 그런 사례를 제시하여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시크릿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행동은 자기를 변화시키고, 자기가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핵심적인 요지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가짐




1996년 출간하여 일본에서만 60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한국 100만부 이상 팔려서 ‘뇌’ 신드롬을 일으킨 책이 있다. 히루야마 시게오의 ‘뇌내혁명’이다. 이 책에서 히루야마 시게오는 인간의 건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은 뇌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며, 이 호르몬을 잘 활용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음을 주장한다. 호르몬의 분비는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마음가짐은 뇌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어 좋은 호르몬을 분비하기도 하고 나쁜 호르몬을 분비하기도 한다.

인간의 뇌에서는 모르핀과 유사한 물질을 분비하여 기분 좋게 만들고 노화를 막아줄 뿐 아니라 자연치유를 높여주는 호르몬이 존재한다. 이것을 히루야마 시게오는 ‘뇌내모르핀‘이라 부른다. 우리가 알고있는 좋은 호르몬 ’엔돌핀’(신체에 이로운 호르몬)이다. 뇌에서 분비하는 아주 소량이지만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자주 받으면 이 호르몬 중 독성 있는 ‘노르아드레날린‘이 증가되어 질병에 걸리게 된다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불행한 일을 겪으면서도 사태를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받아들이면 뇌는 이로운 호르몬을 분비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플러스 발상(긍정적 사고)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성취력이 강한 인간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뇌내혁명은 긍정적인 사고와 뇌의 호르몬 작용의 관계를 분석한 책이다.  역시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긍정적인 사고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신체를 만든다는 것을 뇌의 기능을 통해서 설명한 책이다. 시크릿에서 ‘구하라→믿으라→받아라’고 주장하는 것에 비해 뇌내혁명은 뇌의 호르몬 작용으로 설명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면 있을 것이지만, 근본적인 내용을 동일하다. 

사고방식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삶 자체를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고전적인 프로그램은 ‘노만 빈센트 필’이 이미 제시하였다. 1952년 출간되어 지난 50년간 42개 국어로 번역되어 2천 2백만 부 이상이 팔린 경이적인 베스트셀러라고 홍보하는 ‘적극적 사고방식’(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이 바로 그 프로그램이다. 

‘시크릿’이나 ‘뇌내혁명’ ‘적극적 사고방식’에서 삶을 개선하는 핵심은 모두 마음, 또는 생각이다. 여기서 마음이나 생각은 모두 뇌의 작용이다. 마음이나 생각과 같은 뇌의 작용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시도가 한국에서 있었다. 2006년에 방송된 'KBS 특별다큐멘타리 마음'은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서 마음의 작용을 분석하고 있다.




마음은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고대에서 심장이 마음이라고 추측했는데, 라는 특정 장기에게 있다고 추측했던 마음은 이 다큐멘타리에서 과학적인 탐구와 실험을 통해 우리에 뇌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 결과는 ‘마음’(이영돈 지음, 예담)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을 통해서 상세히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마음을 ‘정보 수집, 처리 및 보관하는 인간의 고등 기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고등기능인 마음의 작용에 의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시크릿’은 종교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고, ‘뇌내혁명’이 뇌의 기능이라는 의학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사고방식’은 삶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마음’은 마음의 기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비슷하다. 

어디에 강조하고 있건 상관없이 모두 ‘우리의 삶은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증명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 희망을 갖는 암환자, 기도나 명상으로 마음을 평안하게 하여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책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또 용서가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도 한결 같다.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서 암말기의 환자들도 어떤 경우에는 치유까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믿을 수 있겠는가? 이영돈의 ‘마음’은 합리적 사고방식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기호에 맞게 마음의 작용을 과장하거나 무리하지 않고 차분히 분석하여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마음먹기에 따라서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 사람의 신체상태가 달라지고 생활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보는 사람의 눈이 달라지는 것이지 객관적 실체로서 세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믿고 싶다. 상상하면 이루어진다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위안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마음의 변화가 육체의 변화와 삶의 방식의 변화를 가져와서 그로 인해 위안을 얻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슷한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가 된다.

마음의 위안을 주지 못한 자의 설법은 자기계발서의 뻔한 내용만큼도 못한 것이고, 반대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고 해서 세상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마음은 나의 태도를 바꿀 뿐, 현실은 여럿이 꾸는 꿈이 바꾸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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